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베어스 이영하

두산베어스 이영하 ⓒ 연합뉴스

 
야구계에서 한동안 잠잠해지는 듯 했던 학교폭력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학교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이영하(두산 베어스)와 김대현(LG 트윈스·군 복무 중)이 법정 공방에 돌입했고, 김유성(고려대)은 2023 KBO 신인드래프트를 참가를 앞두고 있다. 최근 KBO리그에서 정상급 활약을 펼치고있는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은 국가대표 발탁 여부를 둘러싼 자격 논란에 휘말려있다.
 
하나같이 복잡한 이해관계가 맞물려있고 대중과 전문가들의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서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일들이다. 또한 이는 사회적 명분과 도덕성, 현실적 이익과 실리 사이에서 무거운 화두를 던지며 야구계가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영하와 김대현은 지난 8월 31일 고교 재학시절 학폭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됐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두 선수는 선린인터넷고 동기로 지난해 2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과거 고교 야구부 시절 이들에 의하여 폭력에 시달렸다는 폭로글이 게재되었고,.한 방송사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보도되며 큰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두 선수는 학폭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면서 소속 구단과 KBO는 일단 판단을 유보했다.
 
이후 후속 내용이 알려지지 않아 잠시 가라앉는 듯 했던 이 문제는, 피해자가 올해 초 스포츠윤리센터에 이를 신고하고, 해당 센터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경찰은 이달 초 조사를 매듭짓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약 2주만에 특수폭행, 강요, 공갈 등의 혐의로 두 선수에 대한 불구속 기소를 결정했다.
 
현역 스포츠 선수가 시즌 중에 재판에 넘겨지는 것 자체가 굉징히 이례적인 일이다. 두산 구단은 현재 이영하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재판이 끝날 때까지는 마운드에 다시 서기 힘들 것으로 보이기에 사실상 시즌아웃이다. 현재 군인 신분인 김대현은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게될 예정이다.
 
결론이 어떻게 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법정공방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은 분명해보인다. 이영하-김대현이 학폭 사실을 단호하게 부인하고 있는데다 관련자들의 증언 외에는 수 년 전의 학교 내에서 벌어진 사건을 확실하게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검찰 송치 이후 신속하게 불구속 기소 결정까지 내려진 것을 두고 무언가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영하-김대현 사건은 야구계에서 학폭 이슈를 재점화했을 뿐만 아니라, 야구계 내부의 윤리적 처분을 넘어서 법적 처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영하-김대현의 혐의가 인정된다면 프로와 아마추어 야구계 모두 학폭 사태에 대하여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비난을 받는 게 불가피하다. 반면 이들이 무혐의나 무죄로 판결이 난다면 학폭 이슈가 운동선수에게 있어서 잘못된 방식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울 수도 있다.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 ⓒ 연합뉴스

 
또한 이영하-김대현 사건으로 인해 덩달아 주목받게 된 것이 학폭 전력이 있는 김유성의 프로 지명 여부다. KBO는 오는 15일 2023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 야구부 소속의 2학년 김유성도 이번 드래프트에 참가할 예정이다.
 
김유성은 지난 2020년 8월 열린 2021 신인드래프트에서 NC 다이노스로부터 1차 지명을 받았으나 중학교 시절 학폭 가해 혐의로 받은 징계가 확인되면서 지명이 철회됐다. 학폭 가해자를 프로구단이 지명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며 NC는 손해를 감수하고 결단을 내려야했다. 이는 아마추어 야구에 만연한 학폭과 군기잡기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다.
 
김유성은 대안으로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받은 1년의 출전정지 징계도 모두 완수했다. 현재로서는 법적-제도적으로 김유성의 신인드래프트 참가와 지명을 막을 근거는 더 이상 없다. 지난 1차 지명이 증명하듯 이미 재능은 충분히 갖춘 선수이기에 구단들 입장에서는 김유성의 지명을 두고 고심할 법 하다.

다만 대중의 시각은 여전히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김유성을 드래프트에서 선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의 과정이 부족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학폭 전과가 있는 김유성이 프로에 입성한다면 그를 뽑은 구단은 상당한 비판을 감수해야하고, 클린베이스볼을 강조해온 KBO리그에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유성에 대한 호불호와는 별개로 절차와 원칙없이 여론에 휘둘려 김유성의 지명을 또다시 막는 것은 과도한 이중징계라는 반론도 나온다.

김유성과 자주 비교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안우진이다. 그는 고교 3학년 때 야구부 후배를 폭행한 혐의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자격정지 3년 징계를 받았다. 학폭 외에도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한 술판 논란의 주범중 하나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안우진을 지명했던 히어로즈 구단 역시 덩달아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그런데 올시즌 안우진이 KBO리그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면서 상황이 다소 미묘해졌다. 안우진은 올해 11승(6위)승 7패, 176탈삼진(1위), 평균자책점 2.21(2위) 등 뛰어난 성적을 남기며 리그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했다. 엄청난 활약으로 국가대표 발탁과 해외 진출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경기력과 성적만 보면 자격이 충분하지만 문제는 안우진이 학폭 전력으로 인하여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라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아마추어 대회에 영구적으로 출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년 열리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주관하는 프로 대회라 자격 제한에 해당되지 않는다.
 
규정상 KBO가 WBC에서 김유성을 국가대표로 선발할 수는 있지만, 아무리 실력이 있다고 학폭 논란이 있는 선수에게 나라를 대표하는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태극마크를 달아주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이 만만치 않다. 김유성의 프로 지명 여부와 마찬가지로 자칫 학폭 선수에 대하여 야구계가 면죄부를 주는 듯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학폭이 프로야구 뿐만이 아니라 체육계 타 종목, 나아가 사회 전반으로도 단호하게 꼭 뿌리뽑아야 할 악습이라는 것은 이제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폭을 청산하는 것은 아직 여러 가지 절차와 이해관계가 걸려있어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마추어에 남아있는 학폭의 관행을 어떻게 근절할 것인지, 학폭 전과가 드러난 선수에 대한 처우에 대한 형평성 문제 등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무엇보다 안우진의 국대 발탁과 김유성의 프로 지명을 둘러싼 논란에서 보듯이, 아직도 '야잘용(야구만 잘하면 다 용서된다)'이라는 논리가 유효한지는, 야구계가 앞으로 학폭 논란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통해 명확히 알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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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 김유성 이영하 김대현 학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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