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을 바꾼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육아도 마찬가지라서 한번 고착된 양육 방식에서 벗어나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육아는 곧 '삶'이고, '생활'이기 때문이다. 평소의 모습이 그대로 녹아나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나'를 아이에게 보여주는 일이다. 연기로 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 따라서 아이는 부모를 닮는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는 말은 그런 의미이다. 

17일 방송된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는 지난 편에 이어 '긴급 점검! 애정 결핍으로 성장이 멈춘 남매'의 사연이 이어졌다. 6세 아들과 5세 딸을 양육 중인 엄마와 (외)할머니가 다시 스튜디오를 찾았다. 진심과 달리 거칠고 거절적인 육아 방식으로 오해를 샀던 할머니는 답답한 마음에 가출까지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손주들을 위해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솔루션에 임하기로 결심한 듯했다.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 ⓒ 채널A

 

신뢰의 부족

할머니는 금쪽이와 친해지기 위해 인형극을 준비했다. 땀이 날 정도로 노력을 했지만, 거친 말투는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오랜 시간 굳어진 할머니의 육아 방식, 그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었다. 스킨십을 시도하고 사랑의 말을 전하며 다가가는 할머니와 무서워서 피하는 금쪽이의 관계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금쪽이는 왜 화해를 받아주지 않는 걸까. 

오은영은 아직 할머니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아이들도 변화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편, 금쪽이의 행동에 변화가 관찰됐다. 오빠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할머니에게 안 하던 말대꾸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솔루션 전에는 징징대며 불만을 표현했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태도였다. 엄마는 솔루션 후 남매가 하루에 10번 가량 싸운다며 걱정했다. 

가족들의 우려와 달리 오은영은 좋은 방향으로 변화 중이라 평가했다. 솔루션 전에는 잔뜩 위축되어 있던 금쪽이가 자신의 의견을 말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징징거림도 많이 줄어들었다. 물론 어른에게 대드는 듯한 표현(공격자와 동일시)은 고쳐야겠지만, 긍정적인 변화임에는 틀림없었다. 오은영은 건강한 상호작용을 습득하도록 부모가 긍정적 소통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디어는 발달 자극이라 보시면 안 되거든요." (오은영)

금쪽이의 문제에 대한 원인이 밝혀지고, 솔루션이 구체화되는 상황에서 금쪽이의 오빠에게서 새로운 문제가 발견됐다. 금쪽이 오빠는 읽기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는데, 오은영은 이를 '단순 언어 발달 지연'이라 분석했다. 인기 기능이나 청력 손실 등의 문제는 없고, 단지 언어 발달에만 문제가 있는 상태였다. 이 경우 70% 정도는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지만, 30%는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36개월 이후에도 언어가 늦을 경우 초기에 적극 개입할 것을 권유하는데, 만 6세 금쪽이 오빠는 또래보다 많이 지연된 상태였다. 원인은 무엇일까. 관찰 결과, 우선, '미디어 노출'이 눈에 띠었다. 엄마는 요리 중에도 휴대폰 영상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금쪽이와 오빠는 아무런 제한 없이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었다. 8일 동안 하루 평균 13시간을 시청했다. 

오은영은 미디어 콘텐츠 소통은 일방적이므로 언어 발달(및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미 여러 차례 방송에서 다뤘던 내용이기도 하다. 해결책은 '생활 언어'의 양을 늘리는 것이다. 미디어를 통한 일방적 소통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의 쌍방적 소통, 다시 말해 일상의 대화를 통해 언어 발달을  도와야 한다. 그만큼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디어 과다 노출이 원인

한편, 금쪽이의 '유아 자위' 장면도 포착됐다. 유아 자위란 발달 과정 중 자신의 신체에 관심을 갖고 탐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기 자극을 뜻한다. 신체를 자극해 안정감을 얻기 위한 행동이다. 오은영은 불안의 근본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며 혼을 내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자칫 아이에게 죄책감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는 무조건 금지보다 관심을 돌리는 게 필요하다.  

언어 지연과 정서 불안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디어에 과다 노출된 금쪽이 오빠는 유창하게 말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학습된 것은 정확히 표현하고,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잘 따르는 편이었지만, 복잡한 언어가 사용되는 상황에 직면하면 도망치듯 이탈했다. 이렇게 소통 실패가 반복되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자폐를 의심했지만, 심각한 언어 발달 지연이라는 게 확인됐다. 

"나 말을 잘하고 싶어.." (금쪽이 오빠)

아이들의 문제를 확인한 엄마는 속마음을 얘기했다. 자세히 알게 되면 감당할 수 없을까 봐 더딘 성장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유치원 생활을 하면 좋아질 거라 여겼지만, 기대와 달리 나아지지 않았고, 두려움에 방치했던 것이다. 직면할 용기가 없어 회피라는 방어 기제가 발동된 상황이었다. 이혼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엄마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됐다.

오은영은 문제를 인식해야 아이를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해야 방법을 찾고 실천을 통해 조금씩 변화가 시작된다고 조언했다. 물론 장기간 실천을 지속해야 아이에게 흡수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금쪽 처방은 '말하는 대로 맘먹은 대로'였다. 말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TV를 끄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집을 벗어나 텃밭 가꾸기 등 야외 활동을 통해 다양한 언어를 접하기로 했다.  

물론 고비는 있었다. 무심코 TV를 켜고 미디어 삼매경에 빠지기도 했다. 엄마와 할머니의 갈등도 이어졌다. 쌓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해 보였다. 두 사람은 함께 마라톤에 참여해 서로를 격려하며 마음을 열어나갔다. 이후에도 금쪽이 오빠의 언어 발달을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사물 설명 게임, 일상적 생활 언어 사용하기 등 많은 상호 작용을 시도했다. 

장기간에 걸친 솔루션은 효과를 드러냈다. 호랑이 같던 할머니는 사라졌다. 금쪽이는 할머니의 사랑을 통해 불안감을 떨치고 긍정적 소통을 하게 됐다. 금쪽이 오빠도 언어 발달을 통해 자신감을 찾아갔다. 살벌했던 할머니와 엄마의 관계도 회복됐다. 위기를 겪었던 금쪽이네가 따끈따끈한 '마음의 밥'을 공유하며 행복해지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금쪽같은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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