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eatorPoster(2023)
20th Century Studios
영화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그려지지만, 그 배후에는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낸 비극이 자리하고 있다. 통제하지 못한 채 윤리적 지향을 잃은 기술은 인간 존재를 위협하는 그림자로 변모하며, 기술과 인간의 어둡고 빛나는 이중성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인류는 AI 기술이 인간의 도구가 될 수 있으나, 역으로 인간을 속박할 수 있다는 경고를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크리에이터>는 인간이 창조한 인공지능이 통제를 벗어나는 순간 피할 수 없는 윤리적 갈등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영화는 비주얼과 음악에서 찬사를 받았고 특히 미래 세계를 묘사하는 압도적인 영상미와 강렬한 음악이 관객을 단숨에 매료시킨다. 세밀하게 설계된 디지털 아바타와 도시 풍경은 미래에 대한 예언처럼 선명하다. 긴장감 넘치는 음악은 순간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적·청각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서사의 깊이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크리에이터>가 던지는 철학적 물음들은 매혹적이지만, 감정의 파고와 인물의 내면까지 온전히 닿지는 못한 채 피상적으로 머문다. 결국,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의 무게감이 영상미와 음악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 영화의 본질은 인간이 창조한 기술이 단순한 도구에서 벗어나 위협으로 다가설 때, 그 책임은 누구의 몫인가? 영화는 창조자로서의 인간이 마주하는 위험과 의무를 묵직하게 되묻는다. 결국, 기술의 진보가 가져올 유익함과 동시에 피할 수 없는 부작용, 경계에서 인간이 지녀야 할 태도와 책임감에 대한 통감을 강력하게 제시하고 있다.
영화에서 감정적 공감의 부족은 몇몇 주요 장면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조슈아가 AI의 실체를 마주하며 갈등하는 장면에서 그의 내면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아 관객이 감정을 따라가기가 어렵다. 이 장면에서 조슈아는 임무와 윤리적 갈등 사이에서 고뇌하지만, 대사와 연출이 내면의 변화를 깊이 있게 전달하지 못해, 그의 선택에 대한 감정적 몰입이 제한된다.
또한, AI와의 대립 과정에서 인류의 운명이 걸린 긴박한 순간들이 펼쳐지지만, 인물들의 감정이 지나치게 억제된 방식으로 그려져 긴장감을 완전히 전달하지 못한다. 특히 조슈아와 AI 창조자 '넌(Nun)'의 대면 장면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중요한 시점이지만, 캐릭터 간의 감정적 교류나 갈등의 깊이가 부족해 그 순간의 의미가 충분히 살지 않는다. 이 장면들은 인간성과 기술의 충돌을 주제로 하면서도 감정적 공감을 자극하는 서사적 깊이를 놓치면서 영화가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를 희미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