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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체중 체크하고 못 먹게 막고... 남편의 위험한 사랑

[리뷰] JTBC <이혼숙려캠프>

24.11.01 18:01최종업데이트24.11.0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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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이혼숙려캠프> 화면 갈무리
JTBC <이혼숙려캠프> 화면 갈무리이주영

끊임없이 아내의 일상을 통제하려 들고, 대화 도중에는 갑자기 신경질적으로 변해 과격한 분노를 터뜨리는 남편, 그에게는 과연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31일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이혼숙려캠프>에서는 5기 부부의 두번째 사연인 '급발진 부부' 편이 그려졌다.

권순현-민지영 부부는 결혼 8년차로 충북 충주에서 미용학원을 함께 운영 중인 30대 동갑내기 부부였다. 이들은 이미 다른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사연으로 출연하며, MC 서장훈과는 구면이었다. 부부는 이혼을 원하는 아내의 요청으로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매일 아내 체중 체크·외모지적하는 남편의 사정

가사조사를 위해 부부의 일상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아내 측 영상에서 아내는 남편의 지나친 통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남편은 마치 AI(인공지능)처럼 매일의 스케줄표를 만들어놓고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철저하게 계획적이고 부지런하게 살아가는 성향의 인물이었다. 아내 역시 그런 남편의 계획에 맞춰 함께 움직여야 했다. 남편은 심지어 아내를 위해 건강한 식단을 짜고 요리까지 직접 만드는 정성을 보였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의 과한 통제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남편은 매일같이 아내의 체중을 체크하고 외모를 지적하며 관리를 요구했다. 심지어 아내의 먹는 음식량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음료수 성분까지 일일이 검사하기도 했다. 남편은 부부가 함께 "미용업계에서 일하는 만큼 외모 관리가 필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부의 성향은 전혀 달랐다. 남편이 전형적인 소식가라면, 아내는 집안 자체가 엄청난 대식가였다. 남편은 아내와 약속했던 '치팅데이(다이어트 기간 중 하루를 정해,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는 날)에도 여전히 음식량을 통제했고, 아내의 불만 토로에도 철저히 무시했다. 아내는 남편이 눈치가 없고 공감능력이 전무하다며 답답해했다.

결국 참다 못한 아내가 이의를 제기하자, 표정이 굳어진 남편은 "먹고 싶은 대로 다 먹고 죽든가",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면 그게 돼지지, 사람이냐" 등 각종 폭언을 내뱉기도 했다. 패널들은 갑작스러운 남편의 막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서장훈은 "남편의 말투는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반감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엔 남편 측 영상이 공개됐다. 사실 남편은 아내와 일밖에 모르는 성실한 가장이었다. 처음 빚더미에서 시작한 부부의 결혼생활은, 남편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신혼 초에 비하면 10배 이상 성장했다고 한다. 남편은 고향에 살고 싶어하는 아내를 위해 본인은 아무런 연고도 없던 충주에 집을 마련했다. 현재 남편은 책 집필에 미용학원과 뷰티숍 운영, 부동산 임대업까지 잠잘 시간도 없을 만큼 누구보다 가족을 위해 부지런히 일하고 있었다.

남편이 아내를 통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밝혀졌다. 사실 아내는 당뇨를 앓고 있었고, 첫째 임신 중에는 샤워를 하다가 저혈당 쇼크로 기절해 생명까지 위험할 뻔한 아찔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그때부터 남편은 아내의 건강에 예민해지며 체중에서 식단까지 강한 통제를 하게 됐던 것. 남편은 자신의 관리 때문에 아내의 건강이 많이 호전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남편의 모든 행동들은 아내에 대한 책임감과 사랑이라는 의도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대화 안 풀리자 욕하고 폰 집어던진 남편

 JTBC <이혼숙려캠프> 화면 갈무리
JTBC <이혼숙려캠프> 화면 갈무리이주영

그러나 남편의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는 존중받지 못하고 통제만 받는 현실이 불행하게 느껴진다는 아내의 서운함에 전혀 공감해주지 못했다. 감정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하는 아내와, 오직 틀에 맞춰진 정답과 결론만 따지는 남편의 대화는 내내 평행선을 달렸다.

급기야 답답해진 아내는 눈물을 보였다. 그럼에도 남편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인간은 매 순간 감정만으로 살 수 없다. 감정보다 해결이 중요하다", "넌 나랑 살았던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며 시종일관 차가운 말과 비아냥섞인 대꾸만 거듭해 아내에게 거듭 상처를 주기도 했다.

그런데 대화를 하던 중 남편은 갑자기 고성을 지르며 분노를 표출했다. 남편은 대화가 좀처럼 풀리지 않자, 예고도 없이 화를 터뜨리며 욕설을 퍼붓고 휴대폰을 집어던졌다. 영상을 지켜보던 패널들은 아무런 중간 과정도 없이 벌어진 남편의 폭력적인 돌발행동을 보고 모두 큰 충격에 빠졌다.

아내는 "남편은 본인이 듣기 싫은 말을 하면 (감정이) 터진다. 소리지르고 욕을 하고 물건을 던진다. 욕설이 나오는 순간 저는 견딜수가 없다"며 남편의 종잡을 수 없는 급발진에 두려움을 드러냈다.

아내는 결국 대화를 포기하고 자리를 피했다. 남편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남편은 "아내의 대답을 듣고 싶었는데, 마지막에 말을 안하고 나가버리면 돌아올 때까지 답을 못 듣는거니까"라며 분노했던 이유를 밝혔다.

서장훈은 "이미 울고 있던 아내에게 무슨 이야기를 듣겠다는 건가. 카메라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저 정도라면 너무 위험하다. 남편은 아내를 때리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이미 말로 때린 것"이라며 쓴소리를 날렸다. 박하선은 "대화를 하다가 안 되니까 큰소리와 과격한 행동으로 아내를 제압하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남편이 자기보다 덩치가 큰 사람 앞에서도 이런 행동을 할수 있을까"라고 비판했다.

공감능력에 대한 지적에 남편 "공감의 우선순위가 있다. 1번은 아이들, 2번은 일이고 아내는 3순위다. 이미 1, 2순위에 감정을 쓰고나면 아내에게 쓸 감정이 없다. 저도 감정의 총량이 있는데, 아내에게 다 준 것 같은데 저한테 감정을 더 달라고 하니 저로서는 한계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장훈은 "가장으로서 놓여진 짐이 많다는 건 이해하지만 저런 식의 급발진은 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남편이 아내·일에 집착한 이유

 JTBC <이혼숙려캠프> 화면 갈무리
JTBC <이혼숙려캠프> 화면 갈무리이주영

부부는 심리상담 전문가를 만나 상담의 시간을 가졌다. 이호선 상담가는 아내의 행복수치 심리검사에서 "자아존중감이 매우 낮게 측정됐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전문가는 "아내는 충분히 멋지고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격려하며 아내의 자존감이 이렇게 낮아진 원인이 남편에게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는 "남편은 굉장히 위험한 사람"이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내렸다. 사전영상을 분석한 전문가는 "남편에게는 표정이 없다. 얼굴에 고체화된 분노가 있다. 이미 분노가 턱밑까지 차있기에 조금만 건드려도 폭발하듯 터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급발진으로 보이던 남편의 행동이 사실은 오랫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참고 참다가 터진 분노였다는 것이다.

남편과의 상담에서,전문가는 "이렇게 살다가는 100% 5년안에 쓰러질 것"이라고 경고를 내렸다. 사실 남편은 과도한 업무와 부담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오랫동안 쌓여있는 상황이었고, 아내의 당뇨약보다 더 빈번한 두통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전문가는 남편의 얼굴 한쪽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황을 지적하며 남편의 건강 이상 징후를 예측했다. 전문가는 그동안 상담했던 수많은 사람들중에서도 "가장 조용하게 가장 위험한 상황이다. 반드시 병원에 가보셔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은 남편은 큰 충격에 빠졌다.

그렇다면 남편은 왜 그토록 아내와 일에만 집착하는 걸까. 알고 보니 남편은 어린 학창시절 머리에 입은 상처로 인해 친구들에게 수년간 놀림과 괴롭힘을 받았던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있었고, 어른이 돼서도 가족을 제외한 사회적 관계 형성에는 냉담한 성격을 지니게 됐다. 심지어 아내와 결혼식을 올릴 때도 자신의 친구나 지인을 아무도 부르지 않아 결혼사진 때는 아내 쪽 하객만으로 채워야했 다는 일화도 밝혀졌다.

삼리검사 결과, 남편에게 아내와의 결혼과 자녀를 낳은 것의 의미는 '내 모든 것을 지우고 새롭게 태어난 것'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전문가는 "남편에게 아내는 자궁이다. 남편은 그 안에서 아내와의 관계들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고자 한 것이다. 남편은 우주에서 혼자이고 그래서 내 아내와 아이가 너무나 중요한 세상의 전부인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남편이 자신을 혹사해가며 그토록 열심히 살아온 이유도, 아내를 지나치게 통제하는 이유도, 모두 자신에게 유일한 우주인 아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전문가는 "남편은 최근에 만난 사람중 제일 불쌍하다"며 항상 철두철미한 AI 로봇같았던 남편의 외롭고 공허한 실체에 안쓰러워했다.

감정에 무딘 듯 여전히 "괜찮다"는 이야기만 반복하던 남편에게, 전문가는 "아내가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 이게 과연 괜찮나"라고 재차 질문했다. 속마음을 찔린듯 머뭇거리던 남편은 끝내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불안한 마음을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바꿔야"

 JTBC <이혼숙려캠프> 화면 갈무리
JTBC <이혼숙려캠프> 화면 갈무리이주영

전문가는 부부를 위해 ▲남편이 하고 있는 업무와 가사일을 줄일 것 ▲부부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남편을 위한 새로운 사회관계망을 형성해볼 것을 솔루션으로 제시했다. 또한 전문가는 아내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남편이 지금까지 아내와 아이를 보호하려고 최선을 다해왔 듯이, 이제는 남편도 정서적인 보호자가 필요하다. 그래야 남편의 부담도 덜고 아내도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부부는 이번엔 심리극 치료 시간을 가졌다. 남편은 심리극 전문가와 배우들이 재연해낸 자신의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모습을 통해 거울치료를 받았다. 남편은 비로소 조금씩 아내가 느꼈을 답답함과 압박감에 공감하기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아내에 대한 통제를 풀어주는 것을 여전히 망설였다.

전문가는 "남편과 아내 모두 불안감이 서로를 옥죄고 있다. 이 불안한 마음을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리극에서 남편은 자신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솔직히 직면하는 시간을 가졌고, 힘겹게 내면의 '나쁜 마음'과의 이별을 선택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오열했다.

마침내 서로의 속마음에 대해 조금 더 공감할 수 있게 된 부부는 손을 맞잡고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전했다. 아내는 "너무 많은 짐을 준 것 같아서 미안하다. 이제는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함께 해나가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남편은 "나는 너를 안 믿은 적이 없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잘 할 수 있을 거다"라고 화답하며 아내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부부는 한결 홀가분해진 모습으로 새로운 출발에 대한 희망을 전했다.
이혼숙려캠프 부부솔루션 급발진부부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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