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정용화 JTBC 여행드라마 <더 패키지>의 배우 정용화가 15일 오전 서울 명동 FNC WOW에서 가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사실 인기는 거품처럼 생겼다가 사라지는 거다. 20대에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했다. 나름 잘 되리라는 확신도 있었다. 그렇게 한창 잘 나가다 보면 이 인기가 영원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외톨이야'에 이어 <미남이시네요>까지 데뷔하자마자 잘 된 케이스다. 그런데 그렇게 딱 '터졌을 때' 이렇게 '핫' 한 게 영원하진 않을 것이라고 느꼈다."
'인기란 덧없는 것'이라 해도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사람에게 그 소리가 들릴리 없다. 그 말을 비로소 듣게 되는 건 그 인기로부터 한 발자국 멀어졌을 때의 일이다. 2009년 씨엔블루 '외톨이야'로 데뷔한 후 SBS 드라마 <미남이시네요>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정용화는 "이 인기가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았음에도 "당시에는 이미지도 나름 관리했고 뭔가를 내려놓지 못했다"고 회고한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났다. 29살. 이제 서른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수능을 치르고 채점까지 딱 마친 뒤 서울로 왔다"는 그는 20대를 치열하게 지나쳐 왔다. 정용화는 지난 8년을 돌이켜 보며 "내가 진짜 복 받았구나. 이렇게 될 거라고 예전에는 상상이나 했을까?"라 감사를 표한다.
"보통 주변을 보면 핫한 걸 즐기다가 인기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멘탈이 나가더라. 하지만 그 '핫함'이라는 건 다시 새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얻을 수 없는 거다. 잘 되고 나서 이 인기가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씨엔블루가 데뷔하자마자 너무 핫했지 않나. 멤버들에게도 거의 세뇌를 시켰다. 이게 영원하지 않을 거라고. 우리는 꾸준히 음악을 해나가기만 하면 된다고. (인기를) 얻었을 때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치지도 않았고 그 상황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계속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난 망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고 여긴다."
프랑스서 추천하는 여행지는 '몽 생 미셸'
올해 정용화는 바빴다. 가수로서 여름에는 두 번째 솔로 앨범을 발표했고 가을에는 배우로서 <더 패키지>에서 연기했고 예능인으로서 <섬총사>에 출연했다. 중국에서 찍은 영화 <미스터 쉐프>도 개봉했다. 가수면 가수, 배우면 배우, 예능인이면 예능인까지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한 분야에서 인정받기도 힘든데 모두 다른 분야를 완벽하게 인정받기 힘들지 않나. 그래서 드라마를 할 때는 내가 가수가 아니고 배우인 것처럼 마음 먹고 가수 활동을 할 때는 연기라는 포장을 떼고 음악으로만 보려 한다. 각 분야에 접근할 때 그 분야의 사람으로서만 행동하려 한다. 가수라는 걸 업고 드라마에 서고 싶지 않다. 잠을 좀 덜 자더라도 노력하고 싶다. 나는 '괜찮아. 이 정도면 됐어'라는 말을 너무 싫어한다. 항상 좀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결국 모두 내 역량이겠지만."
그가 배우로서 욕심 낸 드라마는 JTBC <더 패키지>였다. JTBC <더 패키지>에서 혼자 프랑스 파리로 패키지 여행을 온 청년 '산마루'로 분한 정용화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마음에 들어 내가 이 드라마를 놓치면 여자친구를 빼앗긴 느낌이 들 것 같았다"는 말했다. 그랬기에 더 대본 연습에 매진했다.
"대본을 보면 볼수록 더 빠져들었다. MSG가 첨가된 음식이 아닌 할머니가 고아주신 곰국을 먹는 듯한 느낌? 현실적이면서 가슴을 찌르는 대사들이 많았던 것 같다. 운명처럼 이 작품이 내게 왔고 그만큼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준비했다. 지금까지는 '한 사람으로 살게 된다'는 느낌이 뭔지 몰랐다. 그런데 이번에는 산마루에 빠져 진짜 산마루로 살았던 것 같다. 예전에는 이 역할을 하면서 내가 '멋있어 보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면 지금은 정용화가 아니라 '마루'로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연예인이기에 가기 어려웠던 패키지 여행을 <더 패키지>를 촬영하면서 대신 체험했다. 100% 프랑스 파리에서 촬영한 드라마는 그를 한국에서보다 더 자유롭게 만들어줬다. 엑스트라가 아닌 '진짜' 관광객들이 지나가는 파리 한복판에서 촬영을 진행하다 보니 어려움도 많았지만 프랑스에 있는 정용화는 온전히 산마루로 지낼 수 있었다.
"연예인 활동을 하다 보면 눈치를 봐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산마루는 그런 게 없으니까. 하고 싶은데 눈치를 봐서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산마루는 자기가 꼭 해보고 싶으면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고 그게 실수라는 걸 알았을 때는 바로 사과도 할 줄 안다. 그런 성격이 너무 좋았다. '키다리아저씨' 역할을 많이 했다. 멀리서 지켜보고 아파하고. 사실 좀 밝은... 이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그가 프랑스 파리에서 추천하는 여행지는 '몽 생 미셸'.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꼭 다시 한 번 몽 생 미셸에 가보고 싶단다. 다섯시만 되면 어두워지고 가게들도 문을 닫아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지루함에 익숙해질수록 매력적이었다고. 정용화는 "이제 몽 생 미셸에 대해서는 가이드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제 <더 패키지>는 2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시청률이나 화제성 측면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정용화는 "내가 다시 이런 드라마를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애정이 드는 작품"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물론 처음 시작할 때부터 '나는 시청률 신경 안 써' 그렇게 생각하면서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많은 스태프들이 프랑스서 말도 안 통하는데 고생하며 열심히 찍었기 때문에 모두를 위해서라도 잘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쉽지만 그럼에도 가슴에 너무 많이 남는 작품이고 다른 스태프들도 그렇게 느끼시지 않을까. 그리고 보시는 분들마다 '<더 패키지> 너무 좋은 드라마인 것 같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 캐릭터도 많이 사랑받는 것 같아 자신감도 얻었다. 난 지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