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재개될 예정이었던 2024 신한 SOL 뱅크 KBO 한국시리즈 KIA 타이거즈-삼성 라이온즈의 1차전과 2차전이 그라운드 사정과 비 예보로 인해 모두 취소됐다. 사진은 이날 그라운드에 펼쳐진 방수포.
연합뉴스
31년 만에 한국시리즈 맞대결
이번 한국시리즈는 전통의 영호남 라이벌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 두 팀이 1993년 이후 무려 3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맞붙게 된 클래식 매치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KIA는 통산 11회 우승, 삼성은 통산 9회 우승(한국시리즈 8회)로 역대 최다우승 1,2위팀의 대결이기도 했다.
KIA는 정규시즌 1위로 삼성에 팀순위과 상대전적(12승 4패)에서 모두 우위에 있었다. 삼성은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를 승리하고 올라왔지만, 부상자 속출로 전력누수가 컸기에 여러모로 KIA가 훨씬 유리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지난 1차전에서 양팀은 각각 선발 제임스 네일(KIA)과 원태인(삼성)이 동반 호투를 펼치며 5회까지 팽팽한 무실점 투수진을 이어갔다. 그런데 6회초 삼성의 공격에서 선두타자로 나선 김헌곤이 네일을 상대로 5구째를 공략하며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쏘아올리며 마침내 0의 균형을 깨뜨렸다.
김헌곤에게 홈런을 허용한 뒤 네일은 다음 타자 디아즈에게 볼넷을 내준 뒤 결국 강판됐다. KIA는 장현식을 두 번째 투수로 올렸지만 강민호에게 볼넷을 내주며 삼성이 무사 1,2루의 찬스를 이어갔다. 예상을 깨고 삼성이 첫 판부터 대어를 낚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듯 했다. 하지만 점점 거세진 폭우 때문에 삼성의 공격은 계속 이어지지 못하고 결국 경기는 오후 9시 24분 중단됐다.
심판진은 40여분 동안 기다렸으나 비가 그치지 않자 서스펜디드게임(Suspended Game·일시정지 경기)을 선언했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서스펜디드게임이 선언된 것은 최초였다. 여기에 22일로 예정된 경기까지 다시 순연되면서 2024 한국시리즈 1차전은 포스트시즌 사상 초유의 '2박 3일 경기'라는 희대의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KBO의 운영상 실책이라는 쓴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기상청은 21일 오후부터 23일 새벽까지 광주 지역에 우천을 예보한 상황이었다.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야외 구장에서 한국시리즈 1,2차전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렵다는 것은 예상된 우려였다.
하지만 KBO는 예정된 시작 시간을 넘겨가며 1차전을 강행했고 결국 경기 중반에 더 이상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빗줄기가 굵어진 뒤에야 경기를 멈췄다. 집중하며 뛰던 선수들이나 팬들 모두 맥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각종 SNS와 야구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는 "우천 예보가 계속된 상황에서 무시하고 경기를 개시한 것은 KBO의 잘못"이라는 팬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우천, 한국시리즈 경기 결과에 변수될까
또한 이는 앞으로 한국시리즈 경기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됐다. 1차전에서 선발로 나선 삼성 에이스 원태인은 이날 5이닝 동안 피안타 2개만을 내주며 66구 밖에 던지지 않은 상태였다. 만일 1차전이 정상적으로 계속 진행되었다면 흐름상 최소한 6-7회까지는 소화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서스펜디드로 경기가 중단되면서 삼성은 23일 1차전이 재개되더라도 원태인을 바로 마운드에 올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점차로 박빙의 리드를 이어가던 상황에서 상승세를 굳힐 수 있었던 흐름이 꺾였다.
재개된 경기에서 삼성은 남은 4이닝을 불펜으로 풀어가야 하는데 같은 날 곧바로 이어질 2차전의 마운드 운용과 팀 분위기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2차전 선발 투수 후보 중 한 명인 이승현이 1차전에 나서면 2차전은 우완 황동재가 선발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한층 복잡해진 마운드 운용 계산에, 박진만 삼성 감독도 우천 변수를 무시한 KBO의 1차전 경기 강행을 두고 아쉬운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삼성은 포스트시즌에서 유독 우천으로 인한 해프닝을 여러차례 겪은 바 있다. 2001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며 1차전을 승리하면서 분위기를 가져가는 듯했다. 하지만 두산과의 2차전이 우천 취소가 되면서 상승세가 꺾였고 이후 내리 3연패를 당했다. 결국 그해 삼성은 최종 시리즈 전적 2승 4패로 두산에 패배하며 구단 역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1년 뒤로 미뤄야 했다.
LG와의 맞붙었던 올해 플레이오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삼성은 1차전에서 LG를 잡은 이후 2차전이 갑자기 우천 취소로 연기됐다. 하지만 삼성은 다행히 LG를 3승 1패로 물리치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이번 한국시리즈 우천 서스펜디드의 경우, 플레이오프부터 올라오며 '언더독'의 입장인 삼성 선수단에게는 이틀 간의 휴식이 재충전의 효과가 될 수도 있다.
한편으로 KIA에게도 우천 변수가 반드시 유리하게만 작용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당시 원태인의 구위에 끌려가던 KIA 타선은 서스펜디드 게임에서는 원태인 없는 삼성 마운드를 상대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6회 추가 실점 위기를 먼저 극복해야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규리그 종료 후 3주간의 휴식동안 식어버린 타자들의 타격감도 끌어올려야 한다.
이범호 감독은"선수들이 한국시리즈 1차전이다 보니까 긴장한 모습도 보였고, 약간 흥분한 상태였다. 이제는 경기 감각도 생겼고, 조금 더 편한 상태에 활발한 타격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1차전 고비를 넘긴다면 2차전은 토종 에이스 양현종이 등판하기에 2연승으로 시리즈의 승기를 확실히 잡을 수 있다는 게 KIA가 원하는 장및빛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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