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범죄자 처단하는 악마 판사, 속 시원한 정의구현 후에 남은 질문

[리뷰] SBS <지옥에서 온 판사>

24.11.03 11:24최종업데이트24.11.03 11:24
원고료로 응원
 SBS '지옥에서 온 판사'
SBS '지옥에서 온 판사'SBS

인기리에 방영된 SBS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가 지난 2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총 14부작 구성으로 완성된 <지옥에서 온 판사>는 악마가 온갖 살인 행각을 저지른 범죄자들을 직접 처단한다는 독특한 내용으로 지난 두 달여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기존 SBS 토일 드라마들이 꾸준히 추구해 왔던 '정의 구현', '악인 단죄' 등의 소재를 계승했다. 코믹과 스릴러 등을 적절히 섞으며 올해 하반기 지상파 드라마 인기를 다시 끌어 올리는데 큰 몫을 담당했다. 각종 범죄를 일삼고도 제대로 단죄하지 못했다는 많은 이들의 불만을 드라마가 대리 해소했다. 동시에 사적 제재의 범위 등과 관련해 고민을 남기기도 했다.

극 중 악마 유스티티아가 빙의된 판사 강빛나 역을 맡은 박신혜의 연기 변신과 더불어 다양한 배우들의 특별 출연으로 재미를 더한 <지옥에서 온 판사>가 남긴 의미를 되짚어본다.

극적인 부활... 살인마 단죄한 강빛나
 SBS '지옥에서 온 판사'
SBS '지옥에서 온 판사'SBS

앞선 회차에서 강빛나 판사·유스티티아는 바엘(신성록 분)의 명령을 거부하고 살인마 정태규를 인간 세상의 법으로 사형 선고를 내렸다. 이로 인해 지옥에서 보낸 집행관의 칼을 맞고 끝내 죽음을 맞기에 이른다.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지옥의 문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 노파 오미자·천사 가브리엘(김영옥 분)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살인마 정태규(이규한 분)에게 사형 선고를 내려 수많은 선한 자를 위로한 대신 자신이 선택한 대가로 목숨을 잃게 된 유스티티아·강빛나를 불쌍히 여긴 신이 가브리엘로 하여금 강빛나에게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바엘도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기적적으로 부활에 성공한 강빛나는 교도소를 탈옥한 범죄자 정태규를 본인의 손으로 처단하기로 마음먹고 이를 행동으로 옮겼다. 결국 수십 년에 걸쳐 벌인 살인 행각을 똑같이 정태규가 체험하게끔 만든 후 지옥으로 보낸다.

인간 세상에 남은 강빛나, 또 다른 범죄자 응징할까? ​

 SBS '지옥에서 온 판사'
SBS '지옥에서 온 판사'SBS

유스티타아로서의 임무를 완수한 강빛나는 바엘에게 한가지 요구 사항을 건넨다. 지옥을 지배하는 후계자가 되는 것 대신 3년의 휴가 기간을 부여받고 인간 세상에 남기로 한 것이다. 대신 판사 시절 범했던 잘못 때문에 지방 좌천을 감수한 강빛나는 사랑하는 이들과 잠시 떨어져 지내기로 한다.

​3년 뒤 지옥으로 돌아가야 하는 강빛나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한 한다온을 향해 "난 영원을 약속할 순 없지만 이건 약속할게. 난 앞으로 우리가 만든 추억으로 영겁의 세월을 버틸 거야"라고 다짐한다. 그리고 뜨거운 키스로 자신의 사랑을 한다온에게 전달한다.

​약 2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서울로 돌아오게 된 강빛나는 바엘로 부터 또 다른 제안을 받는다. 앞으로 1년 안에 악인 10명을 처단하면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빛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뒤이어 법원에서 퇴근하려던 강빛나는 현장 견학 온 어린이들로부터 "아줌마는 좋은 판사냐? 나쁜 판사냐?"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에 그녀는 한마디로 정리한다.

"지옥에서 온 판사!"

현실 속 답답한 해소해준 사이다 드라마​

 SBS '지옥에서 온 판사'
SBS '지옥에서 온 판사'SBS

마지막 회는 중반 이후 억지로 분량을 늘린 듯한 사족에 가까운 전개로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지옥에서 온 판사>는 현실 속 법 체제가 범죄자를 제대로 응징하지 못하는 한계를 통쾌하게 해소했다. 영화 <용감한 시민>의 흥행 참패를 딛고 여전히 정의구현·약자 보호라는 주제를 작품에 녹여낸 박진표 감독의 뚝심은 이 드라마를 통해 빛을 보게 되었다.

악마라는 존재를 전면에 내세워 그동안 볼 수 있었던 '다크 히어로' 소재 국내 드라마들과는 차별화를 도모했고 동시에 '판사'라는 직함을 지닌 인물이 법의 틀을 깨뜨린다는 모순된 상황이 야기하는 재미의 극대화도 이뤄냈다. 지상파 드라마답지 않게 잔혹한 장면 연출이 자주 등장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를 과감히 뛰어넘을 수 있었던 건 제대로 약자들을 보호하지 못했던 법과 정의를 대신 구현해 줬기 때문이다. ​

악마·판사가 결합된 독특한 캐릭터를 담당한 박신혜의 호연, 분량 자체는 적었지만 매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특별출연' 신성록을 비롯한 다양한 배우들의 등장은 <지옥에서 온 판사>를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 SNL > 속 예능 이미지와 정극 연기 양쪽을 훌륭하게 소화한 '아롱이' 김아영, 실제 세 자매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김재화·김혜화·김승화 등 조연들의 맹활약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지옥에서온판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