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딜리버리> 스틸컷
마노엔터테인먼트
앞길이 구만리지만 당장 오늘 사는 데 집중해야 하는 공시생 미자와 동거 중인 게임밖에 모르는 백수 남자 친구 달수는 최근 직장까지 그만두고 꿈도 미래도 포기해 버린 청년이다. 현실감각에 무뎌진 청춘 커플에게 덜컥 원치 않는 임신까지 산 넘어 산이다.
준비 없는 임신은 일정한 직장이 없는 커플에게 재앙과도 같았다. 둘만의 사랑만 있다고 올바르게 기를 수 없는 일이었다. 낳고 나면 문제는 더 커진다. 태어나면서부터 육아에 쏟아붓는 돈만 해도 엄청났다. 이리저리 계산기를 두드려도 답이 나오지 않자 두 사람은 뒤돌아볼 것 없이 중절 수술을 결정했다.
수술하고 돌아온 날 밤, 미자는 갑작스러운 하혈에 병원에 실려갔다. 검사해 보니 웬걸. 뱃속에 아직 아이가 살아 있는 게 아닌가. 당황스러움도 잠시, 아이를 갖지 못하는 귀남과 우희 부부가 그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의사를 듣는다.
어렵게 고민하지 말고 쉽게 생각하란다. 자궁(아기방)을 임대한 건물주라 생각하라는 우희의 설득이 묘하게 끌린다. 임신 기간 동안 숲세권 집도 마련해 주고, 정기 검진 때마다 500만 원씩, 낳아주면 5천만 원을 지원하겠다는 솔깃한 제안이 싫지만은 않았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 거 어떻게 하겠나. 중절 수술 실패로 살아남은 아이는 졸지에 팔자를 고쳐줄 복덩이로 둔갑했다.
그날 이후 커플은 원하는 돈을 받고 금수저 커플은 원하는 아이를 받기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겉으로 보면 일거양득,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제로섬 게임이었다. 이후 네 사람은 공동 태교에 혼신의 힘을 더한다. 금수저 부부는 계약 이후 가짜 임신을 연기해야 했다.
데릴사위로 들어와 병원장이 된 귀남은 본인의 책임은 숨긴 채 아내를 속이면서까지 문제를 해결하려 했고, 어려움 없이 자라온 우희 또한 인생 최대의 난제에 봉착하며 임산부 코스프레를 해야만 했다. 그러나 원하는 바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우희는 아이의 기형 여부를 듣고 새로운 제안을 건넨다.
무거운 소재를 가볍게 다루려는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