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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명성황후'의 주인공 이태원씨
ⓒ 유영수
요즘 공연티켓 예매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뮤지컬 부문에서 단연 압도적인 예매율로 선두를 지키고 있는 작품이 있다. 아직 공연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그 명성에 걸맞게 벌써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 '명성황후'가 그 주인공이다.

3월 11일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명성황후'의 여주인공인 이태원씨를, 그녀의 단골 맛집이라는 퓨전레스토랑 '무비(MUVI)'에서 만났다. 휴일임에도 인터뷰에 기꺼이 응해준 그녀는 주일 예배를 마친 후 교회 내 뮤지컬 팀과 연습을 마치고 약속장소로 바쁘게 왔다고 전한다.

레스토랑 무비는 한자로 '無比', 견줄 바가 없다는 뜻에 걸맞게, 실내인테리어나 음식의 맛 그리고 종업원들의 서비스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고급레스토랑이었다. 격조 높은 분위기의 실내는 은은하면서도 화려한 느낌이 묻어나는 가족레스토랑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예약한 음식이 나오기 전 간단하게 인터뷰를 시작했다. 다음 스케줄이 있어 충분한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닭 가슴살을 간장에 담그고 매운 맛을 내기 위해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 고명으로 얹은 스파이시 치킨(왼쪽)은 채 썰어진 오이와 곁들여 먹으면 담백한 맛이 느껴진다. 망고크림 새우(아래)는 음식이름에서처럼 약간은 느끼할 수도 있겠으나, 양념을 한 후 재워놓았다가 180도에서 튀겨내 비린내를 제거했기에 그리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 망고소스의 맛이 독특하다.
ⓒ 유영수
- 공연 오픈을 코앞에 두고 계신데 요즘 근황과 소감은 어떠신지.
"지난주까지 '넌센스 잼보리'를 공연할 정도로 계속 무대에 서고 있었기에 특별한 감흥이 있진 않아요. 바쁜 일정 때문에 충분히 연습을 하지 못했는데 다른 배우들이 모두 워낙 잘하셔서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다만 많은 연습량으로 다들 지친 상태이기에 혹시나 다치지는 않을까 염려가 되는 것뿐이죠."

- 오랫동안 반복해서 출연하고 계신데도 따로 연습이 필요한가요?
"당연하죠. 무대에서의 공연만이 필요한 건 아니고요. 무대에 맞게 몸을 익히는 게 중요합니다. 충분한 연습을 통해 필요한 만큼의 움직임과 적당한 에너지를 조화시켜, 편안한 상태로 무대에서 표현돼야 하는 거죠."

- 연출(윤호진), 원작(이문열), 작곡(김희갑), 작사(양인자) 등 우리나라 최고의 스태프로 이뤄진, 가히 드림팀으로 구성된 대작에 매번 빠지지 않고 캐스팅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그동안 5명의 여배우가 명성황후 역을 번갈아가며 연기했는데 그중 저만 재미교포입니다. 교포들은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 '아리랑'이나 '그리운 금강산' 같은 노래 하나를 불러도 애절하게 다가오지요. 그만큼 저 또한 고국과 고국에서 연기하는 작품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는 말씀입니다. 브로드웨이 활동을 과감히 접고 11년 전 명성황후를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보시면 되겠죠.

그리고 제가 워낙 에너지가 강해서 '무대에서 이태원을 따라갈 만한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다른 배우들은 보통 4~5년 정도 같은 작품을 하면 힘들어서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 이제 명성황후로 활동하신 지 10년을 훌쩍 넘기고 계신데, 다른 새로운 대작으로 방향을 바꾸실 생각은 없는지.
"명성황후는 지금의 저를 있게 만들어준 발판입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다른 작품을 병행해 나가면서 명성황후는 꾸준히 연기하려 합니다. 장기집권이라 욕하셔도 할 수 없답니다(웃음).

오래 이 역을 하다 보니 명성황후와 제가 많이 닮았다는 생각도 점점 들고요. 모두들 강한 여자라고 생각하시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명성황후에 대한 연민을 많이 느끼곤 하지요. 제가 아이가 없어서 그녀에 대한 동질감을 더 진하게 가진다고도 볼 수 있죠."

▲ 맛있는 표정으로 차려진 음식을 먹고있는 이태원씨. 그녀의 나이를 전혀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좋은 피부를 가지고 있다.
ⓒ 유영수
- 또 한 사람의 주연 여배우 이상은씨와는 개인적으로 친하신지. 그리고 그녀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처음 만났기 때문에 그리 친분이 두텁다고는 볼 수 없겠죠. 다른 배우가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제가 가시 돋친 장미라면 이상은씨는 청초한 수선화에 비유할 수 있지 않으냐고. 저는 무척 강하고 직선적인 반면 상은씨는 여린 편이라 관객들이 뮤지컬을 보시면서 애처로움을 많이 가지실 거예요. 저한테선 전혀 느낄 수 없는 감정이죠."

- 더블캐스팅돼 이상은씨가 부담이 클 수도 있겠습니다. 이태원씨는 워낙 오랜 기간 명성황후 역을 해오셨고 또 베테랑 연기자시니까요.
"아무래도 부담이 없진 않겠죠. 하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배우가 어디 있나요. 저도 처음엔 마찬가지였고요. 시간이 지나면 나날이 발전해 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 조급해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 뮤지컬 배우로서 자신만의 매력이나 장점을 말씀해 주십시오. 보완해야 할 아쉬운 점도 한 가지 덧붙인다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에너지가 강하고 모험심 또한 센 편입니다. 그리고 무대에서 솔직하게 저를 보여줍니다. 잘하든 못 하든 상관하지 않고 말이죠. 그게 좋은 결과로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그렇다면 연출자의 의도와 어긋나지는 않을까요?
"그건 아니죠. 연출자의 의도에 최대한 맞추는 가운데서도 저 자신이 자연스레 표현될 뿐이니까요. 그래서인지 연출자들로부터 '때 묻지 않았다'는 말을 듣곤 합니다."

ⓒ 유영수
- 독실한 크리스천이고 온누리교회에서 뮤지컬 퍼포먼스 팀을 맡고 계시다고 알고 있는데, 요즘도 여전히 활동하고 계시는지요.
"오늘도 그 팀원들과 연습과 미팅을 하던 중 여기로 달려온 겁니다. 아버님이 목회자셨고 남편 또한 신앙에 대해 같은 비전을 가지고 있죠. 요즘은 공연을 할 때 크리스천 연기자들을 모아놓고 함께 기도하면서 연기를 합니다. 처음엔 3~4명이었던 사람들이 공연 막바지에 이르러선 10여 명으로 불어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 들죠."

- 대중가수를 포함한 유명 연예인들의 뮤지컬계 진출이 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출중한 실력이 있다는 전제하에 그들에게도 똑같은 기회가 주어져야 하겠죠. 다만 지금처럼 젊고 예쁜 연예인에게 국한되면 안 될 것이고, 외국처럼 실력만 받쳐준다면 어느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헤드윅'의 조승우씨 연기 정말 잘했습니다. 물론 다른 주인공들도 못지않게 뛰어났고요. 실력과 유명세를 겸비했다면 제가 제작자라도 승우씨를 캐스팅 안 하곤 못 배길 걸요."

▲ 남편 방정식씨와 다정한 포즈를 취한 이태원씨. 인터뷰 내내 볼 수 없었던 편안한 미소가 그녀에게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순간이다.
ⓒ 유영수
어느 정도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차례로 음식이 테이블 위에 놓인다. 깔끔하면서도 맛깔스런 이곳의 음식들은 메뉴 하나하나가 다 정성스레 차려진 요리 그 자체라 표현해도 될 정도다. 고급스런 인테리어와 담백한 음식의 맛은 잘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내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 뮤지컬배우들도 대중들 앞에 서야 한다는 점에서 연예인과 다를 바가 없는데, 그만큼 몸매관리에 신경이 많이 쓰이지 않나요?
"당연히 신경은 쓰이죠. 저 같은 경우에는 많이 먹는 편은 아니지만 공연이 끝나고 나면 늦은 밤에 배고파서 먹어야 할 경우가 많아 관리해야 하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마사지 특히 전신마사지를 꾸준히 받으려 노력하고 있고, 운동도 계속 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는 않네요. 제 남편은 우리 집 베란다를 꽉 채울 만큼 헬스기계를 많이 갖다놓고 철저히 운동을 하는 편이죠. 제가 배워야 할 부분입니다."

- 가족관계에 대해 팬들에게 소개해 주신다면.
"아시다시피 결혼한 이후 남편과 시어머님, 그리고 미혼일 때 제 단짝이었던 강아지 세 마리와 동거하고 있죠. 연하의 남편과 사니까 젊은 기를 많이 받아서 그런지 쳐지지 않고 아주 좋습니다. 남편이 워낙 잘해주니까 부러울 게 없을 만큼 결혼생활도 행복하고요."

▲ 한우고기를 숙성시킨 후 숯불에 구워내 허니머스터드 소스를 뿌린채 나온 네기스테이크(윗쪽)는 폰즈소스를 살짝 찍어먹으면 그 맛이 더욱 진하게 다가온다. 해산물야끼우동은 풍부한 해산물 맛을 국물없는 상태에서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메뉴이다.
ⓒ 유영수
- 결혼하신 이후론 강아지들이 애정을 덜 받아서 조금 서운해 하겠네요.
"전혀 그렇지 않답니다. 오히려 남편이 '나는 개만도 못하다'며 농담조로 푸념을 털어놓기도 할 정도인 걸요. 결혼했다고 저랑 침대에서 같이 자던 강아지들이 금방 침대를 양보하겠어요?"

자신의 휴대폰 액정화면에 저장된 강아지 사진을 보여주며 '너무 예쁘죠?'라고 묻는 그녀의 표정을 보니, 얼마나 강아지들에 대한 애정이 깊은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 외국에서 생활하다 귀국하셔서 시어머니까지 모시고 사는 게 쉽지는 않았을텐데요.
"(웃으며) 저는 모든 사람을 스스럼없이 편하게 대하는 스타일이라 어머니하고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그 당시 특별히 고민하고 그러지는 않았어요."

- 남편 방정식씨도 뮤지컬 배우신데 혹시 '유린타운'을 공연하시면서 만나게 되셨나요
"엄밀히 말하면 공연하면서가 아니라 오디션을 볼 때라고 해야 맞겠죠. 남편이 오디션을 보러 왔을 때 저는 심사위원으로 앉아 있었으니까요.

- 그럼 그때부터 점찍어 놓으신 건가요?
"아니에요. 나중에 얘기를 들어서 알았을 뿐 기억도 안 나는 걸요. 남편이 몇 년 동안 계속 '대시'해서 결혼하게 된 겁니다."

- 남편 분에게 애교도 많이 부리시는 편인가요.
"어리광이 많은 편입니다. 그런 제 모습에 사람들이 굉장히 놀라곤 합니다. 남편만 좋아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 만난 지 30분만에 마주앉은 사람을 편안하게 이끌고 자신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이태원씨.
ⓒ 유영수
- 가스펠 앨범을 내신 적이 있는데 본격적으로 대중적인 앨범을 내실 계획도 갖고 계신가요.
"음악에 관한 한 저는 그 어떤 장르도 가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영화음악에도 관여했었고요. 이번에 영화에도 출연을 합니다."

- 어떤 작품인가요.
"이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송윤아씨가 주연으로 나오는 스릴러물인데요. 제가 심리치료사로 출연하죠. 3월 중순께 크랭크인돼서 7월경에 개봉할 예정입니다."

- 브로드웨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신 경력이 있으신데 다시 그쪽에서 연기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아직도 거기에 제 에이전트가 그대로 있습니다. 좋은 작품이 맡겨지고 여건이 허락된다면 언제든지 그럴 용의는 있죠. 하지만 지금은 결혼을 한데다 강의도 맡고 있어서 쉽지는 않을 듯하네요."

- 아예 외국에서 사실 생각은.
"남편이 싫어해서 그렇게는 안될 것 같아요."

▲ 품격이 느껴지는 은은하고도 멋스러운 실내인테리어. 등 하나 문짝 하나에서도 주인의 섬세한 손길을 느낄 수있다.
ⓒ 유영수
- '명성황후'의 중국진출이 5월로 예정돼 있는데 어떻게 준비하고 계시며 감회는 어떤지.
"매년 외국으로 나가 공연을 해왔기에 별다른 감흥은 없고요, 준비 또한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장소만 달라질 뿐 똑같은 공연을 하는 거니까요."

- 한국어로 대사를 하는 경우 내용전달이 쉽지는 않을 텐데요.
"그런 문제 때문에 영국에서는 영어로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외국 주최 측에서 '당신들의 문화를 접하고 싶어 공연을 보는 건데, 당연히 대사도 당신들 말로 해달라'고 요구해서 그 이후론 당당히 한국어로 공연을 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녹차아이스크림이 디저트로 준비된다. 약간은 느끼할 수도 있을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아이스크림은 녹차의 맛이 진하게 느껴진다.

▲ 디저트로 맛본 녹차아이스크림. 녹차맛이 깊게 느껴져 마치 진한 맛의 쑥떡을 먹은 듯하다. 아래 사진처럼 팥을 얹어 먹으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도 있겠다.
ⓒ 유영수
1시간 반 정도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는 자연스럽고 화기애애한 가운데 이뤄졌다. 그녀의 매력 중 하나라 할 대단한 친화력 덕분이었을까. 처음 만난 지 30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기자는 벌써 그녀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고, 낯선 사람에게 느낄 법한 어색함이나 거리감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깔끔한 성격이라 역시 깔끔한 식당에서 식사하기 좋아한다는 그녀는, 인터뷰를 끝내기가 무섭게 냅킨을 가지런히 접어 식사하기 전과 똑같은 상태로 정리해 놓는다. 한식을 좋아한다는 그녀는 특히 찌개류를 즐겨 먹는다고 한다.

▲ 칸칸이 마련된 룸에서는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하며 식사를 할 수도 있는 특혜가 주어진다.
ⓒ 유영수
얼마 전 배우 김명곤씨가 문화부장관으로 발탁된 것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금시초문이란다. 나중에라도 혹시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제 국적 때문에 그런 일은 없겠지만 여러 가지 여건이 허락하는 상황에서 제의가 들어온다면 맡아서 할 생각은 있다'고 당당히 말한다. 그녀는 정치와 사업 모두에 관심이 있다고도 했다.

활기 넘치고 유쾌한 배우 이태원씨와 한, 맛있는 퓨전레스토랑에서의 인터뷰는 데이트라 표현해도 좋을 만큼 흥겨웠다. 언제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기분 좋은 만남이었고, 그녀의 공연이 벌써 기대된다. 에너지 넘치는 그녀의 무대모습을 지켜볼 생각에 행복한 마음이 충만해진다.

덧붙이는 글 | 퓨전레스토랑 '무비'는 서울 종로구 수성동에 있는 서머셋팰리스 호텔 2층에 자리잡고 있다.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http://blog.naver.com/grajiyou)에도 올려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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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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