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랭보> 공연사진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천재 시인이라 불린 아르튀르 랭보와 '시인의 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폴 베를렌느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 뮤지컬 <랭보>가 돌아왔다. 2005년 프랑스 공영방송인 <프랑스 2>에서 발표한 '가장 위대한 프랑스인'에 베를렌느는 70위, 랭보는 84위에 오른 바 있다. 프랑스의 걸출한 문학가들의 이야기가 한국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졌다는 것부터 신기했다.
<랭보>는 2018년 초연 이후 2019년 재연, 2022년 삼연을 거쳐 이번에 사연을 펼칠 만큼, 단기간에 많은 관객을 만났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높은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을 정도로 이미 대학로에서는 인기작으로 꼽힌다. 특히 올해는 랭보 탄생 170주년이라는 점도 돋보인다. 필자는 랭보가 태어난 10월 20일, 이 뮤지컬을 관람했다.
두 시인의 고뇌가 다다른 지점
어린 소년 랭보는 미지의 세계를 보는 시인이 되고자 했다. 문단은 랭보의 재능을 쉽게 알아주지 않았는데, 그러던 중 재능을 알아본 베를렌느를 만나게 된다. 랭보는 그런 베를렌느를 반가워하고, 베를렌느 역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이해해주는 랭보에게 호감을 느낀다.
둘은 모두 문단과 평단에 회의적이다. 랭보는 그들이 진실되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느꼈고, 베를렌느 역시 경우에 따라 자신의 시를 오독하거나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두 시인은 오직 작품 활동에만 집중하기 위해 떠난다.
곧이어 이들은 딜레마에 봉착한다. 둘은 모두 이상을 쫓았지만, 베를렌느는 현실적인 고민도 하는 인물이다. 시는 출판돼야 하고, 사람들에게 읽혀야 하므로 베를렌느는 문학계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 관계가 틀어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또 경제적인 고민도 하고, 두고 온 가족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