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특급> 홍민지 피디
홍민지
"너무 힘들면 그만할까?"
유튜브 인기 채널 <문명특급>의 터줏대감 밍키(홍민지) PD는 제작진들을 향해 어렵게 이 말을 꺼냈다고 한다. 90년대생 팀장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하지만 본인은 제작진과 재재의 지원자를 자처하는 '이상한' 역학관계를 강조해왔던 터에 유독 올해만큼 힘든 시기가 없었다고 했다. 재재와 유튜버 승헌쓰, 그리고 댄서 가비로 구성된 팀 '재쓰비' 프로젝트를 말대로 맨땅에 머리 부딪혀가며 진행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명특급>의 진행자이자 기획 PD기도 한 재재가 가볍게 던진 말이 시초였다. "언제 한번 음원을 내보고 싶다"는 그의 말을 기억하고 있던 홍 PD는 세상에 없던 팀 구성을 토대로 세상에 없던 음원 발매 프로젝트를 제작진들과 함께 꿈꾸기 시작했다. 물론 그간 노래 관련 기획이 아예 없던 건 아니었다. <문명특급>의 첫 로고송 '라쿠카라차타라타'가 있었고, '숨듣명 콘서트'(숨어 듣는 명곡)가 있었다.
"'라쿠카라차타라타'는 큰 사랑을 받았지만 음원 발매까진 안됐고, '숨듣명 콘서트'도 우리가 작사 작곡한 노래는 아니었잖나. 우리가 만들어 낸 음원이나 비디오가 아니었다. 이번에야 말로 정말 무에서 유를 처음으로 만들어낸 셈이다. 오리지널 아웃풋(Original Output)이 이제야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10월 30일 만난 홍민지 PD는 '재쓰비' 프로젝트가 지닌 상징성을 짚었다. 작사 작곡과 전혀 관계없는 세 사람이 노래를 만들고 춤을 추다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까지 밟았고, 본인들만의 노래를 만들어 공개를 앞두고 있었다. 마침 전날 밤도 꼬박 지새고 온 홍 PD를 <오마이뉴스>가 만났다.
침체기, 인정하고 직면하다
MZ 세대 대표 콘텐츠로 자리매김해 온 <문명특급>이라지만 사실 그 흐름이 예전만 못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지난해 300회를 맞는 등 큰 경사가 있었지만 전후로 조회 수가 들쭉날쭉하거나 파급력 또한 예전만 못하다는 세간의 반응도 있었다. '신문명을 전파하라'는 기치를 걸고 2018년 출범한 뒤 BTS와 배우 윤여정, 앤 마리와 베네딕트 컴버배치 같은 스타 출연진에 가려져 정작 출범 당시 내세웠던 본질이 희미해진 것은 아닌지 비판도 따라오던 올해였다. 지난 5월께엔 '대국민 투표'를 통해 구독자 감소 원인을 자체적으로 파헤치는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다. "큰 슬럼프였다"고 홍 PD는 고백했다.
"왜 해야 해? 이 질문에 답을 쉽게 못하고 있더라. 무엇을 위해, 그리고 왜 이걸 만들어? 라는 질문에 예전엔 빠르게 그리고 간결하게 답이 바로 나왔는데 어느 순간 길을 잘 못 찾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올해만큼 오랫동안 답이 안 나온 적이 없었다. 우린 늘 어떤 틈새를 찾아다니는 팀이었고 그 틈새에서 집을 짓고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틈새를 이제 많은 사람들이 발견하게 되면서, 말대로 이젠 정말 살아남아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더라.
더이상 틈새가 아닌 시장이 된 것이지. 뭐지 뭐지 하다 정신 차려 보니 업계 모든 분들이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에 뛰어들었더라. 뭔가 여기에서도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틈새가 모두가 다 진출하는 시장이 되었구나. 우린 초가집에 컨테이너 박스에 살고 있었는데 떠내려가지 않게 버텨야 하는구나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