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올드 플레이어,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에 이어서 씁니다.

마지막으로 펼쳐질 철의 장막

같은 시대를 공유한 브라질 최고의 풀백 두 명도 나란히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바로 호베르투 카를로스(33)와 카푸(36)가 그 주인공. 강산이 변할 만큼의 세월동안 꿋꿋이 자리를 지켜 온 두 선수들이지만 세월의 흐름은 막을 수 없었다. 이번 월드컵은 카푸의 환상적인 오버래핑과 카를로스의 전광석과 같은 프리킥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대회가 될 전망이다.

이탈리아 카테나치오의 중심 축 칸나바로(33)와 돌아온 레 블뢰의 철벽 튀랑(34)의 마지막 활약도 기대된다. 중앙수비수로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신장(176cm)이지만 놀라운 점프력과 강력한 대인 견제로 중앙수비수의 또 다른 기준을 제시한 칸나바로는 이번 월드컵에서 마지막으로 빗장수비를 조율한다.

지단과 함께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가 복귀한 튀랑 역시 이번엔 오른쪽 풀백이 아닌 중앙수비수로 나서 마지막 월드컵 무대를 준비할 전망이다.

노장 수비수를 언급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우리 선수도 있다. 바로 최진철(35). 2002년 월드컵에서 탈진하면서도 비에리를 막아내던 투혼은 결코 잊을 수 없다. 이 밖에도 아르헨티나의 오른쪽 풀백 자네티(33), 파라과이의 핵심 센터백 가마라(35)도 마지막 월드컵을 기다리는 단련된 수비수들이다.

끝을 알 수 없는 수문장들의 경쟁

▲ 노장선수로만 꾸려 본 베스트11. 세계올스타가 따로 없다.
ⓒ 안희조
마지막으로 골키퍼. 다른 필드 플레이어에 비해 다소 선수생명이 긴 수문장들이기에 유난히 노익장을 과시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개최국 독일의 레만(36)과 칸(36). 69년생 동갑내기인 칼과 레만은 오랜 세월동안 대표팀 수문장 경쟁을 펼쳐왔지만 승리의 영광은 대부분 칸의 몫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승리의 주인공이 바꿨다.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이 칸 대신 레만을 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낙점한 것.

프랑스의 쿠페(34)와 바르테즈(35)도 비슷한 처지다. 98프랑스 월드컵 우승 등 항상 프랑스 대표팀의 골문을 지키며 영광을 함께 한 바르테즈였지만 마지막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 자신보다 한 살 어린 골키퍼 그레고리 쿠페에게 주전을 내줄 위기에 처해있다.

하지만 독일이나 프랑스의 수문장 경쟁 모두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본선이 열리기 전까지 노장 골키퍼들의 피말리는 승부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는 달리 네덜란드의 지존 반 데 사르(36)의 입지는 여전히 탄탄하다. 1995년 대표팀에 데뷔한 이래 단 한 차례도 주전 골키퍼 자리를 내주지 않았고 이번 월드컵 역시 마찬가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키퍼로서 녹슬지 않는 기량을 여전히 과시하고 있으며 다가올 월드컵에서 야신상까지 기대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아름다운 마지막을 기약한다

지단은 지난 26일 BBC, AFP 등 주요 외신들과 한 인터뷰에서 "2006 독일월드컵이 끝나면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단은 지난 11일 독일 키커지와 한 인터뷰에서 "이번 월드컵이 내 마지막 도전이란 것은 분명하다. 대표팀에서 위대하고 아름다운 성공을 거두고 은퇴하고 싶다"고 월드컵에 임하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비록 지단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아쉬움과 비장함이 교차하는 순간을 후회 없는 기억으로 남기기 위한 노장 선수들의 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제는 떨어져 내리는 별똥별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항상 눈부신 빛을 뿜어낸 이들이었기에 그 마지막 섬광 역시 화려하게 빛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06-04-27 09:16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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