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야 할 일> 스틸
명필름문화재단
그러나 <해야 할 일>은 인사팀 직원들도 노동자에 불과하다는 의식에서 출발한다. 노동자와 경영자의 대립 구도가 아니라 구조조정에 대해 인식의 차가 있을지언정 실은 모두 비슷한 갈등과 고민이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 강 대리도 인사팀 일원으로서 구조조정 역할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가치관과 배치되는 상황과 갈등에 번민한다. 인사팀 직원들은 회사가 가야 할 구조조정 방향에 수긍하면서도 각자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내는데 영화는 이를 세밀하게 묘사한다.
강 대리의 옆자리 선임 손경연 대리(장리우)는 스스로 '희망퇴직'을 신청한다. 구조조정 앞에서 더 이상 무너지고 싶지 않고 시궁창 같은 세상에 반감을 표시한 것이다. 손 대리는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열정과 성실함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여성이다.
회사는 결국 구조조정 인원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는다. 남은 사람을 대상으로 또 언젠가 구조조정이 벌어질 것이다. 풍랑을 만난 배가 몸집을 줄이듯 누군가 바다로 뛰어내려야 할지 모른다.
영화는 우리에게 구조조정 그것만이 살길인지 비판적인 질문을 던진다. 구조조정이 답이라고 믿는 가치관, 즉 어떤 길이 진정 살 방도인지 우리 사회의 세계관을 바꾸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모두가 나눠지는 무언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 제목 <해야 할 일>은 의무적인 과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입장차에 따른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뜻으로도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