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지옥> 시즌2에 참여한 김동욱 음악감독.
김동욱 감독 제공
김혜미 감독의 <나쁜 꿈>, 연상호 감독을 비롯, 국내 애니메이션계의 신성들과 많은 작업을 해 온 김동욱 감독은 이탈리아 거장 엔리오 모리꼬네를 보며 꿈을 키웠다고 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치던 피아노, 그리고 피아노 선생님의 권유로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작곡을 공부한 이후로 차차 영화 음악에 애정을 느끼게 됐다고.
"중학생 때 피아노를 놨다가 다시 배웠는데 선생님이 고등학교에 가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텐데 작곡할 게 아니면 더 안 배워도 된다고 하셨다. 작곡? 그 단어에 꽂혔다. 그 무렵 OST가 한창 유행이었다. 테이프에 녹음된 걸 열심히 들었는데 엔리오 모리꼬네, 그리고 작곡가 이영훈 소품집 등을 너무 좋아했다.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
제가 본격적으로 일할 때부터 북유럽 작곡가를 중심으로 한 실험적 음악이 영화에 대거 사용됐잖나. 영화나 드라마 편집도 많이 달라져서 완성된 음악을 넣을 구간이 없다시피 하다. 관객분들 입장에서도 멜로디 음악이 나오면 감정을 강요당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더라. 하지만, OST 시대는 다시 돌아올 거라고 본다. <시카리오>를 시작으로 이런 엠비언스 계열 음악이 유행했고, 한스 짐머가 정점을 찍었는데 요즘은 조금씩 멜로디가 강조된 음악도 나오는 것 같다."
20년 넘게 콘텐츠 음악을 해오면서 알게 모르게 좋은 동료들이 생겼다. 데뷔작을 함께한 김혜미 감독과도 최근 <클라이밍>이라는 장편 애니메이션을 작업했다고 한다. 해당 작품은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경쟁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김조광수 감독과도 꽤 오래 협업하는 등 독립영화와도 연이 깊다.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에 애정이 강할 수밖에 없다. 음악의 역할을 다른 콘텐츠에 비해 더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 비용도 일한 만큼 책정하고. 음악감독 입장에선 보람이 더 크달까. 후반 작업할 때 거의 연출과 음악감독이 붙들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이번에 김혜미 감독이 10년 만에 복귀했다. 결혼과 육아로 공백기였거든. 같이 작업하자고 했을 때 기분이 너무 좋더라.
얼마 전까진 저도 연출을 해볼까도 생각했는데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 뭐랄까 좀 건방지다는 느낌이랄까. 일할수록 연출자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는 것 같다. 제 역할은 그분들의 세계가 더욱 완성될 수 있게 돕는 데에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한스 짐머도 감독들이 해달라는 걸 해주시잖나. 엔리오 모리꼬네 정도는 돼야 자기 의견을 주장해 볼 수 있을 것이다(웃음).
솔직히 수상에는 미련이 없다. 미국 아카데미는 좀 다르겠지만(웃음). 다만 개인적 목표나 꿈이 있다면 제2의 박찬욱, 봉준호, 연상호 감독님 같은 분들을 두 세 명은 더 만나고 싶다는 것이다. 제가 꾸준히 영화제를 다니는 이유기도 하다. 최근에 <장손>이라는 영화가 너무 좋아서 오정민 감독님을 만났다. 다음에 어떤 작품을 만들지 기대되는 게 오랜만이었다. 그 정도로 연출이 기막히다. 이런 감독을 꾸준히 만나고 싶다. 나아가 같이 작업할 수 있으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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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