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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등 조롱한 대전 축구팬, 꼭 그래야 했나

[주장] 대전에 2대 1 패한 인천, 창단 21년만에 2부리그 강등... 승패 떠나 존중해야

24.11.12 11:59최종업데이트24.11.1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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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K리그는 최근 '승강의 계절'에 돌입했다. 1부리그와 2부리그에 걸쳐 다음 시즌 승격과 잔류, 강등의 운명이 결정되는 시기다. 축구팬에게는 어쩌면 우승팀을 가리는 것보다도 더욱 흥미진진한 볼거리지만, 한편으로 경쟁의식이 불러온 지나친 과몰입으로 팀 사이 감정싸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대전 하나시티즌의 경기에서는 양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대전은 인천을 2-1로 꺾고 단독 9위로 다음 시즌 1부리그 잔류를 확정지은 반면, 패배한 인천은 최하위로 창단 21년 만에 최초로 2부리그 다이렉트 강등이 확정되는 아픔을 겪었다.

패배자의 아픔

논란의 장면은 경기가 끝난 직후 발생했다. 원정응원을 온 대전 응원석 진영에서 갑자기 '인천 강등'을 외치는 집단적인 구호가 울려 퍼지더니, 인천의 2부 리그행을 조롱하는 다양한 내용의 현수막까지 연이어 등장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양팀 외국인 선수 간에 흥분하여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K리그1 잔류를 확정한 대전이 승자로서 환호와 기쁨을 자축하는 것이야 당연했지만, 굳이 패자의 아픔을 상대의 안방에서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만일 상대팀 홈팬들까지 덩달아 감정적으로 반응했다면 자칫 큰 충돌로 번질 수도 있었던 위험한 장면이었다.

다행히 인천 팬들은 대전 팬들의 도발에 크게 대응하지 않아 그 이상 심각한 분위기로 번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보다 못한 황선홍 대전 감독이 서포터스석으로 다가가 팬들에게 거듭 자제를 요청했다. 그제야 대전 응원석에서의 강등콜이 멈췄고 현수막도 하나둘씩 내려갔다. 황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축구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며 동업자 의식을 강조했다.

이 장면이 미디어를 통하여 널리 알려지면서 축구팬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승리 후 대전 팬들의 비매너 응원에 대해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또 K리그 역사에 밝은 팬은, 이번 사건이 단지 특정 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도 했다. 상대를 과도하게 적대시하는 축구 응원 문화의 어두운 측면이 불러온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한국보다 프로축구 역사가 오래된 유럽이나 남미에서는 지역-정치-종교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하여 팀 간 라이벌 의식이 더 적대적이고 격렬한 경우도 있다. 상대팀에 대한 조롱 섞인 응원구호나 걸개는 예사고, 심하면 물리적 충돌에 이은 관중폭동이나 유혈사태로 번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물론 K리그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각 팀간 팬덤을 중심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역사적인 악연이 쌓여있는 경우를 종종 목격할 수 있다.

대전과 인천의 악연

대전과 인천의 악연 역시 뿌리가 깊다. 양 팀은 2012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경기 직후 대전 원정 팬이 인천 마스코트의 도발성 승리 세리머니에 격분하여 그라운드에 난입하여 폭행을 저지른 사건이 벌어진 것을 계기로 관계가 크게 악화되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2부리그로 강등당한 대전을 원정에서 상대하게 된 인천 팬들이 먼저 대전의 강등을 조롱하는 걸개를 내걸었던 사건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약 11년간 인천을 상대로 승리가 없었던 대전은 올해 들어서만 두 번이나 승리를 거뒀다. 그렇게 인천을 사상 첫 2부리그로 다이렉트 강등시키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양팀의 역사를 잘 아는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대전 팬들이 굳이 이날 인천의 강등을 조롱하는 구호와 걸개를 일부러 준비한 것이 사실상 '9년 전의 복수'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갈등 구도는 K리그에서 대전과 인천의 관계 외에도 다양하다. 심지어 과격한 팬덤에서는 싫어하는 라이벌팀이나 상대 팬들을 멸칭으로 부르거나, 역사적 문제 등을 들어 아예 구단의 정통성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로 입장이 서로 뒤바뀌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이제는 누가 먼저 시작했고 누가 더 잘잘못을 했는지 가리는 게 큰 의미가 없을 만큼, 일부 K리그 서포터즈 간의 해묵은 감정 대립은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부 축구 팬들은 이런 것도 축구 응원문화와 라이벌 구도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한다. 더 자극적인 도발과 조롱이 난무하는 해외 축구에 비하면 K리그는 아직 순한 맛에 불과하다고 정당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증오는 증오를, 업보는 업보를 필연적으로 불러온다. 소속팀과 축구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 지나친 과몰입으로 변질되면서 특정 상대팀에 대한 지나친 적대감으로 표출되는 것은 수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기 쉽다.

2024시즌 K리그의 승강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누군가는 1부리그에 살아남거나 승격할 것이고, 누군가는 2부리그로 내려가야만 한다. 그때마다 강등이 상대팀 팬들에게 조롱과 폄하의 대상이 되는 것이 올바른 스포츠맨십이라고 할 수 있을까.

증오의 악순환은 누군가 한번은 끊어야 한다. '우리도 당했으니까 그대로 돌려줘야 한다'는 복수심보다 '우리는 스포츠맨십을 지키면서 그들과 다르게 가겠다'는 모습이 더 멋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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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나이티드 대전하나시티즌 K리그 강등콜 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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