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괜찮아, 앨리스>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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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보면, 꿈틀리 사례는 전국 교육청마다 당연히 설치해야 할 모범 예시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 과정이 겪고 있는 고충을 감출 생각은 없다. 여기에는 실용적인 문제가 결부된다. 다시 등장한 설립자는 조심스럽게 덴마크와 한국을 비교한다. 공교육 과정 일부로 공적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는 현실 한계를 토로하며 발상의 전환을 촉구한다. 분위기 깨는 것 같지만,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할 말을 해야한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더 근본적인 고민도 등장한다. 학교 내 3주체,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꿈틀리 민주주의는 잘 작동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개학을 앞둔 교사회의에선 현재 한국 교육 전체가 당면한 난제가 토론 주제로 오른다. 꿈틀리 내에선 높은 수준으로 대안적 교육이 이뤄짐에도 학생들은 가정에서, 그리고 1년 유예기간이 끝나면 다시 거대한 입시 기계 톱니바퀴에 맞물려버리는 문제다. 이 공간에서 체험하는 것들은 각자 가정으로 돌아가면 과연 효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중간에 그만두는 학생이 적지 않고, 신규 유입이 점점 줄어드는 실정을 고백한다. 희귀한 예외 사례가 기존 입시 체제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은 냉혹한 현실이다.
하지만 꿈틀리의 소중한 체험은 휩쓸려 잊히기엔 너무나 소중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다들 그렇게 공감할 테다. 한국의 입시지옥은 그 실효성이 검증된 바 없음에도 고장 난 테이프처럼 공회전 중이다. 심지어 한국 자본주의 체제 수호신 격인 한국은행 총재가 인터뷰에서 밝혔듯, 지역별 대학 정원 할당을 해당 지역 비례로 개편해 사회적 손실을 줄이자 할 지경인데도 말이다. 이쯤 되면 합리성이 아니라 맹목적 갈라치기로 정작 사회에 필요한 시민도, 기업 구미에 맞는 인적 자원도 배출하지 못하는 말기적 교육 현실이다. 1년의 유예는 허비가 아니라 '2보 전진을 위한 일시 정지'로 충분한 잠재력을 지닌다. 그저 우리 사회가 결단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한 때 격찬을 받았지만, 이제는 오히려 기업문화에 유해하다는 검증을 마친 잭 웰치 리더십이란 게 있다. 아주 간단한 법칙이다. 매년 회사 내 하위 20%를 구조조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모두 함께 노력해도 기계적 실적 처리로 의외란 없이 반복하는 과정이다. 그 결과 그가 CEO로 군림하던 GE는 제조업 경쟁력을 잃고 표류하고 만다. 단기적 속성 효과에 치우친 극약 처방이 낳은 현실이다. 이 철 지난 사례가 여전히 한국에선 진리처럼 통용된다.
꿈틀리 사례는 정확히 그 대척점이자 병폐의 만병치유법에 속한다. 약간의 참을성으로 '앨리스'를 풀어주고 기다리기만 한다면 소설속 주인공처럼 이상한 나라를 넘어 광활한 세상으로 장대한 모험을 알아서 떠날 텐데 말이다.
<작품정보>
괜찮아, 앨리스
Efterskole, Going to the Wonderland Korea
2024|한국|다큐멘터리
2024.11.13. 개봉|75분|전체관람가
감독 양지혜
출연 이주연, 황하름, 오연호
제작 ㈜오마이뉴스
배급 미디어나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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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돈은 안되지만 즐거울 것 같거나 어쩌면 해야할 것 같은 일들을 이것저것 궁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