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청설>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수어' 대사가 90% 이상을 차지한다는 설정도 잘 살렸다. 비어 있는 음성 언어의 공간에 아기자기한 효과음과 톡톡 튀는 음악을 채웠다. 수어는 상대방의 눈을 보고 말하는 또 다른 언어다. 잠시라도 딴생각, 딴짓을 할 수 없이 오로지 상대에 집중해야 한다. 육성에 익숙한 세상에서 마음을 전하는 다채로운 방법이 웃음과 감동, 슬픔을 유발한다. 특히 상대를 향한 배려가 지나쳐 서로를 오해하게 되는 부분은 결말에 다다라 소소한 반전으로 돌아온다.
영화는 첫사랑 영화의 본국 대만의 동명 영화를 14년 만에 리메이크했다. 로맨스 판타지, 로맨스 회기물, 로맨스 사극 등 장르의 배합 없는 단일 장르를 지향한다. <유열의 음악앨범>, <동감>, < 20세기 소녀 > 이후 청춘 로맨스 영화의 계보를 잇는다. <말할 수 없는 비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리메이크 영화가 개봉을 앞둔 상황에서 <청설>은 대만 리메이크 버전의 첫 타자다. 2000년대 초반 극장가를 물들인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 <내 머릿속의 지우개> 등 청춘 로맨물이 자취를 감춘 상황 속 현시대를 대표하는 20대 라이징 스타가 모여 요즘 세대의 감성을 전한다.
그래서일까. 도파민이 만연한 시대에 무해한 매력을 정공법으로 택했다. 영화만의 매력, 영화만의 감수성을 전한다. 느림의 미학, 아련한 감정과 성장통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한다. 첫사랑 로맨스 장르의 강국인 대만과 일본의 감수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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