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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댄스 학원의 여름 캠프 프로그램
ⓒ 김윤주
오늘(6월 5일)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여름방학을 했다. 이제 꼬박 2개월 반 이상을 학교에 가지 않고 놀게 되었다는 뜻이다. 학급 소집일도 없고, 비상 연락망도 없고 심지어 방학 숙제도 없다. 오늘로서 이제 한 학년이 완전히 끝났고, 담임선생님과도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방학하는 날 아이들이 들고 오는 각종 인쇄물에는 방학 숙제가 적혀 있는 것이 아니라 2007년 가을부터 2008년 여름까지의 새 학년 1년 스케줄과 준비물 목록이 빼곡히 적혀 있다. 개학하는 8월 22일까지 쭉 게으른 여름을 즐기다가 개학날에는 새 교실로 가서, 새 담임선생님, 새 학급 친구들과 함께 새 학년을 시작하게 된다.

주마다 많이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미국은 여름방학이 매우 길다. 미국의 동남부에 위치한 버지니아 주의 경우, 방학이 모두 세 차례 있는데, 겨울방학이 12월말에 2주 정도, 봄방학이 4월초에 1주일쯤, 그리고 여름방학은 6월초부터 8월말까지 2개월 반이 넘는다. 공립 초·중·고등학교의 이야기다.

수영, 승마, 배구... 다양한 미국의 여름 캠프

기나긴 여름방학을 효율적으로 보내려면 늦어도 한 학년이 끝나가는 5월 즈음에는 여름 캠프(summer camp) 계획을 세워야 한다. 집에서만 보내기엔 여름 방학이 너무 길고 지루한데다 맞벌이 부모의 경우 방학 기간에도 아이들을 맡길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름 캠프에 관한 정보를 얻는 통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학교를 통해 안내 자료들이 오기도 하고, 동네 도서관에 가면 자료들이 널려 있기도 하고, 집으로 배달되어 오기도 하며, 인터넷을 통해 알아볼 수도 있다. 커뮤니티 센터나 YMCA, 교회, 대학, 각종 사회복지 기관이나 단체, 문화센터 등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장소도 다양해서 유치원이나 초·중·고교· 대학, 교회, 사설기관, 공원 등에서 수업이 진행된다.

캠프의 종류는 연령대별로 나누어져 있는데 아주 다양하다. 수영, 승마, 배구, 태권도, 요가, 발레, 만들기, 그리기, 음악, 자연관찰, 글쓰기, 외국어, 연극, 사진, 요리, 케이크 데커레이션, 농구, 테니스 등. 클래스의 제목만 보아도 정말 재미있을 거 같은 프로그램이 많기도 하다. 각 캠프의 담당자는 지역 교육청 소속 공립학교 교사인 경우도 있고,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한 경우도 있고, 자원봉사자들로 이루어진 경우도 있다.

오전이나 오후 시간대에 2~3시간 정도 진행하는 반나절짜리 클래스도 있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거의 온종일 진행하는 캠프도 있다. 맞벌이 부모가 선호하는, 데이케어 성격을 띤 종일반 캠프들도 있고 애초에 개설되기는 반나절 프로그램이지만 추가 비용을 지불할 경우 종일 아이들 맡아 주는 것도 있다.

대개 1주일 단위로 개설되어 있는데, 수강료는 1주에 70달러에서 150달러 정도가 보편적인데 200~300달러에 육박하는 캠프도 꽤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캠프나 저렴한 캠프도 있기는 하지만 다양하지 않은 데다, 셔틀버스가 없으므로 보호자가 교통편을 제공해야 한다. 또 간식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집에서 준비해 보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저렴하면서 질 좋은 캠프나 인기 많은 캠프는 일찌감치 자리가 차 버리므로 마음에 드는 클래스 등록을 위해선 부지런히 알아보고 서두르는 게 좋다.

미국에서도 사교육비 걱정은 존재한다

▲ 외국어 학원의 여름 캠프 프로그램
ⓒ 김윤주
미국은 아이들 천국인데다 교육 환경 또한 선진국답게 갖춰져 있어서 사교육비 걱정 없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믿음을 안고 많은 이들이 미국으로 건너오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교육 시설이나 자연 환경, 사회적 분위기가 어린이에게 친근한 환경으로 조성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곳에서도 사교육비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들을 맡기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은 한국보다 더하면 더하지 절대로 덜하지 않다. 아침부터 엄마나 아빠의 퇴근 시간인 저녁까지 온종일 2개월이 넘게 아이를 맡기려면 그 비용은 우리 돈으로 100만원~160만원 정도이고, 게다가 아이가 둘 이상이라면 비용은 훨씬 더 늘어난다.

전업주부인 엄마가 아이들을 돌본다 해도 온종일 아이들과 씨름하며 길고 더운 여름을 보내는 일이 쉽지 않으므로, 교육적 측면이나 엄마와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여름 캠프 몇 가지는 골라 등록해야 하는데 그 경우에도 비용은 만만치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처럼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등 교과목 수업을 위한 학원에 다니느라 사교육비를 들여야 한다거나, 심지어 다음 학년 선행 학습을 위해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방학을 온통 학원에서 보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교과 학습을 위한 캠프들도 있기는 하지만 순수한 '재미'를 위한 다양한 과외 활동과 여가 활동으로 이루어진 캠프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 편에서는 실제 경험했던 몇 가지 여름 캠프의 구성과 내용에 관해 살펴볼 계획입니다. 여기는 미국의 버지니아 주입니다.


태그:#미국, #여름캠프,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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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넘나드는 여행을 통해 시대를 넘나드는 기호와 이야기 찾아내기를 즐기며,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인문학자입니다. 이중언어와 외국어습득, 다문화교육과 국내외 한국어교육 문제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대학교수입니다. <헤밍웨이를 따라 파리를 걷다>, <다문화 배경 학생을 위한 KSL 한국어교육의 이해와 원리>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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