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흘> 스틸컷
㈜쇼박스
<사흘>을 보고 있으면 다수의 국내외 오컬트 영화의 레퍼런스가 떠오른다. 한국의 장례절차에 걸리는 3일 동안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1일 운명, 2일 입관, 3일 발인으로 나눠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 편집했다. 떠나보내지 못해 붙잡아 두려는 미련과 인물 간의 알력 싸움이 클라이맥스로 향하며 거세진다.
보이지 않는 존재에 맞서는 인간과 현혹되는 인간의 연약함을 나방의 이미지로 극대화했다. 나방은 영화 곳곳에 등장해 불길함을 조장한다. 모두 CG의 힘을 빌려 탄생했는데 소름 끼치는 장면을 선사한다. 나방이 변태를 거쳐 성충으로 탈피하는 일련의 과정과 몸을 빌려 부활을 꿈꾸는 그것의 목적과 맞물리며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건물에서 일어나는 폐쇄성이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염습실, 영안실, 장례식장, 보일러실을 오가는 인물들은 마치 미로 속에 갇힌 기분이다.
가톨릭의 악마, 구마 등 오컬트의 전형적인 장르물과 가족의 사랑을 품은 휴먼 드라마 장르가 결합했다. 복합장르물이 대세를 이루는 때 한국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장르 시도가 반갑다.
다만, 두 장르의 밸런스 조절에 실패한 듯 보인다. 세 배우의 색다른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이었으나, 소미가 이식받은 심장의 정체가 밝혀지자 긴장감은 맥없이 풀리고야 만다. 영화 보다 기괴하고 아름다워 빨려 들어갈 것 같은 포스터 이미지만 더욱 강렬하게 다가올 뿐이었다. 매니아성 짙은 장르를 대중적으로 끌어올리며 장르 혼잡 조합에 성공을 거둔 <파묘>의 높은 허들을 넘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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