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인사이드 - 이웃집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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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법적으로 허용된 대리모 출산을 통해 쌍둥이 딸을 얻었다. 아이들이 만 네 살이 되자, 두 사람이 다니던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2023년 로마 교황청이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과 그 자녀에 대한 세례를 허용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세례에서 신부님은 말한다.
"당신들은 장애물이 아닙니다. 확신을 가지세요. 아이들에 대한 당신들의 사랑이 모든 역경을 이겨낼 것입니다."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과 일본, 그들이 각자 고국에 남아 있었다면 이런 평범한 행복에 이르는 여정에 닿을 수 있었을까.
두 사람은 여느 부모와 다르지 않게, 아니 어떤 면에서 보통 부모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부모로 살아간다.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일주일에 몇 번 씩 재택 근무를 한다. 이유식은 당연히 아빠와 대디가 직접 만들어 먹였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13권의 육아일기로 남겨졌다. 언제 처음 아빠라고 했는지, 하다못해 똥은 어떻게 눴는지까지 모든 기록이 남겨져 있다. '남들처럼'이 쉽지 않은 그들이었기에 그들이 맞이한 육아의 순간 순간이 모두 소중했다.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과 교류도 한다. 아이들 놀이모임을 함께한 부모와 저녁도 함께한다. 아빠와 대디 집에 놀러온 이웃집 부모는 말한다. 다양성으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걸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고.
아이가 생기면서 두 사람의 묵은 숙제도 훨씬 수월해졌다. 아들의 '커밍아웃' 선언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던 어머니는 아들이 아이를 낳겠다 하니 두려움이 앞섰다. 그러나 오랜 노력 끝에 아이를 낳아 키우는 모습을 보며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고 한다. 밝은 모습의 아들을 본 적이 언젠가 싶었던 어머니는 육아하는 아들을 보며 이제야 '저 모습이 행복한 거구나'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아빠의 가족이 왔다가 떠나던 날 공항에서 딸이 무작정 울었다. 아빠는 주변 사람들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공항 직원은 엄마는 어디 있냐 물었다.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아빠는 '남자 둘이 애를 키워 저런가 하고 사람들이 생각하면 어떡하지'라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아이들이 자라며 생각이 많아진다. 딸은 친구가 '엄마 있냐'고 물어봐서 없다고 대답했단다. 아이들이 자라며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수록 더 많은 편견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제 아무리 사랑으로 키운다 한들 자신의 선택으로 아이들이 짊어져야 할 짐에 무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아빠는 말한다. 동성 커플의인 아빠로 인해 어떤 문제가 생겨도 같이 얘기하고 풀어줄 수 있는 가족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1인가구, 한부모 가족, 딩크족처럼, '아빠'와 '대디'로 이루어진 가족도 전 세계 사람들이 이룬 가족 형태 중 하나일 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