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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거리를 걷고 있는 국제반전평화순례 스톤워크코리아 2007 참가자들
ⓒ 김교진

40여일 이상 계속된 국제반전평화순례단 스톤워크코리아 2007(STONE WALK IN KOREA 2007) 행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15일 임진각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비석을 세우고 나면 남한에서의 걷기행사는 마무리된다.

한국과 일본, 미국. 국적은 달라도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사람들이 부산에서부터 임진각까지 몸으로 비석을 끌고 왔다. 맨몸으로 걷기도 힘든 거리를 1톤 비석을 수레에 끌며 평화를 기원하는 행사를 벌인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스톤워크코리아 순례단이 서울을 떠나 경기도 고양시에 들어가는 지난 11일에 순례에 참가했다.

평화의 비석과 함께 나도 걸었다

이날 오전 9시 30분.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서대문형무소역사기념관 앞에는 이미 순례단이 모여 있었다.

땡볕이 내리쬐었다. 잠시 후 스톤코리아 한국측 진행자인 강제숙씨의 사회로 이날 행사를 시작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씨는 스톤워크코리아 행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안내말을 해주었고 일본말과 한국말로 행사를 진행했다.

"1999년 미국에서 시작한 '스톤워크 운동'은 피폭 60년인 2005년 여름 원폭으로 희생당한 사람이나 여러 전쟁으로 희생당한 사람들을 추모하고 평화를 호소하기 위해 나가사키에서 히로시마까지 1톤의 비석을 끌며 행진했습니다. 비석은 길이 1.6m, 폭 1m, 속 15㎝로 약 1톤이며 손수레와 함께 총 중량은 2톤이었습니다. 나가사키에서 히로시마까지 약 600㎞ 운반해 히로시마에 세웠습니다.

스톤워크 인 재팬(STONE WALK IN JAPAN)은 미국의 평화단체인 '피스아비'(평화를 위한 수도의 집)와 '피스플투모로우즈'라는 단체와 함께 일본 찬동자 1500여명, 미국에서 수십 명이 행진에 참가했습니다. '스톤워크'는 피스아비가 시작한 운동으로 미국에서 시작돼 2005년이 5번째였고, 지금까지 미국·영국·아일랜드 등지에서 많은 시민들이 참가했습니다."

▲ 서대문형무소앞에 선 스톤코리아2007 순례자들.
ⓒ 김교진
▲ 순례를 시작하기 전에 모임을 갖고 있다
ⓒ 김교진
피스아비의 돗 월슈는 "무거운 돌을 한 사람의 힘으로는 간단히 움직일 수 없습니다, 평화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나라, 여러 민족, 시민들과 손을 잡고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고 협력을 요청하였습니다.

'STONE WALK IN JAPAN 2005'에 참가한 사람들은 미국인들이 일본의 원폭 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하여 온 것처럼 일제시대 때 일본이 한국에 저지른 죄를 사죄하기 위하여 'STONE WALK IN KOREA 2007'를 계획하였습니다. 그래서 일본 각지에서 모금을 하여 비석을 만들어 한국에 가져왔습니다."

스톤워크코리아2007의 소개가 끝나고 순례자들은 비석에 손을 대고 묵념했다. 순례자중에 목사님이 기도와 묵념을 했다.

"여러 나라 여러 민족이 함께 천천히 굴려야 합니다"

"이 곳 서대문형무소역사기념관은 일제시대 때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고통 받은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오늘 일본사람들이 잘못을 뉘우치기 위해 왔습니다. 이 뜻 깊은 장소에서 저희들은 다짐합니다. 다시는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리고 다시는 무고한 사람들이 죽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칠 것을 다짐합니다."

기도와 묵념이 끝난 후 순례자들은 비석을 실은 수레를 앞에서 당기고 뒤에서 밀며 순례를 시작했다. 순례단 앞에는 삿갓을 쓰고 검은 승복에 지팡이를 짚은 재일동포 2세 조소한 스님이 섰다. 미국인 여성 참가자 2명은 앞에서 수레를 끌었다. 맨 뒤에는 일본 승려들이 북을 두드리며 따랐다.

사진을 찍으며 순례단의 뒤에서 걸었다. 순례단은 서대문 형무소를 나와 1번 국도를 따라 걸었다. 재일동포 배동록씨는 한복을 입고 한반도기를 들고 걸으며 길가에 나와 순례단을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스톤워크코리아를 소개하는 안내장을 열심히 나누어주며 걸었다. 거리의 사람들은 수레를 끌며 북을 치고 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오전부터 더운 날씨였지만 순례단은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걸어 낮 12시경 구파발역 부근에 도착했다. 순례단은 구파발역 부근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점심밥을 먹은 후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순례를 계속했다.

오후 순례. 미국참가자 중 1명이 수레를 한번 끌어보라고 권했다. 수레를 끌며 걸으면 이들의 고행에 잠시나마 동참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끌기로 했다. 여러 사람이 밀고 끄는 수레이므로 힘들지는 않았지만 섭씨 30℃ 가까운 더운 날씨에 바람조차 없어서 땀이 많이 났다.

일본말을 못해서 일본사람들과는 전혀 대화를 하지 못했다. 머리가 하얀 나이 많은 미국여성 참가자 2명과 짧은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을 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일본어도 공부해둘 것을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옆 나라 일본에 대해 아는게 무엇일까 반문해보았다. 거의 없었다.

스톤워크코리아 2007에 참가하는 미국과 일본 사람들은 사비를 들여 온 사람들이다. 일본 순례자들에는 젊은 사람들도 여럿 있었는데 이들은 자기들의 할아버지 세대들이 저지른 죄를 대신하여 사죄하러 왔다.

일본의 일부 정치인이나 일본 우익들이 일본의 아시아 점령이 정당하다거나 위안부, 징용, 학살이 없었다는 망언을 계속하고 있어서 주변국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일본인들이 그런 시각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의식 있는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이러한 정치인들과 우익인사들의 언동을 견제하고 있다. 필요한 것은 의식 있는 시민들과 연대하여 일본이 잘못된 길을 가지 않게 막는 일이다.

일본인을 따라 한국어로 외친 "전쟁반대 평화통일"

▲ 한국어와 일본어로 '사죄와 우호,평화를 위하여', 영어로 unknown civilians killed in war이라고 쓰여진 비석.
ⓒ 김교진
▲ 순례단이 1톤짜리 비석을 실은 수레를 밀고가고 있다
ⓒ 김교진
점심식사 후 3시간을 걸어 고양시청에 도착했다. 도중에 10여분의 짧은 휴식시간이 있었을 뿐 순례자들은 앞만 보고 수레를 끌었다.

그래도 한국적인 풍경이 나타나면 순례자들은 걸으면서 유심히 쳐다본다. 구파발에서 고양시로 향할 때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북한산을 본 일본 여성이 서툰 한국말로 산 이름을 물어본다. "북한산"이라고 말했더니 "멋있다"는 감탄이 나온다.

사람이 걷기만 하면 금방 싫증이 난다. 흥이 나는 음악이 있다면 힘든 것을 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순례단 수레에는 음악을 틀을 수 있는 시설이 되어있다.

순례단에게는 공식 노래가 있다. 새희망을 다짐하는 노래 '데오라'는 9.11 테러로 숨진 데오라라는 여자가 쓴 노랫말에 아버지가 곡을 붙인 노래로 스톤워크코리아2007의 주제곡으로 내내 불려졌다.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 힘이 안 날 때는 한국말로 '전쟁반대 평화통일'을 외치며 걸었다. 처음에는 구호를 외치는 게 쑥스러워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일본인 참가자들이 쉬지 않고 한국말로 외치는데 정작 한국인인 내가 안한다는 게 이상해서 큰소리로 '전쟁반대 평화통일'을 외쳤다.

어느덧 목적지인 고양시청에 도착했다. 시장과 공무원을 만나 인사하고 순례의 취지를 설명할 수 있을까 기대를 했지만 순례단을 맞은 것은 경비원뿐이었다.

수레를 고양시청 주차장에 세워두고 다음날 아침에 그 자리에서 출발하려고 하였으나 주차장이 차들로 꽉 차있어서 수레를 세워둘 수 없다며 경비원은 고양시청에서 조금 떨어진 공영주차장에 수레를 세워놓으라고 안내했다.

수레를 세워 놓고 순례단은 고양시청에서 멀리 떨어진 수유아카데미하우스에 가서 숙박을 하기로 되어 있어서 그곳으로 떠났고 나도 하루 동안의 짧은 순례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웃나라 사람들과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전쟁이 없는 세상은 가능한지에 대한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이웃나라에 의지해 살아가는 공동체"

▲ 수레뒤에서 북을 치고 경을 외우며 걷고 있는 일본 승려들.
ⓒ 김교진
▲ 순례단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 김교진
작년 겨울 생명평화탁발순례에 며칠 참여한 적이 있었다. 한국사회의 정신적인 변혁을 위해 전국을 순례하는 탁발순례단은 매일 생명평화를 위해 백 번 절을 하며 100가지 기원을 올리는 데 이웃나라에 관하여서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어 소개한다.

"우리나라는 이웃나라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국가공동체임을 마음에 새기며 서른두 번째 절을 올립니다. 이웃나라를 불안하게 하는 내 나라 중심의 이기적 삶을 버리기 위해 쉰다섯 번째 절을 올립니다. 이웃나라의 개성과 가치의 존귀함을 존중하고 감사하며 예순 번째 절을 올립니다. 한반도의 전쟁을 방지하고 이 땅의 평화를 위해 비폭력적 실천으로 앞장 설 것을 다짐하며 아흔한 번째 절을 올립니다."

내가 변해야 남도 변할 수 있고, 너에 의지해서만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세상은 평화로울 수 있을 것 같다.

▲ 순례단이 무악재고개를 힘들게 오르고 있다.
ⓒ 김교진

덧붙이는 글 | 미디어다음에도 보냅니다


태그:#스톤워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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