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때때로 우리를 위로해주고,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합니다.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당신의 마음에 다가올 29곡의 노래를 추천합니다. [편집자말]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과거 멤버들, 현재는 밴드를 탈퇴한 존 프루시안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과거 멤버들, 현재는 밴드를 탈퇴한 존 프루시안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Amamzon


지금은 들을 수 없지만, 레드 핫 칠리 페퍼스라는 밴드에 있어서 하나의 상징으로 남은 곡이 있다. 존 프루시안테의 기타 리프로 시작해, 밴드의 가장 큰 아이덴티티라고 할 만한 신나면서도 자유롭고, 테크니컬한 플리의 베이스 연주, 모호한 발음의 보컬이 매력적인 이 노래. 'Snow'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이 곡의 제목이 어울릴 만한 날씨는 아니다. 확실히 이전보다 선선해지기는 했지만, 벌써부터 눈을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섣부른 감이 있다. 그렇지만 꼭 날씨의 문제를 떠나서, 우리는 언제나 눈처럼 하얀, 순수한 무언가를 갈망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아직 반팔을 집어넣기에는 빠른 시기임에도 이 곡을 들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Come to decide that the things that I tried were in my life just to get high on."

지금은 들을 수 없지만, 레드 핫 칠리 페퍼스라는 밴드에 있어서 하나의 상징으로 남은 곡이 있다. 존 프루시안테의 기타 리프로 시작해, 밴드의 가장 큰 아이덴티티라고 할 만한 신나면서도 자유롭고, 테크니컬한 플리의 베이스 연주, 모호한 발음의 보컬이 매력적인 이 노래. 'Snow'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이 곡의 제목이 어울릴 만한 날씨는 아니다. 확실히 이전보다 선선해지기는 했지만, 벌써부터 눈을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섣부른 감이 있다. 그렇지만 꼭 날씨의 문제를 떠나서, 우리는 언제나 눈처럼 하얀, 순수한 무언가를 갈망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아직 반팔을 집어넣기에는 빠른 시기임에도 이 곡을 들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Come to decide that the things that I tried were in my life just to get high on."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노래들 중에는 꽤나 빠른 보컬이 자주 보인다. 정확히 말하면 보컬이 빠르다기보다도 가사가 길어서 빠르게 노래해야하는 쪽에 가까운데, 이 곡도 그런 경우이다. 곡의 첫 가사부터 꽤 길어 보이는데, 이 한 줄은 우리 모두가 언제나, 변함없이 바라고 있는 것을 노래한다. 바로 인생에서 좀 더 높은 위치에 다다르는 것. 매일같이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온 힘을 다해 소화해내고 있는 사람들도,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도,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에 서고 싶어 한다.

 'Snow'가 수록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9집 앨범 < Stadium Arcadium >.

'Snow'가 수록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9집 앨범 < Stadium Arcadium >. ⓒ redhotchilipeppers.com


"When will I know that I really can't go to the well once more-time to decide on."

하지만 늘 그렇듯, 모두가 원하는 대로만 살 수는 없다. 정말로 누구보다 높은 곳에 올라서서 모두를 내려다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밑도 끝도 없이 추락해 하염없이 올려다보아야만 하는 이도 있다. 그렇게 노래는 이토록 잔혹하지마는 중요한 사실을 과연 언제쯤에야 깨닫게 될까, 자문한다. 그에 따라 우리도 함께 의문을 품는다, 어쩌면 '내가 이걸 언제쯤 깨달았던가?', 씁쓸하게 되뇌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가 꿈꾸는 이상향이 절대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언제쯤 받아들일 수 있게 될까, "When will I really see, all that I need to look inside", 과연 나의 진정한 내면은 언제쯤 볼 수 있게 될까. 밀도 있는 멜로디 속에 담긴 지극히 시적이며, 지극히 깊이 있는 고찰이다.

"Deep beneath the cover of another perfect wonder where it's so white as snow."

우리가 이상향에 도달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물음은 결국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완벽한 이상의 저 깊은 아래는 눈처럼 하얗겠지", 라는 시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한 줄의 가사는 그 답을 '눈'으로 결론짓는다. 정확히는 순백의 결정이자 순수함의 상징인 눈의 이미지, 그 자체를. 눈이 가지고 있는 그 하얀색은 어떤 색으로든 변할 가능성의 상징이자, 순수한 열망의 표현이자, 그 속을 알 수 없는 미지의 관념이기도 하다. 아니면 그 이상이 너무나도 하얀 나머지 우리의 눈을 멀게 만들 수도 있는 불가침의 영역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Running through the field where all my tracks will be concealed and there's nowhere to go."

하지만 그런데도 우리는 각자의 이상을 위해 열심히 달린다.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어떤 건지도, 그걸 정말로 이룰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른 채, 그저 목표만을 위해 살아간다. 그곳이 눈처럼 하얀 곳일 거라고 상상하면서, 그렇기를 바라면서, 길도 잘 보이지 않고, 어디에도 닿을 수 없는 숲길을 달리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노래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마지막까지 페이스를 잃지 않고 노래하는 목소리는 어딘가 꿈을 꾸는 듯하기도, 또 한편으로는 비장해 보이기도 한다.

이 곡에는 우리가 보고 따를 수 있는 지침 같은 건 없다. 그저 계속해서 방황하고 끝없는 물음만을 던질 뿐이다. 마치 우리들의 모습과도 같이. 그리고 그 물음들은 하나같이 진중하고, 무겁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항상 방황하며 던지는 물음과 고민 또한 이 노래의 무게처럼 묵직한 울림을 담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눈처럼 하얀,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을 그 이상을 향해서 한없이 전진하는 게 전부이다. 그것이 옳은 일일지, 아니면 아무 소용도 없는 무의미한 일일지는 아무도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 다만 우리와 똑같이, 함께 고민하며 나아가는 노래가 있으니, 그걸 위안으로 삼고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지나 차갑고 하얀 눈이 내리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SNOW RHCP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