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2>에서 소도 남부 지부장 김성집을 연기한 배우 홍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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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김성집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게 관건이었다. "어떤 이유로 소도 멤버가 되었는지, 왜 국무총리 이수경 말에 모든 걸 걸게 됐는지 그 이유를 찾으려 했다"며 홍의준은 말을 이었다.
"명분을 찾는 이상주의자일 수도 있고, 가족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큰 의미를 두기 보단 내 자녀를 위해 모든 걸 바친다는 마음이 소도를 선택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본인이 느낀 혼란한 세상에서 아이가 살게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기에 이수경 말대로 혼란 속에서 규칙을 만들고 체계가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화살촉이나 새진리회는 김성집과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괴기스럽게 얼굴 분장을 한 화살촉은 개인의 개성을 감추고 악행과 선행 구분이 모호해진 집단이다. 새진리회는 정치권과 유착이 심했고, 비리가 있는 집단이고. 재난 상황일 때 누구는 약탈과 무질서를 택하지만, 인간 특유의 따뜻함을 베푸는 사람들도 있다. 김성집은 후자에 가깝다고 봤다. 그러다 소도 또한 점차 테러 집단화가 되잖나. 새진리회나 화살촉처럼 변해가는 과정에서 민혜진 홀로 고귀한 가치를 지키다 보니 김성집 입장에선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생활고에도 연기 포기할 생각 안해"
상명대 연극영화학과 출신인 그는 많은 배우들이 그랬듯 애초부터 연기자가 꿈은 아니었다고 한다. 전라남도 여수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손재주가 좋았고, 건축일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도시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과 돈을 많이 벌어보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 연예인을 꿈꾸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버지껜 신문방송학과를 지망한다고 하고, 혼자 연극영화과가 있는 학교를 알아보고 다녔다. 다행히 실기시험 없이 수능 성적만으로 갈 수 있는 학교들이 있더라. 그렇게 입학했는데 동기들이 다들 반짝반짝하더라. 너무 부끄러웠다. 그러다 대학교 2학년 때 처음 무대에 올랐는데 하이라이트 조명을 받았을 때 느낌을 잊지 못한다. 아, 다른 차원의 세상이구나. 그 조명 안이 나만의 공간이고 정말 솔직해질 수 있는 순간이구나. 거기서 자유로움을 느꼈다."
그렇게 극단 마방진에 소속하게 됐고, 서른두살이 됐을 무렵 참여한 <홍도야 우지 마라>에서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게 됐다고 한다. 늦다고 하면 늦을 수도 있지만, 극단 생활을 하며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홍의준은 단 한 번도 연기를 그만둘 생각을 안 했다고 고백했다.
"친구들은 직장에 다니며 안정된 모습인 것 같더라. 어느 순간 만나는 게 망설여졌다. 항상 얻어먹는 신세였거든. 사실 서른 초반까지 여러 회사에 들어갈 기회는 있었다. 여수로 내려가면 얻을 수 있는 직장도 있었고. 저도 신기한데 가스요금을 못 내서 끊기기도 했고, 밥도 연출님 댁에 가서 얻어 먹거나 극단 선배가 주는 용돈으로 생활하기도 했던 때인데 선뜻 포기할 생각이 안들더라. 근자감이라고 할까.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렇게 무대를 경험하다가 2019년 무렵 매체 연기를 하게 됐다. 선배들이 종종 제게 무대에 있더라도 안테나를 외부로 뻗어는 놓으라 조언하곤 하셨는데 그땐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지. 동료들과 영화 제작사에 프로필을 돌리기도 했는데, 그것도 어떻게 보면 서로 경쟁이라 정보를 물어보기 괜히 미안하고 그랬다. 지금이야 온라인 사이트도 있고 하잖나. 지금의 매니저형을 만나면서 뭐랄까 당장 프로필만 돌리면서 만족하기보단 연기적으로 제가 준비돼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기회가 닿는다면 언제든 무대 연기를 할 생각이 있지만, 홍의준은 영화 및 드라마에 힘을 쏟을 예정이란다. 최근엔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의 단편 영화 촬영도 마치고 왔다. 앞으로 보여줄 모습이 더 많은 그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물었다.
"제가 절 보기에 좀 차가운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한편으론 시골에서 자랐기에 푸근한 감성도 있다. 저의 인간적인 모습이 많이 보이는 배우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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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