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는 산하·해준·주원 그리고 대욱과 한 가족처럼 지낸다.
JTBC
정재(최원영)는 아내와 사별 후 딸 주원(정채연)을 키우면서 국수집을 운영하는 '홀아비'다. 어느 날 산하(황인엽) 가족이 아랫집에 이사를 온다. 그런데 딸을 잃은 슬픔에 빠진 산하 엄마 정희(김혜은)는 집을 떠나고, 정재는 아빠 대욱(최무성)이 일하는 동안 혼자 지내는 산하의 끼니를 챙기기 시작한다.
그런 가운데 해준(배현성)과의 인연이 이어진다. 엄마가 떠난 후 제대로 된 밥 한 끼조차 먹지 못하는 해준을 정재는 집으로 데려온다. 이렇게 윤주원·김산하·강해준, 성이 모두 다른 세 아이와 정재 그리고 대욱은 위 아래 집에 살면서 마치 한 가족처럼 지낸다. 세 아이들은 친남매처럼 진한 정을 나누면서 성장해간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후, 갑자기 산하의 엄마와 해준의 부모가 등장한다. 의사 남편과 재혼해 딸 소희(김민채)까지 낳은 산하 엄마 정희(김혜은)는 산하를 찾아와 "가족은 함께 살아야 하니 서울로 가자"고 요구한다. 이를 산하가 거부하자 "(동생이 죽었을 때) 둘이 있었고 그건 너 때문이다"라는 말로 산하에게 생채기를 낸다. 임신 사실을 알고 자취를 감췄던 해준의 아빠(이종혁)는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친자 해준을 찾는다.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떠났던 해준의 엄마 서현(백은혜)은 불쑥 나타나 빌린 돈과 양육비만 정재에게 주고 다시 떠난다.
'혈연'인 산하의 엄마와 해준의 부모는 이처럼 아이들을 '자기의 필요에 따른 수단'으로 대한다. 정희는 아마도 대욱의 말처럼 딸의 죽음이 산하 때문이 아니라 "둘만 나둬서 그렇게 된 것"(6회)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는 건 너무도 큰 죄책감을 남기기에 이 감정을 피를 나눈 자식인 산하에게 모두 투사한다. 직접 낳아 자신의 분신처럼 여겨지기에 자신의 감정마저 던져버린 것이다. 해준의 아빠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해준을 버렸다 찾았다 하고, 서현은 해준의 마음은 헤아리지 않고 자신의 사정만 챙긴다.
뭐 이런 부모가 있나 싶겠지만, 현실에서도 부모가 자녀를 수단으로 대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것이 자신의 꿈을 자녀에게 투사하는 경우다. 드라마 속 주원의 친구 달(서지혜)의 엄마처럼 "넌 엄마의 유일한 희망"(5회)이라며 자녀가 자신의 꿈을 대신 이뤄주길 바라는 경우는 실제로도 숱하게 많다. "가족이잖아!"(6회, 정희), "내 핏줄이니까"(3회, 해준 아빠)라면서 서로를 '한 사람'으로 존중하지 못하고, 온갖 욕망들을 투사하며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가족들을 나는 상담실 안팎에서 참 많이 만난다. 이런 부모와 자녀는 함께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산하·해준·주원·정재·대욱, 이렇게 모인 '조립식 가족'은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각자의 개성을 존중한다.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힘들 땐 풀어주려 애쓰지만, 내 감정의 투사가 아니라 상대방을 위한 마음이 먼저다. 아마도 드라마를 본다면 누구나 알 것이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과 정재네 집에 모인 가족 중 어느 쪽이 더 '진짜 가족'의 모습인지 말이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