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킹포' 스틸
스튜디오팔삼구
<룩킹포>는 저예산 독립영화로선 금단의 영역으로 여겨온 '뮤지컬'에 도전한다. 뮤지컬 하위 장르 중에선 '주크박스 뮤지컬'에 속하는 접근법이다. 이 개념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대중적으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맘마미아>처럼 잘 알려진 히트곡이나 기존에 발표된 POP 음악을 활용해 이야기 서사를 연결하는 형태의 비교적 새로운 장르다. 물론 상업적으로 안정된 성과와 익숙한 음악 활용을 통한 창작의 용이함으로 근래 인기를 얻고 있지만, 독립영화에서 이러한 도전은 무척 예외적인 사례에 속한다.
영화는 거기에 또다시 특별한 변형을 가한다. 흘러간 유행가나 대중적 인기곡을 선택하지 않고 정반대의 경향으로 치닫는다. 아는 이는 다 알지만, 여전히 대중적 인기를 지녔다고 보기엔 어려운 인디 밴드 '중식이'의 기존 발표곡을 중심으로 주크박스 뮤지컬을 구성한 것이다. 김태희 감독이 중식이 밴드의 정중식 보컬과 동년배로 이전부터 교류해 왔기에 가능한 도전인 셈이다.
일상적인 대화를 통한 진행과 배우들이 각각 주역을 맡아 무대에 오르듯 중간에 삽입된 뮤지컬 제창 장면이 혼합되어 전체적인 서사를 형성해 나간다. 오랜 우애로 믿음을 형성한, 이제는 익숙한 얼굴이 된 배우들이 자기 분량 열연 외에도 스태프 일을 분담하며 수작업으로 빚어내는 장면의 연속이다. 감독이 자신의 막막한 심정을 노래할 때는 뮤직비디오가 끼어든 것 같은 독자적 전개와 함께 중식이 밴드의 대표곡 중 하나인 '심해어'가 배경음악으로 깔리고, 심해어 괴인과 감독이 그야말로 생사를 건 격투를 벌인다.
영화 속에서 가장 긍정적인 캐릭터라 할, 과거 감독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무명 연기자들의 소망이 피력될 때는 '나는 반딧불'이가 흘러 나오고, 감독과 과거 악연이 있는 중년 배우가 가위를 휘두르며 또다시 격렬한 추격전을 감행하는 순간 '죽어버려라' 가사가 섬찟하게 깔린다. 중식이 밴드의 '촌스락(촌스러운 락)' 속 냉소적이지만 현실을 깊숙이 관통하는 가사의 울림이 극중 각각의 정처없는 표류와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는 일상에 푹푹 꽂히는 기분이다.
중식이 밴드는 영화의 음악을 담당함은 물론, 감독과 제작진의 외장 하드를 둘러싼 각축 외곽에서 다른 한 축으로 일각을 책임지는 'Rock으로 우주정복' 밴드 결성과 공연 과정에 출연하기도 한다. 초중반에는 마치 쉬어가는 페이지처럼 불쑥 튀어나오곤 하던 이들은 영화의 막바지에 대미를 장식하는 인상적인 퍼포먼스로 모든 이야기를 아우르는 '데우스 마키나'까지 책임진다. 이런 활용법은 <룩킹포>의 이야기가 영화인에 머물지 않고, '돈이 안 되는' 문화예술인들의 공통된 처지와 고민, 그리고 열망으로 확장하려는 고민의 산물일 테다.
독립영화의 저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