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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퍼드로 보이는 군견 2마리가 나체의 이라크인 포로를 위협하고 있다.
ⓒ 뉴요커 홈페이지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벌어진 미군의 포로학대에 관해 새로운 증언과 사진들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인 타임 최신호(10일)는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서 미군이 수감중인 이라크 여성 한 명을 주기적으로 성폭행했다는 한 수감자의 증언을 소개했다.

지난해 7월부터 7개월동안 아부 그라이브에 감금됐던 무하마드 유니스 하산은 "내가 수감된 감방의 반대편 바닥에서 간수들이 주기적으로 한 이라크 여성을 성폭행했다"며 "나도 감방 철창에 손이 묶인채 눈을 찔려 3개월동안 제대로 볼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 여성 미군(린디 잉글랜드 일병으로 알려졌다)이 나체 상태인 한 수감자의 성기를 가리키는 모습을 찍은 사진 속의 피해자도 증언에 나섰다. "사진 속의 남성이 바로 나"라고 밝힌 하이더 사바르 알-압바디는 지난해 11월 벌어진 포로 학대에 대해 자세하게 말했다.

그는 "누군가의 입이 내 성기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내 머리에 씌워져 있던 두건을 벗겨졌을 때 그가 내 친구인 것을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한 여성 미군이 가슴을 드러낸 상태에서 나는 자위행위를 하도록 강요당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 장면들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다"며 "나는 이 교도소에 9개월간 수감된 동안 기소되지도 않았고 정식 심문을 받지도 았았다"고 말했다.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를 거쳤다는 나빌 샤카르 압둘 라자크 알-타이예는 미군들이 지난 3월까지 수감자들을 폭행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미군 당국은 올 1월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뒤로는 포로 학대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포로 학대에 대한 54쪽 분량의 미군 보고서를 단독 보도해 성가를 올렸던 뉴요커도 또 다른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은 완전 나체의 한 이라크인 수감자가 세퍼드로 보이는 군견 2마리에 의해 위협당해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잔혹한 비디오 미 상원에 공개될 것"

뉴스위크의 이날 보도는 지난 7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 도널드 럼스펠드 장관이 한 발언과 일치한다. 럼스펠드 장관은 "포로들에 대한 육체적 폭력, 야만적이고 새디스트적이며 잔인하고 비 인간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더 많은 사진과 비디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디오의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외신들은 여성 수감자와 어린 이라크 소년을 상대로 한 강간, 수감자 살해 등의 장면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도했다.

존 워너 미 상원 군사위원장은 "미 국방부에 아직 공개되지 않은 학대 사진들을 공개할 것을 촉구해 승인을 얻었다"며 "군 수사관들이 이 사진들을 비공개로 의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의원들은 이를 보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척 헤이글 상원 의원은 이날 미 CBS 방송에 출연해 "이번 스캔들이 확대될 경우 럼스펠드 장관과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은 자리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몇 주간 조지 부시 대통령은 아주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드워드 케네디 민주당 상원의원과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등도 럼스펠드 장관의 사임을 촉구했다.

그러나 대다수 공화당 의원들은 럼스펠드가 장관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콘돌 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딕 체니 부통령 등도 "럼스펠드 장관은 미국 역대 국방장관 중 최고의 장관"이라며 그를 옹호하고 있다.

포로 학대 군인들 첫 군사재판

한편 미군은 9일 아부 그라이브 포로 학대 사건과 관련해 제 372 헌병대 소속 제레미 시비츠 상병에 대한 특별 군사재판이 오는 19일 바그다드에 열린다고 말했다. 시비츠 상병은 수감자 학대 공모와 수감자 보호의무 태만, 수감자 학대 및 잔혹행위 등 3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시비츠 상병은 유죄가 확정될 경우 1년의 징역형, 이병으로의 강등, 강제 제대, 벌금과 최고 1년간 급여 3분의 2 감봉 등의 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비츠 상병은 군사 재판에 회부될 7명의 병사 가운데 하나지만 이제까지 언론에 거의 이름이 소개되지 않았다. 그만큼 혐의가 적기 때문에 특별 군사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다른 6명의 병사들은 혐의가 커 일반 군사재판을 받게 된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마침내 9일 영국군의 이라크 포로를 학대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블레어 총리는 이날 프랑스 3 TV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 병사에게 잘못 대우를 받은 이들에게 깊이 사과한다. 이런 행위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일"이라며 "관련자들이 그렇게 끔찍하게 행동했다면 군법에 따라 처벌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블레어 총리는 "수치심을 불러일으킨 몇 명의 행동으로 다수가 이룬 공적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주 영국의 타블로이드 주간지 데일리 미러가 영국군이 체포한 이라크인에게 오줌을 싸는 등 가혹행위를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그동안 영국 국방부와 데일리 미러의 경쟁언론들은 "이 사진들이 조작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데일리 미러 외에 인디펜던트 등 여러 영국 언론에 의해 영국군에 의한 포로 학대 사실이 계속 공개되자 결국 사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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