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언론노조MBC본부 주최 ‘MBC 파업콘서트 -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가 열렸다. ⓒ 권우성
공영방송 파업 52일째를 맞은 25일, 서울 시청광장에서는 전국언론노조 MBC본부(MBC 노조)가 주최하는 MBC 파업콘서트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가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MBC 노조 조합원 1200여 명을 포함해 약 7000명(주최 측 추산) 시민이 한 데 모여 파업 중인 언론노동자들을 격려하고,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공연은 '파업 요정' 김민식 PD와 허일후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다. 다소 쌀쌀해진 날씨에도 시민들은 전인권 DJ DOC 혁오밴드 장기하 바버렛츠 등 가수들의 공연과, 주최 측이 준비한 다채로운 코너를 지켜보며 파업 중인 MBC 노조원들을 향해 뜨거운 응원과 박수를 보냈다.
물 만난 아나운서들
지난 5년간 마이크를 빼앗겼던 MBC 아나운서들은 오랜만에 물 만난 고기처럼 자신들의 기량을 마음껏 펼쳤다. <출발! 비디오여행> 진행자였던 박경추 아나운서는 최승호 MBC 해직PD가 제작한 영화 <공범자들>을 5분 버전으로 편집해 소개했고, 올림픽 캐스터 복장으로 등장한 김나진·서인 아나운서는 MBC 전·현직 경영진의 실상을 올림픽 종목에 빗대 풍자한 '2017 적폐 올림픽' 진행을 맡았다.
▲ 25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주최 ‘MBC 파업콘서트 -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서 박경추 아나운서가 ‘출발 비디오 여행 - 공범자들’을 진행하고 있다. ⓒ 권우성
▲ 25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주최 ‘MBC 파업콘서트 -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서 서인, 김나진 아나운서가 ‘적폐올림픽’을 진행하고 있다. ⓒ 권우성
"공정 방송 못 지키면 나를 한강에 매달아라"라던 김재철 전 사장은 다이빙 선수로, 2010년부터 경영진 자리를 지키며 MBC 황폐화에 앞장선 백종문 부사장은 마라톤 선수에 비유됐다. 초고속 승진을 반복한 김장겸 사장은 장대높이뛰기 선수, 영화 <공범자들>에서 인터뷰 요청을 피해 달아나던 안광한 전 사장은 100m 달리기 선수, 후배 아나운서들을 신사옥개발센터, 주조정실 등으로 '날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은 투포환 선수로 표현됐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영상을 통해 "우리 사회가 굉장히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고 있다가 갑자기 1970, 80년대로 돌아갔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공부가 되는 시기였을 것"이라면서 "어려운 공부 했으니, 이제야말로 언론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시점을 계기로 언론을 바로 세워 좋은 사회, 더 신뢰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갈 것 같다"고 MBC 노조 파업 지지의 뜻을 보내왔다.
함께 파업 중인 언론노조 KBS본부 성재호 본부장은 "해직된 선후배 동료 등 MBC에 아직 남은 숙제들이 있다. 어서 복직해서 MBC 안에 남은 적폐들을 빨리 청산하길 바란다"면서 "공영방송 KBS도 노력해서 빨리 쫓아가도록 하겠다. 끝까지 함께 싸워 공정방송을 위해 승리하자"며 연대와 결의의 뜻을 전했다.
김상중 '그들이 알고 싶다' 등 재치있는 코너 구성
배우 김상중은 자신이 진행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패러디한 스페셜 영상 'MBC 경영진, 그들이 알고 싶다'에 출연해 힘을 보탰다. 김상중은 "MBC 경영진에 대해 알아봐야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MBC 경영진은 이 크고 번듯한 상암 신사옥을 두고, 왜 수원 일산 성남 의정부로 그 많은 직원들을 쫓아냈을까요? 권위 있는 경제 연구소에서 쓴 지역경제 활성화 리포트 같은 비밀문건이라도 읽었던 걸까요?" 등 특유의 말투로 MBC 경영진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지적해 웃음을 자아냈다.
▲ 악플 읽고 답하는 MBC조합원들 25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주최 ‘MBC 파업콘서트 -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서 조합원들이 네티즌들이 악플을 직접 읽고 답하는 '악플읽기'가 진행되고 있다. ⓒ 권우성
▲ 25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주최 ‘MBC 파업콘서트 -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서 MBC라디오 진행자였다가 ‘블랙리스트’로 찍혀 방송을 중단했던 김미화씨가 김연국 위원장에게 ‘죽비’를 선물하고 있다. ⓒ 권우성
▲ MBC파업콘서트 참석한 박혜진, 문지애, 김소영 25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주최 ‘MBC 파업콘서트 -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서 퇴사한 (왼쪽부터) 박혜진, 문지애, 김소영 아나운서가 동료 아나운서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 MBC 아나운서들과 함께 무대에 서 있던 사회자 김민식PD의 익살에 아나운서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 권우성
웃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MBC 구성원들이, MBC를 향해 쏟아진 시민들의 악플을 직접 읽는 시간도 마련됐다. 특히 세월호 참사 당시 MBC 보도를 지적한 따끔한 글을 읽은 기자들은 "죄송하다"면서 눈물지었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조합원들을 대표해 "어쩌다 MBC가 이렇게 쉽게 파괴될 수 있었는지, 약점을 찾아내 반성하겠다. 촛불이 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완전한 자유 언론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MBC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김미화, 김제동, 김어준, 이외수 등 문화 예술인들과 박주민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 박혜진 문지애 김소영 등 전직 MBC 아나운서 등이 참여한 다양한 코너와, 마봉춘 세탁소가 제작한 패러디 영상, 2012년 파업 당시에도 큰 화제를 모았던 'MBC 프리덤'의 2017년 버전 등이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용마 기자 "방통위, 당장 이인호·고영주 해임해야"
▲ MBC파업콘서트 깜짝 등장한 이용마 기자 25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주최 ‘MBC 파업콘서트 -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 복막암으로 투병중인 이용마 해직기자가 깜짝등장해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 이용마 기자, 파업콘서트 깜짝 등장 "김장겸은 물러나라" 25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주최 ‘MBC 파업콘서트 -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 복막암으로 투병중인 이용마 해직기자가 깜짝등장해 김민식 PD, 허일후 아나운서와 함께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이용마, 정영하, 강지웅, 박성호, 최승호, 박성제 등 MBC 해직언론인들과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 권영길 초대 언론노조 위원장 등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특히 복막암 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는 무대 위에 올라 시민들과 동료 조합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이용마 기자는 여전히 강건한 말투로 "공영방송은 국민의 것이다. 도적들이 쫓겨났으니 원래 주인인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이효성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을 향해 "방통위원장의 권한으로 당장 이인호 KBS 이사장과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을 해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진행을 맡은 김민식 PD는 MBC의 슬로건인 '만나면 좋은 친구'를 언급하며 "진짜 좋은 친구는 어려울 때 찾아와주는 친구라지 않나. 우리 MBC 파업 노동자들이 힘들게 싸우고 있는 이때, 이렇게 찾아와 응원해주신 시민 여러분이 진짜 좋은 친구인 것 같다"면서 공연을 찾아와 준 시민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편 MBC 노조의 총파업 투쟁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MBC 사장 임면권을 가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중 구 여당 추천을 받은 유의선, 김원배 이사가 사퇴했고, 곧 보궐이사가 선임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이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25일로 예정됐던 방통위 전체회의는 미뤄졌지만, 빠르면 이번 주 내, 늦어도 다음 주 안에는 새 보궐이사가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가 보궐이사를 선임하면 현 여당 추천 이사가 5인이 돼 과반을 차지하게 되고, 김장겸 사장 해임안,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안 등의 통과가 가능하다.
▲ 25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주최 ‘MBC 파업콘서트 -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서 박주민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이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 25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주최 ‘MBC 파업콘서트 -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이 공연하고 있다. ⓒ 권우성
▲ 25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주최 ‘MBC 파업콘서트 -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서 혁오밴드가 공연하고 있다. ⓒ 권우성
▲ DJ DOC, MBC파업콘서트 열창 25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주최 ‘MBC 파업콘서트 -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서 DJ DOC가 '수취인불명' '삐걱삐걱' 등을 열창하고 있다. ⓒ 권우성
▲ MBC파업콘서트 공연하는 전인권 25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주최 ‘MBC 파업콘서트 -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서 가수 전인권이 공연하고 있다. ⓒ 권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