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는 2019년 출간된 박상영 작가의 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 중 단편 '재희'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여자 주인공 '재희'는 이른바 '잘 노는 여자'다. 남들의 시선은 잘 신경 쓰지 않으며 자유로운 연애를 추구한다.
한편, 게이 '흥수'는 남자들 무리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아싸'를 자처한다. 어느 날, 이태원에서 남자와 키스하는 모습이 재희에게 발각되고, 아우팅 걱정과 달리 서로의 약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둘은 점점 더 가까운 친구가 된다. 그 이후 현실적인 계기로 재희의 자췻집에서 둘이 동거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는 원작 소설에 비해 많은 부분이 각색됐다. 원작과 가장 다른 점은 두 주인공의 삶을 균형 있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소설이 흥수의 관점이었다면, 영화는 두 주인공의 스무 살부터 30대 초반까지의 10여 년 동안의 사건을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재희가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헤프다는 이유로 인격적으로 무시를 당한다거나, 취직 후 회사에서 여성으로서 겪게 되는 불합리한 경험이 추가됐다. 다행히 재희는 세상과 부딪힐 때마다 굴하지 않는다.
영화는 또 틈틈이 소설을 쓰며 작가의 꿈을 꾸는 흥수의 성장 이야기에 집중한다. 엄마에게 커밍아웃하는 에피소드와 아우팅을 걱정하는 자신과 달리 게이 성정체성을 빨리 받아들인 남자친구와 연애를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강조한다. 20대의 여자와 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건들을 통해 두 사람의 연대에도 설득력이 생기고, 관객들에게는 몰입을 선사한다.
두 사람이 가까워질 수 있었던 건, 치기 어린 청춘이라는 점 이외에도, 사회에서 소수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잔인한 대도시에서 생존을 위해서라면 아마 서로가 필요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을 것이다. 재희가 데이트 폭력에 노출되었을 때도, 의도하지 않은 임신을 하고 임신중절 수술을 결정할 때도 그 옆을 지키는 건 다름 아닌 흥수였다.
흥수도 마찬가지다. 엄마에게 커밍아웃하고, 입대하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이 마주하는 모든 시련에 두 사람은 기꺼이 곁을 내어준다. 그것만으로도 둘의 우정은 완성된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두 아웃사이더의 서사로 여성영화와 퀴어영화의 문법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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