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10주동안 방송됐던 KBS 2016 <드라마스페셜>이 마침내 끝났다. 올해 드라마스페셜 단막극은 총 10편이 제작돼 예년보다 줄어들었고 편성시간(일요일 오후 11시 40분)도 그리 유리하지 않았다. (관련 기사: 참 좋은 드라마인데... KBS가 좀 너무합니다) 하지만 배우와 연출·스태프들은 악조건을 딛고 10편의 좋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아직 기회는 있다. 여러 채널을 통해 이들 드라마를 '본방사수'하지 않았더라도 볼 수 있다. 올해 방송된 단막극 10편을 소개하기 위해 시상식을 만들었다. 상은 그저 거들뿐이다. 이 기회를 이용해 나와 맞는 단막극을 건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두 마리 토끼상: '빨간 선생님'

 지난 9월 25일부터 방송된 2016 <드라마스페셜>이 11월 27일 끝을 맺었다.

지난 9월 25일부터 방송된 2016 <드라마스페셜>이 11월 27일 끝을 맺었다. ⓒ KBS


올해 2016 드라마스페셜 단막극의 포문을 연 드라마는 '빨간선생님'이었다. (관련 기사: 빨간책 쓰는 여고생, 야설은 어떻게 금서가 됐나) '빨간선생님'은 80년대 지방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야설' 소동을 당시의 엄혹한 시대상에 결부시켜 조마조마하게 때로는 해학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의미'와 '재미'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빨간선생님'에 '두마리토끼상'을 준다.

인기상: '전설의 셔틀'

 <드라마스페셜>에서 가장 재밌다는 평을 많이 들은 드라마는 '전설의 셔틀'이었다.

<드라마스페셜>에서 가장 재밌다는 평을 많이 들은 드라마는 '전설의 셔틀'이었다. ⓒ KBS


올해 드라마스페셜 관련 기사 댓글을 읽다 보면 높은 확률로 만날 수 있는 단막극이 있다. 바로 '전설의 셔틀'이다. 올해 드라마스페셜 단막극 중 '전설의 셔틀'이 참 재밌다는 댓글이 유독 많았다. 단막극 '전설의 셔틀'은 빠른 전개 속에 마치 예능처럼 효과음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작품이다. KBS <학교2013>으로 데뷔한 배우 이지훈과 올해 첫 작품을 만난 신예 김진우와 서지훈의 특별한 '화학작용'을 만나볼 수 있다. 유쾌한 작품을 보고 싶다면 올해 단막극 중에 '전설의 셔틀'보다 나은 선택은 없을 것이다.

최고의 반전상: '즐거운 나의집'

 필요에 따라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이보그 남편을 둔 여성 과학자. 이들의 가정은 과연 '즐거운 나의 집'이 될 수 있을까.

필요에 따라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이보그 남편을 둔 여성 과학자. 이들의 가정은 과연 '즐거운 나의 집'이 될 수 있을까. ⓒ KBS


2016년 상반기 알파고가 등장한 탓일까.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를 다룬 '즐거운 나의 집' 같은 시의적절한 작품이 반갑다. '즐거운 나의 집' 연출을 맡은 최윤석 감독은 이 단막극 극본을 함께 썼다. 올해 드라마스페셜 최고 시청률(3.3% 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한 작품 '즐거운 나의 집'에 '최고의반전상'을 준다. 이 드라마가 담은 세계 역시 흥미롭지만 10초를 남겨두고 등장하는 드라마 속 반전은 시청자들에 마치 롤러코스터 꼭대기에서 아래로 사정없이 내려꽂히는 쾌감을 선사한다.

베스트커플상: '동정없는 세상'의 이주승과 강민아

 단막극 '동정없는세상'의 배우 이주승과 강민아.

단막극 '동정없는세상'의 배우 이주승과 강민아. ⓒ KBS


KBS 2015 단막극 '가만히 있으라'에 이어 올해 다시 드라마스페셜에 모습을 비춘 배우 이주승과 JTBC <선암여고탐정단>(2015)의 똑 부러지는 캐릭터였던 '미도미도미' 배우 강민아의 출현이 반갑다. 이주승과 강민아는 단막극 '동정없는세상'에서 졸업을 앞둔 연인으로 나와 호흡을 맞추었다. 특히 1989년생인 배우 이주승에 '정말 철없는 고등학생 같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하루는 싸우고 그 다음날은 화해하고 다시 싸우는 이 정신없는 커플에 베스트커플상을 주고싶다.

최다 출연상: 미람, 박철민

 '피노키오의 코'에서는 배우 이유리의 동생으로 '평양까지 이만원'에서는 비밀스러운 국악과 학생으로 등장하는 배우 미람.

'피노키오의 코'에서는 배우 이유리의 동생으로 '평양까지 이만원'에서는 비밀스러운 국악과 학생으로 등장하는 배우 미람. ⓒ KBS


올해 드라마스페셜에 가장 많이 얼굴을 비친 배우는 누굴까. '평양까지 이만원'과 '피노키오의 코'에 나왔던 배우 미람(본명 김민경)이다. 배우 미람은 2014년에도 드라마스페셜 '꿈꾸는 남자'와 '원혼'에 연이어 출연한 바 있다. 또한 배우 박철민도 '웃음실격'의 웃음학원 교사로, '동정없는 세상'의 고등학교 교사로 올해 KBS 드라마스페셜에 두 번 등장했다.

건강한 맛상: '국시집여자' '아득히 먼 춤'

 '서정적인' 드라마를 찾는다면 '국시집여자'만한 작품이 있을까.

'서정적인' 드라마를 찾는다면 '국시집여자'만한 작품이 있을까. ⓒ KBS


 '아득히 먼 춤'은 서사가 중심이 아닌 움직임이 중심인 연극을 둘러싼 이야기를 해낸다. 사진은 드라마의 극 중 극 '로봇의 죽음'.

'아득히 먼 춤'은 서사가 중심이 아닌 움직임이 중심인 연극을 둘러싼 이야기를 해낸다. 사진은 드라마의 극 중 극 '로봇의 죽음'. ⓒ KBS


문학을 드라마로 만든다면('국시집여자') 혹은 연극을 드라마 속에 담아낸다면('아득히 먼 춤'). 그것도 마치 문학처럼 또 마치 연극처럼 아주 정직하게. 물론 채널을 붙잡는 맛은 다소 떨어질 수 있겠으나 다 먹고 나면 몹시 건강할 것 같은 맛. '국시집여자'와 '아득히 먼 춤'을 맛으로 비유하자면 그런 작품이다. 화면 톤은 시종일관 비슷하고 벌어지는 사건 또한 그리 극적이지도 동적이지도 않다. 그 제한된 공간 속에서 배우와 감독은 이 작품을 가장 잘 빛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 연기하고 연출한다.

컴퓨터그래픽 실험상: '웃음실격'

 단막극 '웃음실격'을 통해 '제대로' 그래픽 실험을 한 단막극. 기상예보와 날씨가 다르게 흘러가자 기상캐스터인 류화영은 악몽에 시달린다. 이 모습을 색다른 그래픽으로 구현해냈다.

단막극 '웃음실격'을 통해 '제대로' 그래픽 실험을 한 단막극. 기상예보와 날씨가 다르게 흘러가자 기상캐스터인 류화영은 악몽에 시달린다. 이 모습을 색다른 그래픽으로 구현해냈다. ⓒ KBS


드라마스페셜의 또 다른 실험을 볼 수 있는 작품인 '웃음실격'. 기상예보관과 기상캐스터의 세계를 다룬 이 작품 속에는 한 시간 내내 독특한 그래픽이 쓰인다. 그리고 모든 사건과 배우가 그래픽에 맞춰 적절히 어우러져 '웃음실격'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형성해낸다.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기상예보관 이지로(조달환)와 기상캐스터 신나라(류화영)의 상상을 날씨 그래픽으로 아기자기하게 구현해낸다. 분명 연속드라마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상상력이다.

기다려줘서 고마워요상: '피노키오의 코'의 이유리와 박찬환

 이유리와 박찬환이 한 번 더 부녀로 호흡을 맞춘 단막극 '피노키오의 코'를 끝으로 올해 <드라마스페셜>이 끝났다.

이유리와 박찬환이 한 번 더 부녀로 호흡을 맞춘 단막극 '피노키오의 코'를 끝으로 올해 <드라마스페셜>이 끝났다. ⓒ KBS


지난 6월 종영한 KBS 102부작 드라마 <천상의 약속>에서 부녀 관계로 나왔던 이유리와 박찬환이 다시 '피노키오의 코'에서 호흡을 맞췄다. 여기에 '피노키오의 코' 연출을 맡은 이정미 감독 역시 <천상의 약속>으로 이 배우들과 인연을 맺었다. 배우들은 감독에 대한 신뢰로 대본조차 보지 않고 단막극 출연을 승낙했다. 지난 25일 있었던 '피노키오의 코'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이유리는 이정미 감독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끊임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단막극 촬영이 두 달여 미뤄졌지만 배우들은 그 일정마저 끝까지 기다리며 작품을 완성했다. 지병현 CP는 "보통 이정도 미뤄질 경우 캐스팅이 무산되는데 개인적으로도 놀랐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이 '두 부녀'와 연출의 특별한 신뢰 관계는 '피노키오의 코'가 가족애라는 주제와 심리스릴러라는 장르를 한데 담아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노키오의 코'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말하고 싶어질 것이다. '기다려줘서 고마워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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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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