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장면 갈무리
EBS
아이들을 낳지 않고, 어른들 세상에서 아이의 존재감이 점차 사라지면서 함께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농촌의 학교는 물론이고, 이제는 대단지 아파트 사이의 학교도 폐쇄되는 실정이다. 유치원은 사라지고 아이들 시설이 노인 시설로 대체되고 있다. 경제 논리에 따라 사용자가 없으면 사라지는 것들, 다큐는 이 '사라지는 것'과 출생률의 저하의 악순환 구조에 주목한다.
제작진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 그곳의 한 병설 유치원을 찾았다. 병설 유치원이라 하면 학교 부설로 경제적 부담 없이 양질의 교육을 받게 하려는 부모들이 찾는 유치원이다. 한때는 학교 학생 정원처럼 30여 명을 넘나들던 곳, 이곳 부산의 병설 유치원도 마찬가지다. 3층 건물을 다 사용하던 유치원은 불과 4년만에 다닐 아이가 없어 작아졌다. 바늘구멍 고시를 통과해 유치원 선생님이 된 윤예주씨는 이제 유치원 홍보 전단을 돌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전단이라도 돌려서 아이들이 온다면 다행이다. 그는 "거리를 지나가는 아이가 없다"고 말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저출산 여파로 최근 4년간 어린이집 5곳 중 1곳이 폐원했다. 문제는 이렇게 되었을 때 정작 유치원을 가고자 하는 아이들이 유치원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기도 양평의 한 학교, 병설 유치원도 함께 있는 이 학교의 스쿨버스는 이른 시간에 출발한다. 저출생의 여파로 줄어든 학생들을 태우기 위해 주변 10개 마을을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8시 10분 첫 아이를 태우기 시작해서 8시 50분까지 학생들을 태운 버스는 거의 한 시간을 운행한다. 버스를 타고 통학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매일 한 시간, 오가는 시간을 따지면 두 시간여를 버스에서 보내게 되는 셈이다. 집에서 보살핌을 받아야 할 아이들이 버스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대도시라고 다를까.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중구의 지난해 출생률은 0.31에 불과하다. 중구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유하네 집, 매일 아침 엄마는 아이들 약을 준비하고 아빠는 씻기며 전쟁을 치른다. 문제는 보낼 수 있는 유치원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중구에 국공립 유치원은 단 하나, 버스로 24분이 걸리고 그마저도 내려서 또 걸어야 하는 곳이다. 어린 아이가 다니기 어려운 거리다. 어디 유치원뿐일까.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오는 길, 아이들이 없으니 놀이터도 사라진다. 중구에 빈집이 늘어나 동네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혼자 다니면 안 돼'라고 주의를 준다. 이곳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이는 비단 부산 중구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아이 낳기 쉽지 않은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