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할머니가 죽기 전 백만장자가 되는 법>의 한 장면.
디스테이션
영화를 이루는 주체는 단연 할머니와 손자다. 손자의 계획을 눈치챈 할머니, 계획을 들켰지만 계속 할머니를 찾아가는 손자, 그런 손자가 가소롭지만 돌봄을 받는 게 내심 좋은 할머니. 사실 이 영화는 손자의 계획이 들켜서 틀어지고 난 후 진짜로 시작된다. 손자는 성장하고 가족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하는 데까지 나아가기 때문이다.
한편 영화가 드러내놓고 전달하려 하진 않지만 무이가 할아버지를 돌보고 엠이 할머니를 돌보는 모습을 통해 노인 돌봄 이슈를 논한다. 극 중에서 할머니가 말하길 자식들이 절대 주지 않는 게 '시간'이라고 하는데 누군가를 돌보는 데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바로 시간이다. 그런데 시간을 내는 건 돈을 내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 아닐까.
나아가 어떻게 죽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더 이상 혼자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자신조차 자신을 인지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살아 있는 시간이 치욕으로 느껴질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극 중에서 무이는 고백한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방치했다고. 엠은 작은 삼촌이 요양원에 보낸 할머니를 집으로 데려온다. 옮고 그름은 없다. 선택이 있을 뿐.
전형적인 느낌의 휴먼 영화 <할머니가 죽기 전 백만장자가 되는 법>은 우리나라의 정서에도 잘 맞을 것 같다. 할머니가 좋은 묫자리를 원하는 이유가, 죽어서나마 자식들이 시간을 내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니. 은은한 재미와 무시 못할 파격도 상존하니 이 영화를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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