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행오버> 관련 이미지.
휴먼컴퍼니
예매할 당시에는 빈자리가 제법 많아서 '관객이 너무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했었는데 이게 웬일. 계속해서 관객들이 몰려오는 게 아닌가. 총 122석의 좌석이 가득 찰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관객층이 좌석을 가득 채워서 조금 놀랐다. 100석 안팎의 소규모 연극은 '쉬어 매드니스' 이후로 처음인데, 대학로가 아직 살아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행오버'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유쾌하고 짜임새있는 작품이었다. 중반 이후부터는 객석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였고, 나중에는 박장대소가 터져 나왔다. 웃음은 라포(rapport)가 형성된 뒤에나 가능한 상호 작용이 아닌가. 관객들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극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든 배우들의 노하우가 돋보였다.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연극의 힘은 극본과 배우들의 열연에서 나올텐데, 이번 공연(만 그런 건 아니겠으나)의 배우들이 내뿜은 에너지가 워낙 뜨거워서 객석까지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였다. 김세율, 이리안, 손준표, 이주하 그리고 특히 김동현은 온몸을 던진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쯤되면 관객은 배우들의 손짓 하나, 대사 하나에도 기꺼이 마음을 열게 된다. 영화와 달리 연극이 줄 수 있는 체험이다.
또, 대형 극장에서 하는 연극은 소위 스타 배우들의 연기를 실제로 직관할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무대가 크고 객석도 많다보니 현장감이 옅다. 배우와 직접 소통한다는 기분이 덜하다. '행오버'는 그런 측면에서 보면 그 어떤 연극보다 생동감이 넘쳤다. 무대를 즐기고 있는 배우들의 자세가 느껴졌고, 연기에 진심인 배우들의 태도가 감동적이었다.
현장감이 진하게 느껴지는 소극장의 무대는 언제나 만족스럽다. 대학로를 계속해서 찾는 이유 중 하나이다. 만취의 기억 속 진실을 찾는 '행오버'의 추리에 함께 참여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