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년대 김기수, 홍수환과 더불어 국내 대표적인 복서로 '사각의 링'을 호령했던 프로복싱 WBA(세계복싱협회) 주니어미들급 전 세계 챔피언 유제두(59·서울 독산동) 씨가 전북 순창을 찾았다. 어느새 환갑의 나이를 앞두고 있는 유씨는 폭설과 한파속에서도 불구하고 지난 12월 17일 순창에 왔다.

유씨의 이번 방문은 36년 전인 지난 1970년 4월 논산훈련소에서 첫 만남이 이뤄진 뒤 하사관학교에서 함께 훈련을 받으면서 우정을 쌓았던 옛 전우이자 친구인 최명귀(59·순창 적성면)씨를 만나기 위한 것. 친구 최씨와 유씨는 서로 부둥켜 안은 뒤 지나온 세월을 확인이라도 하듯 주름진 얼굴을 어루만졌다.

이어 최씨는 자신이 직접 집에서 정성들여 키웠다는 닭을 비롯해 시골 인심이 담긴 각종 음식들을 내놓이며 소주잔을 주고 받으며 지난 추억 속에 젖어 들었다. 유씨는 군인 신분으로 동양챔피언을 거머쥐었던 1971년 이후 무려 21차 방어전까지 성공해 전무한 기록을 보유한데다 지난 1975년 6월에는 일본의 영웅 와지마 고이치를 7회 KO로 때려눕혀 주니어미들급 세계챔피언에 등극했던 대한민국의 대표적 복서다.

유씨가 상대 선수를 제압하는 모습을 TV중계를 통해 지켜보며 가슴이 뭉쿨했다는 최씨는 "36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우리의 우정에 거리를 두게 하는 장애가 될 수 없다" 며 "만남의 기쁨은 뭐라 표현할 수 없고 앞으로도 살아있는 동안 자주 왕래하며 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씨 역시 "챔피언 벨트를 거머 쥐었을 때보다 옛 친구를 만난 지금이 더 기쁘다" 며 "세월이 많이 흘렀어도 변치 않는 우정을 새삼 느끼게 됐다"고 말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이들의 만남을 주선한 같은 훈련소 동기 이상만(59)씨도 "진작 이런 만남을 갖도록 했어야 하는데 너무 늦은 것 같아 두 친구에게 오히려 미안하다"고 말했다.

한편 유씨는 현재 서울 독산동에 '유제두 권투체육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1984년 IBF(국제복싱연맹) 챔피언 장태일을 비롯해 곽정호와 장영순, 차남훈, 정선용 등 걸죽한 동양 챔피언들을 대거 배출하는 등 후진양성을 통해 40여 년 간의 권투 외길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전북매일신문> 2005-12-18 20:13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전북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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