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대한 부재> 스틸 이미지
판시네마(주)
영화는 내내 기억과 감정, 그리고 '부재'의 감각을 연결하며 혈연으로 이어지지만, 실제로는 남이나 다를 바 없었던 가족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탐구생활 시간으로 진행된다. 아들은 자기 행복하겠다고 어머니와 자신을 내팽개친 부친에게 어릴 적 마땅한 애정을 별로 얻지 못한 유년기를 보내야만 했다. 그래도 자식이라고 어엿하게 자리를 잡은 소식을 전하고자 어려운 걸음을 했지만, 그가 어릴 적 겪었던 냉담함은 여전한 데다 지적 권위를 내세우는 재수 없는 태도 역시 변한 게 없다. 그런데도 유일한 혈육인지라 보호자로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는 어차피 별 기대치가 없었다는 듯, 배우의 호기심으로 아버지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대체 아버지는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사이 좋던 새어머니와 사이에서 자신이 모르는 어떤 일이 일어났던 걸까? 아들은 탐정이자 고고학자가 돼 어릴 적 파편적으로 기억하는 부친의 은밀한 삶의 조각을 차례로 수집해나간다. 메모지에 적힌 단편적인 사건들을 지도처럼 배치하니 지난 몇 년간 조금씩 심각해지던 치매 증상이 확인된다.
50년에 걸친 사랑을 키워온 새어머니 '나오미'와 본인에게 그런 예기치 못한 상황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아버지를 돌보던 새어머니가 감당해야 할 부담은 과연 측량할 수 있는 성격일까. 그런 아들의 머릿속 상상은 시각화돼 관객에게 줄곧 제시된다.
아버지가 병원에 수용되고, 새어머니가 종적을 감춘 집을 방문한 아들은, 누군가가 최근에도 들락거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는 그들의 정체를 통 알 수 없다. '내가 모르는 게 이리도 많을 줄이야!' 하며 그저 추리하고 또 추리할 뿐이다.
온갖 불길한 상상과는 달리, 결국 마주친 의문의 침입자는 새어머니의 아들이었다. 각자 부모의 느닷없는 이혼으로 동병상련으로 불행한 청소년기를 보내던 둘은 서로가 가진 정보를 교환하지만, 미스터리는 통 풀리지 않고 그대로 남은 채다. 오히려 몇 배로 증폭됐다는 게 더 적합해 보인다.
영화는 탐정 스릴러물보다는 심리 미스터리에 한층 더 가까운 태도로 접근한다. 열심히 이곳저곳 수소문하며 아버지의 은밀한 후반생을 쫓는 아들은 부친의 비밀에 근접하지만, 그가 추론한 것들이 온전히 진실인지는 사실 확인할 길이 없다. 그렇게 믿고 싶은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자신이 일기장에서 몰래 읽은 아버지의 연애편지는 그와 새어머니의 장구한 사랑을 증언하는 것이지만, 혹자는 아버지가 새어머니를 가정부처럼 착취하며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한다. 아버지의 만행은 그뿐만이 아니라는 폭로도 속출한다.
자신과 어머니에게만 냉정했을 뿐, 새어머니에겐 무한한 사랑을, 공적으로는 성실하고 존경받는 학자로 널리 인정을 받던 부친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한 길 사람 속은 어찌 이리도 모순적이란 말인가. 파면 팔수록 혼란은 더해만 간다.
마침내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