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콤, 살벌한 연인> 티저 포스터
ⓒ 싸이더스FNH
친구야! 영화 한편 봤는데 좋더라.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재확인 시켜준 역작으로 평하고 싶어.

지명도 있으나 비주류인 주인공과 이름도 어색한 감독에 이르기까지 오직 영화로 관객의 평을 감당해 내고자 하는데 가히 용기가 가상하다 할까. 그렇게 시작된 <달콤, 살벌한 연인>과의 만남은 흐뭇한 잔상을 마음에 남겨 객석을 뜨게 하더구나.

탁월한 시나리오와 주·조연의 연기력 그리고 이를 적절히 연출해 낸 감독의 힘, 영화에 대한 그들의 진지한 애정이 연례 행사인 영화보기의 갈증을 깨끗이 해소시켜 버린거야. 그리고 9억이라는 말도 안되는 제작비가 들었다지. 어느 영화에선 주인공 두어명의 출연료 밖에 되지 않겠네.

그러면에선 영화계의 현안인 한미FTA에 영화인 입장에서는 부정적, 정부 입장에서는 긍정적 영향일 수 있겠다 싶어. 배급이나 자본력에 의해 일정하게 좌우될 수 있는 영화판의 본질을 인정하더라도 영화는 결국 잘 만들면, 영화팬의 긍정을 이끌어내면 좋은 영화로 대접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설득해 내고 있어.

지독하게 웃겨내는 대화와 적당히 부자연스럽거나 현실적이거나 하며 뭔가 모를 달콤함을 끌어내는 감독의 연출은, 영화의 우선이 자본이나 배급이 아니라 영화인의 치열한 작업임을 알게 하더구나.

처음 들어보는 영화감독 손재곤. 이름만큼이나 얼굴이 친근하네. 웬지 한겨례영화학교 출신이란 거. 얼굴과 스타일은 딴판이지만 영화 느낌은 딱 <효자동 이발사> 임찬상 감독이야. 달콤, 살벌, 유쾌한 영화!(알지?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런거?)

로맨틱 스틸러? 공감!

▲ 주인공인 박용우와 최강희의 키스 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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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초반에 연애 한번 못 해본 불쌍한 대학강사 황대우(박용우 분)와 어쩌다 보니 살인마저 세 번인가 네 번인가 저지르고만 살벌한 연인 이미나(최강희), 아니 이미자의 애틋한 러브스토리가 영화의 시놉시스인데 자세한 내용은 직접 관람 강추의 영화에 대한 예우로 남겨야겠어. 물론 이 정도의 입 간질거림은 호기심 유발 차원에서라는 핑계로 허용되겠지?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경찰에 살인자로 신고할 수 있어요."

영화가 낳은 시대의 덜 떨어진 로맨티스트와 어쩌다보니 이 순진한 청년의 어수룩함이 사랑이 되어 가슴에 다가와 버린 키스 꽤나 잘하는 여성 킬러의 진짜 달콤하고도 살벌한 러브 스토리…. 누구는 그러더군. 로맨틱 스릴러라고. 공감!

조은지, 정경호 등 조연급 연기자를 알아가는 것도 이 영화보기의 수확이야. 이름은 전혀 낯설지만 얼굴은 꽤나 눈익은 연기자들. 세월이 많이도 변하여 연기력과 개성이라면 주조연이 따로 없는 영화판이 되었으니 이런 날이 올줄 알았으면 나도 영화판에서 한번 굴러볼 걸.

아니다. 왕년의 인기 코미디언 배일집씨가 제대로 어울리는 아파트 경비원으로 활동 영역 넓혔으니 임하룡에 이어 이것도 트렌드인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지금도 늦지 않은 거야. 그래서 지금이 가장 빠른 때라 하였겠지. 하긴 나로서야 얼굴도 아니면서 개성도 연기력도 없으니 말해 무엇하리.

친구, 행복하면 좋겠어

수억 들여 10만 중공군이 벌떼 처럼 내려오는 장면을 연출한 스펙타클 보다 한대의 고물 탱크로 5.16을 그려내는 임찬상의 유머가 나는 좋아. 그래 그런가. <달콤, 살벌한 연인>의 의도된 듯한 2%의 부족함을 여유롭게 관객의 몫으로 남긴 손재곤 감독도 좋아지려 하네. 젊은 감독의 발상으로는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는 싱가폴에서의 재회도 그래서 마냥 좋은 건가?

백번을 생각해도 역시 좋은 거야. 신선함! 열정! 유머!

5월에, 그 파란 하늘에 달콤한 영화 한 편 선물할게. 행복했으면 좋겠어. 손재곤, 최강희, 박용우, 차승재 만큼 행복했으면 좋겠어.
2006-05-03 14:51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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