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래디에이어터2> 스틸컷
영화 <글래디에이어터2> 스틸컷
부실한 지반 공사로 흔들리는 콜로세움의 중심을 잡는 건 마크리누스(덴젤 워싱턴)이다. 마크리누스는 아우렐리우스의 검투사에서 시작해 죽을 고비를 넘기며 자유를 얻는다.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검투사를 육성하고 정계의 흑막으로 활동하다가 끝내 집정관의 위치에 오르는 인물이다. 마크리누스는 대의명분의 부족으로 휘청이는 서사극을 첨예한 정치극으로 리모델링하며 25년 만에 <글래디에이터2>가 다시 제작되어야 할 이유를 제시한다.
마크리누스는 루실라에게 '로마의 가치'가 무엇인지 묻는다. 로마라는 제국은 부모에게 버림받고 늑대의 젖을 먹으며 자란 쌍둥이 형제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는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자신의 입지전적인 전적이 그랬든 마크리누스는 죽고 죽이는 싸움 끝에 자유와 권력을 얻는 콜로세움이라야말로 로마의 정신이라고 항변한다. 뛰어난 언변으로 카라칼라를 꼬드겨 동생인 게타를 살해하도록 종용하는 일도 그저 로마 정신의 발현일 뿐이다.
선대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원수에 대한 가장 큰 복수는 그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루시우스 또한 그 이야기를 알고 있지만 복수의 궤도를 이탈하기는 쉽지 않다. 로마 시민들은 타락한 황제 대신 새롭고 강력한 지도자를 원한다. 자신에게는 승승장구하는 검투사로서의 인기, 알고 보니 루실라의 아들이자 황제의 손자라는 정통성. 그리고 무엇보다 루실라와 아카시우스에게 물려받은 5천 명의 정예 병사가 있다. 원수가 바라는 모든 힘을 쥔 그를 다른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루실라와 루시우스가 공화정을 통해 되살리려는 민주주의의 가치는 로마에 살아있는가. 카라칼라가 게타를 죽이고 마크리누스를 제 2집정관에 임명하던 순간. 황제 앞에 모인 원로원의 멤버들은 반항 한 번 하지 않고 새로운 집정관을 열렬히 추대했다. 심지어 제 1집정관은 카라칼라가 키우는 원숭이인 돈두스였는데도 말이다. 로마의 시민들은 어떤가. 폭군 콤모두스가 되살리고 카라칼라, 게타 황제가 지원하는 검투사 경기를 보기 위해 콜로세움에 모여들어 잔인한 살육을 여흥으로 즐기는 시민들에게 루시우스가 기대하는 민주주의가 정착할 수 있을까.
로마를 다시 위대하게(Make Rome Great A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