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동 웃음보따리, 활짝 웃는 MBC조합원들 이명박 정권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방송인 김제동씨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사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총파업 집회에 참석해 조합원들 격려하며, 특유의 익살과 풍자로 김장겸 사장과 국정원 블랙리스트를 풍자하자 조합원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 권우성
▲ 'MBC 파업' 지지하는 방송인 김제동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어 피해를 받은 방송인 김제동씨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사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총파업 집회에 참석해 조합원들 격려하며, 이명박 정권 시절 국정원 직원이 찾아온 이야기 등을 하고 있다. ⓒ 권우성
"내려와서 우리랑 같이 살면 좋을 건데, 저렇게 혼자 박혀 있는 게 뭐가 좋다고 계속 사장하고 있는 걸까요?" (방송인 김제동)
김제동이 13일, 서울 상암동 MBC본사 로비에서 열린 언론노조 MBC본부의 총파업 10일 차 집회에 참석해 파업 지지 발언을 했다. "오랜만에 여러분하고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이어가는 그의 발언에, MBC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크게 웃으며 환호했다.
김제동은 최근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의 적폐청산 TF 조사를 통해 드러난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리스트에는 광우병 촛불 집회에 참석하거나, SNS 등을 통해 관련 발언을 한 연예인, 공개적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진보정당을 지지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OOO 출연 MBC <환상의 짝꿍> 폐지 유도' 등 김제동의 방송 출연을 막기 위해 진행자 교체를 시도하고, 이마저 여의치 않을 땐 프로그램을 아예 폐지하도록 유도하는 등 집요한 탄압의 기록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블랙리스트 방송인' 김제동 "저들은 실패했다"
'블랙리스트 방송인'으로 소개된 김제동은 "나는 '당했다'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 해직 언론인들을 비롯해 더 큰 고초를 겪은 분들이 많은데, 유명하다는 이유로 나만 주목받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으로 여기 왔다"고 인사했다.
김제동은 자신을 탄압한 이전 정부를 향해 "저들은 실패했다"면서 "지난 9년 동안 시민으로서는 불행했지만, 코미디언으로서는 행복한 시대를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기자가 내게 너는 코미디언이 왜 자꾸 정치 이야기를 하느냐고 묻더라"는 이야기를 꺼내며, "나는 내 일을 할 뿐이다. 오히려 정치하는 사람들이 자꾸 코미디를 해대서 내 직업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코미디언은 이상한 걸 이상하다고, 웃긴 건 웃기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안보를 강조하는 대통령이 개머리판을 눈에 대면 곤란한 것 아니냐. 이런 사람이 애국보수라고 이야기하는데, 이상하지 않나. 로봇 물고기는 물에서 죽었다. 물고기가 익사했다. 웃기지 않나. 군대 가야 할 땐 안 간 사람들이 나이 먹고 갑자기 배지 달고 나라 위해 목숨 바치겠다는데 코미디 아니냐"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코미디언으로서 코미디를 한 것일 뿐이다. 나는 웃긴 건 웃기다고 이야기할 뿐이고, 여러분은 방송할 수 있는 걸 방송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MBC파업 현장 찾은 김제동, "국정원 직원 만나보니..."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어 피해를 받은 방송인 김제동씨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사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총파업 집회에 참석해 조합원들 격려하며, 이명박 정권 시절 국정원 직원이 찾아온 이야기 등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김제동은 "국정원 무서워할 것 하나도 없다"면서, "나를 감시하던 국정원 직원이, 나에 대한 보고 문자를 내게 보냈더라. 이렇게 허술해서 간첩 잡겠나"라고 폭로했다. 그는 "바로 전화해 '문자 잘못 보내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심각하게, 이들에게 국가 안보를 맡길 수 있는가 깊은 자괴감을 느꼈다"면서 "나를 감시하는 게 고유의 업무라면, 제대로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김제동은 "그래서 만난 국정원 직원이, 자신을 VIP에게 직보(직접 보고)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며 VIP가 내 걱정이 많다고 하더라. 그래서 대통령 임기는 4년 남았지만, 내 유권자 임기는 평생 남았다. 그 집(청와대) 전세인 거나 잊지 말고 당신 걱정이나 하라고 전해달라고 했다"고 말해 노조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김제동은 파업 중인 노조원들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그는 "얼마 전 성주에 가서 욕을 많이 먹었다. 휴게소에서 한참 울었는데, 친한 후배에게 전화해 '잘 다녀왔다'는 한마디만 해달라고 부탁했다. '잘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위로가 많이 되더라. 여러분들에게도 힘이 될 한 사람이 필요하다면, 내가 그 한 사람이 되어드리겠다. 이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주진우 기자 "파업 즐기시라"
이날 집회에는 김제동 외에도 주진우 <시사인> 기자도 참석해 노조원들을 격려했다. 주진우 기자는 "상암 MBC는 처음 와 본다"면서 "MBC를 너무 좋아해서 MBC 방송 출연을 부모님께 하는 가장 큰 효도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아무도 불러주지 않더라"고 말했다.
▲ MBC파업 지지하는 주진우 기자 시사인 주진우 기자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사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총파업 집회에 참석해 조합원들을 응원하고 있다. ⓒ 권우성
▲ "김장겸 사장 퇴진" MBC 파업 10일째, 투쟁 구호 외치는 조합원들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사옥에서 열린 총파업 10일차 집회에서 조합원들이 김장겸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그는 "여의도 시절 MBC는 최고였다. 기자를 주눅 들게 만드는 기자들이 있었고, 뛰어난 아나운서, PD들이 있었다. <뉴스데스크>에 물 먹고, <시사매거진 2580> <뉴스후> <PD수첩>에 연달아 물 먹고 좌절하고,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물 먹었다. 비정규직이던 작가들도 하나같이 훌륭하고 뛰어났다"면서 "그렇게 최고였던 MBC가 지금은 최악이 됐다. 예전엔 내가 어떤 이슈를 취재를 해 작은 기사를 내면, 이후 최승호 PD 같은 분들이 '기사 잘 봤다'고 연락을 해왔다. 이후 그 분들이 탐사 취재해서 한 시간짜리 프로그램을 만들곤 했다. 그렇게 큰 탐사보도가 완성되곤 했는데, 지금은 그 역할을 해주는 곳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주진우 기자는 과거 '시사저널 사태' 때 파업 경험을 이야기하며, "나는 파업 때 좋았다. 회사 안 가도 되고, 기사 안 써도 되니까 좋았다. 즐겁게 땡땡이치면서 파업했는데, 나중에 보니 머리에 흰머리가 가득했다"면서 "여러분 심정이 어떤지 조금은 안다. 쉽게 끝나지 않을 거다. 여기서 힘내야 한다"고 격려했다.
이어 "시간이 흐를수록 동력이 빠질 수밖에 없지만, 그럴 때일수록 마음을 가다듬고 놀아야 한다. 어차피 이기는 싸움이다. 초조해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