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웹예능 <피식대학>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영양에 왔쓰유예 [경북 영양]' 편의 한 장면

유튜브 웹예능 <피식대학>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영양에 왔쓰유예 [경북 영양]' 편의 한 장면 ⓒ 피식대학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이 지역 소도시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1일 <피식대학>은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영양에 왔쓰유예 [경북 영양]'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서 코미디언 김민수, 이용주, 정재형은 경북 영양군을 여행하며 음식점과 관광명소 등을 방문했다. 

가장 먼저 영양버스정류장에 내린 이들은 '청기, 상청, 진보, 입암' 등 읍면 소재지 표지판을 발견하고는 "이런 지역 들어본 적 있냐. 여기 중국 아니냐"고 말하기도 하고, 제과점에 방문해 햄버거빵을 먹으면서는 "젊은 친구들은 (프랜차이즈) 햄버거를 먹고 싶은데 (영양에는 없으니까) 이걸 대신 먹는 것이다", "솔직하게 이건 서울 집에서도 만들어먹을 수 있다. (햄버거를) 못먹으니까 이렇게 만들어서 먹는 것 아니냐"고 불평했다. 

또한 백반집에 방문해서는 "메뉴에 특색이 없다. 메뉴가 의미 없어서 주는 대로 먹어야 한다", "이것만 매일 먹으면 (아까 먹은) 햄버거가 얼마나 맛있겠나. 꿀맛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비난했다. 해당 영상에는 제과점과 백반집 등 가게 상호가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어 영양의 지역 특산품인 블루베리 젤리를 먹으면서도 "충격적인 맛이다", "할머니의 살을 뜯어 먹는 것 같다"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지역민들에게 무례해" 비판 쏟아져
 
 유튜브 웹예능 <피식대학>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영양에 왔쓰유예 [경북 영양]' 편의 한 장면

유튜브 웹예능 <피식대학>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영양에 왔쓰유예 [경북 영양]' 편의 한 장면 ⓒ 피식대학

 
영양 반변천을 바라보면서도 "밑에서 보니 똥물이다", "내가 (만약) 공무원인데 여기로 발령을 받는다면... 여기까지만 하겠다"고 말을 아끼며 웃어 넘겼다. 이후에도 "더이상 (여기서는) 못버티겠다", "코미디언으로서 한계를 느낀다", "내가 휴대폰에 너무 중독된 것 같으면 한국전력공사에 취직해서 영양으로 보내달라고 해라"는 등의 발언이 이어지고 나서야 영상이 끝난다. 이는 영양이 그만큼 볼 게 없고 재미 없는 곳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영상이 공개된 직후, 영양 지역을 폄하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17일 기준 220만 조회수를 돌파한 이 영상에는 "영양이 소도시라서 만만하니까 대놓고 디스(비난)한 것 아니냐. 대도시에서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냐", "숨쉬듯 무례하다", "남의 생업에 대해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 소도시에서는 입소문이나 이런 (영상의) 영향이 훨씬 크다", "유튜버들은 영양을 비하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다들 친절해서 더 마음이 아프다. 블루베리 젤리도 어르신들이 맛있다고 직접 사먹는 것이라고 추천해준 것인데 어떻게 저렇게 말하냐" 등 비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일자 영양군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지난 14일 영양군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그림같은 산세... 홍보팀에게 블루베리 젤리는?'이라는 영상에서 홍보 담당 공무원들은 피식대학 콘텐츠를 보며 슬퍼하는 모습과 대응 방법에 대해 회의하는 모습 등을 공개했다. 이어 이들은 "젊은 사람들이 영양에 대해 잘 몰랐는데 알게 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가 이번에 (영양의) 다른 면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영상 속 코미디언들이 방문한 곳에 직접 다시 가서 리뷰하는 영상 등을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반면 피식대학 측은 며칠째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제가 된 영상 역시 수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 공개되어 있다.

서울중심주의, 지방혐오 현상 점점 심화돼
 
 유튜브 웹예능 <피식대학>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영양에 왔쓰유예 [경북 영양]' 편의 한 장면

유튜브 웹예능 <피식대학>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영양에 왔쓰유예 [경북 영양]' 편의 한 장면 ⓒ 피식대학

 
이번 논란을 두고,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들도 적지 않다. 앞서 피식대학 출연자들이 다른 지역을 방문하는 영상에서도 비슷한 발언들이 많았다는 것.

논란의 '영양' 방문 콘텐츠는 피식대학의 '메이드 인 경상도' 시리즈 중 하나다. 부산에서 태어나기만 했을 뿐 서울에서 자란 코미디언 이용주는 이 채널 내에서 '경상도 호소인'으로 불린다. 그는 경상도 토박이 출연자들로부터 '진짜 경상도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아내기 위해 온갖 엉터리 사투리를 쓰며 인기를 얻었고, 이는 세 사람이 함께 경상도 곳곳을 여행하며 경상도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콘텐츠로 발전했다. 영양 여행 콘텐츠는 이들이 대구, 부산, 경주, 포항, 창원 등을 방문하며 공개한 영상의 연장선상인 셈이다. 

그러나 사투리를 희화화 하며 시작된 콘셉트는 방문 지역을 대하는 태도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4월 공개된 경북 안동 편에서는 지역의 풍경을 둘러보며 "저희는 여기 카자흐스탄에 지금 와 있다", "좀 못사는 것 같나"라고 말하는가 하면, 3월에 공개된 창원 편에서는 "생각보다 촌이다. 오래된 시내이지만 이게 시내라니. (울산) 삼산에 가면 이거 10배는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동안 재미있다는 이유로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발언들이 이번 논란을 계기로 함께 비화되는 추세다. 

이러한 발언들이 결국 한국 사회의 서울중심주의, 지방혐오 현상에서 비롯되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진미 대중문화 평론가는 1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사람들이 지방 비하에 대해 '혐오'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인종차별, 성 차별에 비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인식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서울중심주의는 너무나 공고하고, 서울과 지방의 편차는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굉장히 커졌다. 지방이 내부 식민지화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콘텐츠나 발언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진미 평론가는 실제로 출연자들이 위와 같은 발언들을 농담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지역간 격차가 심각한 현실에선 농담이 될 수 없다고도 짚었다.

"실질적으로 한국은 모든 게 수도권 중심이고 비수도권은 굉장히 낙후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은 이런(지역 비하) 이야기가 더이상 농담으로 들리지 않게 된 것이다. 젊은이들이 빠져나가고 노인들만 남아있는 현실이지 않나. 고령화, 저출산 문제와 맞물리면서 지방 쇠퇴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방에 실제로 젊은이가 향유할 것이 점점 사라지는 상황에서 '나는 보이는대로 얘기했고, 투덜거렸을 뿐'이라고 말할 수 있겠나. (지방 현실을 고려하면) 개인의 감상에서 끝나지 않고, 비하로 보일 수밖에 없다. 모두가 가벼운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된 셈이다."
피식대학 경북영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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