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분해님방 여성교실을 다녔던 박순분과 십정동
해님공부방
우리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배우고 싶어하는 간절한 마음이었다. A, B, C, D, 칠판에 쓰여 있는 것을 엄마들은 투박한 목소리로 따라 읽고 썼다. 몸은 해님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지만 마음은 집에 두고 와서 도무지 머릿속에 공부가 들어오지 않는 엄마도, 공부하는 내내 머리가 아파서 수시로 두통약을 사 먹는다는 엄마도 있었다.
그래도 6개월 간의 시간이 완전 허투루 흐르지는 않았는지 어디 길거리 영어 간판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때려 맞춰서라도 읽어 보려고 했다. 유명한 브랜드 이름을 쓰라면 못써도 읽을 줄은 알게 되었다.
6개월이 지나서 졸업을 하게 됐다. 좀 더 열심히 배우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웠다. 매주 두 번씩 얼굴을 맞대고 서로를 부추기며 네가 더 잘한다고 하면서 지내온 영어반 엄마들. 영어를 엄청 잘 할 수 있을 정도로 배우지는 못했지만, 배우는 과정은 너무나도 소중하고 행복했다. 같이 깔깔대며 웃기도 많이 웃었다.
그때 그 시절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나이 들어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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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민들레를 좋아해요. 봄을 일찍 알려주고요. 꽃은 이쁘고 잎은 나물이고 뿌리는 약초이지요. 민들레 같은 사람이고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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