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넬과 아다마> 포스터.
그린나래미디어
그렇다. 바넬과 아다마의 사랑을 가로막는 건 처음에는 마을의 관습이었으나 이후에는 마을의 위기였다. 아다마가 촌장직을 이어야 하고 바넬은 여자로서 해야 할 일이 따로 있다는 관습은 처낼 만한 수준이다. 악습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게 된다. 하루빨리 마을 밖 모래에 묻힌 집을 파내서 둘이 알콩달콩 살 길 바라게 된다.
그런데 마을에 위기가 닥쳐오니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심각한 무더위와 가뭄 때문에 유용한 자산인 소가 매일같이 죽어 나가니 누군가가 나서야 한다. 바넬은 그럼에도 아다마와의 사랑을 꿈꾸지만 아다마는 마을의 위기를 저버릴 수 없다. 또 마을의 위기는 곧 자신의 위기로 직결되는 게 아니겠는가. 바넬은 아다마를 들들 볶기 시작하고 아다마는 바넬은 등한시하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영화는 더 이상 사랑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무더위와 가뭄으로 모두가 생존 위기에 빠지는 걸 보고 있자니, 운 좋게 아프리카 초원에서 태어나지 않은 걸 감사하게 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다, 이보다 더 사랑이라는 소재가 도드라지는 영화도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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