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힐빌리의 노래> 스틸컷
영화 <힐빌리의 노래> 스틸컷
<힐빌리의 노래>는 JD라는 개천의 용 성공담이 아니라 민주당의 텃밭이던 러스트 벨트가 공화당으로 돌아선 사회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담았다. 또 사회안전망이 무너지고 교육에 대한 열망과 가이드라인도 없이 가난과 폭력만 대물림 되는 시스템에 대한 반성을 주제로 한다. 한 인물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분석하는 것과 어떻게 아직까지 실패하지 않고 버텨냈는지 알아보는 데에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론 하워드는 이 부분을 착각한 듯 보인다.
론 하워드가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 속의 주인공들은 '힐빌리'들과 전혀 다르다. <뷰티풀 마인드>의 존 내시는 소련의 스파이에 쫓기고 있다는 피해망상에 시달리지만 20대에 MIT 교수가 된 수학 천재다. < 프로스트 vs. 닉슨 >은 재기의 발판이 될 만한 확실하고 명망 있는 대결 상대가 있었다. < 아폴로 13 >의 주인공들은 달의 궤도에서 우주선에 불이 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지만 세계에 몇 없는 뛰어난 우주선 조종사과 NASA의 든든한 과학자들을 동료로 두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의 주인공 JD는 어떤 상황일까. 원작에서는 잘난 거 하나 없는 아주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수차례 고백한다. 간호사 면허를 유지하기 위한 소변검사에서 마약성분이 발견될까 봐 아들에게 소변을 요구하는 엄마가 J.D 인생 최대의 숙적이다. 술 취한 남편의 엉덩이를 태워버린 적도 있는 괴팍한 할모(할머니를 뜻하는 힐빌리식 속어)가 방황하는 J.D의 버팀목이 되지만 함께할 날이 길지는 않다. 뛰어난 재능도 경쟁하며 실력을 키울 상대도, 함께할 든든한 동료도 없다. 론 하워드는 스스로 손발을 묶고 영화 제작에 뛰어든 셈이다.
물론 J.D가 해병대에 들어가 오래된 나쁜 버릇들을 하나하나 고치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예일대 로스쿨로 가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J.D는 본인이 다녔던 고등학교 선생님의 말을 빌려 가난한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엉망인 이유를 공공기관의 책임회피 탓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선생님은 "사람들은 우리가 방황하는 아이들의 목자가 돼주길 바라지. 그런 애들 대부분이 늑대에게 길러진다는 현실을 툭 까놓고 얘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게 문제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J.D는 늑대가 아니라 공부의 중요성을 아는 할모의 손에서 고등학생 시기를 보냈다. 짧게 말해 운이 좋았다.
20점 안팎에 머무는 처참한 로튼토마토 점수는 정치, 사회적인 주제를 다룬 베스트셀러 가 개인의 성공담으로 그치고 만 평론가들의 실망감이 반영된 수치인 듯하다. 그러나 관객의 평가인 팝콘 지수는 80점을 웃돌고 있다. 실제로 영화가 시작되면 플래시백을 적극 활용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유려한 연출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된다. 원작에서는 나열식으로 소개됐던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하나의 굵직하고 감동적인 사연으로 엮어낸 베테랑의 솜씨에는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JD의 불량한 친구들에게 '다시 한번 J.D와 놀면 자동차로 밀어버리겠다'고 협박하는 과격한 할모역의 글렌 클로즈. 마약에 중독된 상태로 병원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다가 간호사 면허가 박탈되는 철없는 엄마 역을 맡은 에이미 아담스. 합쳐서 아카데미 연기 부분 후보 지명만 13회나 되는 두 명배우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다. 가족에 대한 사랑은 진심이지만 거칠고 투박한 애정 표현 방식과 잘못된 선택으로 가족을 위기로 몰아내기도 하는 복잡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몰입감을 더한다.
우리의 결정은 매 순간 중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