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페이퍼맨>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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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배를 통해 보여주는 고령화 사회의 비애가 씁쓸하다. 실제로 수많은 노인이 도시에서 자신의 손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폐지를 주우러 다니고 있다. 엄연한 돈벌이이기에 그들을 동정해선 안 되고 동정할 필요도 없지만 애잔한 마음이 따라오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한편, 기동과 서연을 중심으로 한 청년 세대의 현 상태가 심각해 보인다. 둘 다 사회에서는 착취의 대상이다. 이들을 가진 것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다고 생각하며 부려 먹으려 한다. 최소한의 것만 주면서 젊음이 가진 최대한의 것을 내놓으라는 식이다. 그거라도 거절했다가는 먹고살 갈이 막막하다.
그런가 하면 인목을 위시로 보여주는 X세대, 즉 낀 세대의 애매한 상황에도 연민이 간다. 사회 전체가 노인 시대와 청년 세대에 관심을 두는 사이, 낀 세대는 이전보다 빠르게 은퇴를 당하고 더 이상 자신의 쓰임새를 입증하기 힘들다.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리즈 시절을 추억하는 데 열을 올리는 이유다.
명명백백 블랙코미디 장르로 시종일관 낄낄거리지 않을 수 없는데, 하나하나 짚어보면 처참하게 흔들리고 무너져 내리는 한국 사회가 보여 웃을 수 없을 때가 온다. 길지 않은 러닝타임으로 많은 것을 어긋남 없이 엮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한국 영화의 미래가 밝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데, 한국 사회의 미래가 밝다는 걸 깨닫는 날이 올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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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