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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3일 광주광역시와 서울을 오가는 4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을 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작은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아내와 난 결혼 후에도 장거리 여행끝에 만나는 주말부부였다. 한 번도 싸운 적은 없지만, 그래도 몇 번의 헤어짐과 만남의 갈등 속에서 결혼에 골인한 우리였기에 너무나 행복했다.

서른을 넘긴 결혼이었지만, 1년은 신혼을 즐기고 싶었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인지 결혼 후 한 달만에 아내가 아이를 임신했다. 처음에는 아내의 임신이 너무나 기쁘고 좋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뿐, 눈 앞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여자들은 현실감각이 빠른가 보다. 임신 직후의 아내는 직업이 불안정안 남편을 생각하며 과연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하는 우울감에 젖어들었다. 나 역시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요즘 시대에 단지 대학졸업장만으로 서른 둘의 나이에 안정적인 직장을 갖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아내는 입덧과 임신으로 인한 허리통증, 임신우울증을 경험하면서 5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나에겐 별다른 변화가 없고, 아내의 마음은 어찌해야할 줄 모를 정도로 변화가 많았다.

임신으로 인해 우리의 신혼은 사라지고, 아내와 난 2개월째 멀리 떨어져 있다.

전화통화나 만남은 떨어져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보다 아내의 짜증을 들어주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임신은 호르몬 분비의 변화를 준다고 하던데, 아마도 이것 저것 서운한 감정이 복받치는 모양이다. 그래도, 그녀의 깊은 마음 속에 사랑이 있다는 믿음과 아내의 고통을 생각하며 안타까워할 뿐...

임신하면 그런 심리적인 변화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산달이 가까워올수록 출산과 육아용품을 구입해야 하고, 산부인과의 병원비도 검사 위주라 의료보험혜택이 없기 때문에 비용이 만만치 않다. 또, 출산할 때, 병원비 등 이런저런 명목으로 100-150만원 가량이 필요하다.

결국, 저축해 놓은 돈이 없으면 빚을 내야 한다. 게다가, 우리에겐 출산 후 얼마 뒤 만료되는 전세계약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세금도 많이 올랐다. 또, 요즘은 아이 교육비가 황당할 정도로 많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앞 일이 걱정이다. 아니 걱정할 시간도 없다. 어떻게 해서든지 열심히 뛰어서 돈을 벌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성생활도 자유롭지 못하다.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아내, 조심스러운 태아의 건강, 그것은 때론 내게 성적인 욕구불만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약 8개월은 더 기다려야 한다.

한 선배가 남자의 바람은 아내의 임신중에 시작되는 경우가 흔하다면서 넌지시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내는 고통받고 있는데 함께 고통을 분담하지는 못할망정 다른 생각을 갖는다는 것은 배신이라는 생각에 허벅지를 꼬집으면서 참아야 한다. 또, 어쩌면 내가 성적인 욕구불만이라는 사실도 아내에게 미안한 일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살다보면 인생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 그것은 내 아내의 우울을 부추기는 현실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도 한눈팔지 말고 똑바로 살아가는 인생계획이 필요한 시점이 되고 있다.

그나마 나와 아내, 태아를 지켜주는 것은 오직 한 가지, 사랑이 아닌가 싶다.

연애과정에서의 갈등, 결혼준비 과정에서의 속상함, 그런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는가를 새삼 실감한다.

이 땅의 총각들에게 권하고 싶다. 만약 결혼을 할 생각이라면, 총각 때라고 낭비하지 말고 저축들 하시라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시라고.

결혼한다면, 설사 모자라고 불만족스러운 부분들이 있더라도, 상대방도 내가 느끼는 것과 똑같은 것을 느끼고 있음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고.

결혼 6개월째 접어드는 초보 유부남의 목소리지만, 정말이지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에는 상당히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적어도 한 번 뿐인 인생을 정말 가치있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결혼은 책임이 따르는 숭고한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정말 용기 있는 선택을 한 유부남녀들이 모두 대단하게만 느껴지는 결혼 반 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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