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악몽 속에 유벤투스의 2009/2010시즌 유럽무대 도전이 끝났다. 유벤투스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예선 탈락에 이어, 유로파리그에서도 16강의 벽을 넘지 못하며 고개를 떨궜다. 세리에A 최다우승에 빛나는 유벤투스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였다.

 

유벤투스는 지난 19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풀럼과의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에서 1-4로 패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1차전에서 3-1로 승리하며 8강 진출이 유력했으나 파비오 칸나바로의 이른 퇴장 속에 수비라인이 무너지며 대역전패의 희생양이 됐다.

 

우연치곤 매우 잔인했다. 유벤투스는 챔피언스리그 32강 6차전에서도 바이에른 뮌헨에 1-4로 완패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명예 회복을 위해 유로파리그 우승을 노렸으나 이번에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로 점쳐졌던 풀럼에 똑같은 1-4 패배를 당하며 무릎을 꿇고 말았다. 1-4, 유벤투스에겐 악몽의 스코어로 남게 됐다.

 

▲ 몰락의 시작, 유벤투스 1-4 바이에른 뮌헨

 

지난 해 12월 9일,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예선 최종 6차전이 유벤투스의 홈구장에서 열렸다. 당시 유벤투스는 A조에서 승점 8점으로 선두 보르도(승점 13)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었다. 3위 바이에른 뮌헨과의 승점은 1점 차이였다. 유벤투스는 홈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유벤투스가 다비드 트레제게의 선제골로 기선을 잡는데 성공했다. 트레제게는 침착한 슈팅으로 바이에른의 골문 왼쪽 구석을 가르며 팀에 1-0 리드를 안겼다. 유벤투스가 16강에 한 발 더 다가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전반 30분, 바이에른의 골키퍼 한스외르그 부트 골키퍼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자 경기 분위기는 180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바이에른의 폭격은 후반 시작과 함께 시작됐다. 후반 7분 이비차 올리치가 반 봄멜의 크로스를 왼발 슈팅으로 연결시키며 2-1 역전에 성공했다. 다급해진 유벤투스는 동점골을 터트리기 위해 공격을 강화했고 바이에른은 침착하게 역습으로 맞섰다. 후반 38분 바이에른의 쐐기골이 터졌다. 마리오 고메즈가 코너킥 상황에서 재치 있게 득점에 성공했다.

 

이후 유벤투스의 밸런스는 급격히 무너졌고, 기세가 오른 바이에른은 쉴 새 없이 유벤투스의 골문을 노렸다. 결국 종료 직전인 후반 45분 아나톨리 티모슈크가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팀의 네 번째 골을 터트리며 4-1 대역전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홈 팬들은 넋을 잃고, 유벤투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이후 유벤투스는 리그에서 추락을 거듭하며 무너졌고 치로 페라라 감독은 끝내 경질됐다.

 

▲ 충격의 탈락, 풀럼 4-1 유벤투스

 

풀럼에게는 2003/2004시즌 데포르티보의 '리아소르 대첩' 만큼이나 짜릿한 승리였다. 당시 데포르티보는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2차전에서 AC밀란에 4-0 승리를 거두며 극적으로 4강에 진출했다. 1차전에서 1-4로 대패했던 데포르티보가 밀란을 이기는 길은 4-0 이상의 승리밖에 없었다. 그러나 리아소르에서 그 기적은 일어났다.

 

1차전에서 1-3으로 패했던 풀럼이 유벤투스를 꺾기 위해선 최소 3-0 이상의 승리가 필요했다. 그러나 시작은 좋지 못했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트레제게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3골을 넣어야 연장에, 4골을 넣어야 역전이 가능했다. 누가 봐도 풀럼에게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예상 밖의 변수가 풀럼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전반 9분 바비 자모라의 동점골로 추격의 불씨를 살린 풀럼은, 전반 27분 유벤투스의 수비수 칸나바로가 거친 파울로 퇴장 당하며 수적 우위를 점하게 됐다. 결국 전반 39분 동점골의 주인공인 자모라가 역전골을 터트리며 2-1 리드를 잡는데 성공했고, 분위기는 풀럼 쪽으로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후반 4분 풀럼은 디에구의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었고 이를 졸탄 게라가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3-1을 만들었다. 풀럼은 한 골을 더 넣을 경우 8강에 진출할 수 있었고 조용했던 클린트 뎀프시가 기적같은 일을 만들어냈다. 후반 37분 환상적인 오른발 칩슛으로 유벤투스의 골망을 갈랐다. 경기 후 델 피에로의 말처럼 풀럼전은 유벤투스에게 재앙(disaster)과도 같았다.

덧붙이는 글 | 피치액션(pitchaction.com)에 실린 글입니다.

2010.03.20 17:45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피치액션(pitchaction.com)에 실린 글입니다.
유벤투스 풀럼 바이에른 뮌헨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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