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롱레그스> 스틸
그린나래미디어(주)
<롱레그스>를 보는 동안 여러 영화가 스쳐 지나갔다. 어느 장르에 맞춰 볼지에 따라 레퍼런스 영화가 달라진다. 수사물에 포커스를 맞추면 <양들의 침묵>, <조디악>, <세븐> 등이 떠오르고, 공포물에 포커스를 맞추면 <더 넌>, <악마와의 토크쇼>, <팔로우>, <애나벨> 등이 생각난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초현실적인 분위기는 데이비드 린치 작품이 뻐꾸기 탁란을 소재로 한 <비바리움>, < 뻐꾹! >도 떠오른다.
이 영화에는 다양한 영화의 오마주와 레퍼런스가 담겨 있다. 여러 조각을 이어 붙여 하나의 사탄 영화로 완성한 감독의 독보적인 재능이 두드러진다. 감독인 오즈 퍼킨스의 아버지는 <싸이코>의 노먼 베이츠 역을 맡은 안소니 퍼킨스이며, 어머니는 사진작가 베리 베렌슨이다. 감독 본인은 < 싸이코 2 >에서 노먼 베이츠의 아역을 맡아 배우로도 활동했다. 동생 엘비스 퍼킨스는 뮤지션이다.
앞사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롱레그스>가 가족사에 관한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밝혔다. 아버지 안소니 퍼킨스는 클로짓 게이(스스로 정체성을 숨기는 행위)였고 어머니는 이를 두 형제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롱레그스>는 악마와 살인사건을 두고 벌이는 두뇌게임처럼 느껴지지만, 속내는 뒤틀린 가족사를 담고 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한 비뚤어진 행동이 불러온 비극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묻는 것이다.
영화는 레트로 분위기로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90년대 미국 전역을 흔들었던 '존베넷 미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 또 영화에서는 14일에 집착하는데 감독의 어머니 생일(4월 14일)과 요한계시록 13:1의 구절(13+1=14)에서 따온 숫자로 알려졌다.
모호하고 불쾌한 긴장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