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오해가 풀리고 처음과 달리 태수와 하빈은 가깝게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다.
MBC
두 배우가 아니고서는 극 중 인물들의 감정선을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배우가 떠오르지 않는다. 30년 만에 MBC 드라마에 복귀한 한석규 배우는 프로파일러로서의 냉정함과 아버지로서의 혼란스러움이 뒤섞인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압도적인 분위기로 잘 표현했다.
신예 채원빈 배우는 시종일관 서늘한 표정과 알 수 없는 눈빛 연기로 밀리지 않는 미스터리 한 분위기를 뽐내며 호흡을 맞춘다. 가장 가까운 부모로부터 의심받는 딸의 심리를 담아내다 못해 광기 어린 분위기로 승화시켜 버리기까지 한다. 두 배우의 조합이 아니었다면 이런 웰메이드 작품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한석규와 채원빈 두 배우가 불꽃같은 연기를 펼쳤다면, 그 불꽃이 타오를 수 있도록 받쳐준 모든 조연들의 연기 역시 훌륭했다. 이들의 연기는 주연 배우가 피어 올린 불꽃에 던져진 장작과도 같았다고나 할까. 잘 마른 장작이 되어 불꽃을 더 폭발시키기도 했고, 때로는 젖은 장작이 되어 두 사람의 갈등을 소강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빈의 생일을 맞아 테이블에 앉은 부녀의 모습은 아주 화기애애하지는 않았지만, 전과 달리 둘은 매우 가깝게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드라마 내내 어두웠던 집안의 분위기는 부녀의 화해 이후, 매우 밝게 연출된다. 이 집이 이렇게 환했었나 싶을 정도로 눈이 부셨다. 긴긴 갈등의 밤이 가고 환한 새벽이 왔음을 나타내려는 듯, 변화를 맞이한 미장센 역시 마지막까지 연출에 심혈을 기울이는 듯 보였다.
'이친자'의 시나리오는 한아영 작가가 썼다. 2021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 당선작으로 원작의 제목은 '거북의 목을 쳐라'였다고 한다. 배우들의 연기, 감독과 연출팀의 연출, 탄탄하고 검증된 시나리오가 어우러져 올해 최고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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