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산지직송> 화면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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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프로그램이 정의하는 '성실함'이 완벽주의를 뜻하는 건 아니다. 실수하고, 버둥거려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언니네 산지직송>의 또 다른 본질이다. 지난 10화에는 안은진이 수프를 '곰탕'처럼 끓이는 모습이 담겼다. 조리법을 달달 외우던 그가 '800ml(물 네 컵)'이란 설명을 '800ml를 네 번 넣어라'로 헷갈리면서 벌어진 참사였다.
그의 실수를 받아들이는 다른 출연진들의 방식에서 프로그램 결이 만들어졌다. 진작부터 은진의 실수를 알았지만,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지켜본 것이다. 그들은 허둥지둥 헤매는 은진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며 '곰탕' 같다고 놀리다 가도, 펄펄 끓는 냄비에 옮겨 담아 수습할 수 있도록 도왔다.
예능계에서 소위 말하는 '빌런' 캐릭터가 탄생하는 건 주로 팀플레이 상황이다. 다 같이 일한다는 것은 서로 힘을 합친다는 의미지만, 동시에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의도와 무관하게 다른 팀원에게 손해를 끼치면 그에겐 쉽사리 '빌런' 딱지가 붙는다. 누구나 실수한다는 말, 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 통하지 않는 시대다.
팀플레이만 하면 한 명쯤 '빌런'이 되는 예능에서 은진의 실수를 다른 출연진들이 웃으면서 지켜보던 장면은 시청자를 안심하게 했다. 곰탕을 수프처럼 끓이든, 혹은 더 큰 사고를 쳤든지 간에 다른 이의 실수를 그저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어른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어쩌면 성실히 살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실수의 자력(自力) 같기도 하다.
13화를 끝으로 프로그램은 막을 내렸다. 가족사진을 찍으며 마무리한 출연진들은 서로의 식구가 됐다. 무엇이든 날카롭게 되받아치는 세상에서 시청자로서 무해함을 담은 프로그램을 보면 반갑다. 해롭지 않다는 건 각자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서로의 사소한 실수를 웃어넘길 때 가능하다는 걸 <언니네 산지직송>이 보여줬다.
이들의 마지막 인사가 끝이 아니길, 또 다른 시즌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성실했기에 더 뜨거웠던 출연진에게 인사를 보낸다.
▲<언니네 산지직송> 메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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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 이진민 기자입니다 really@ohmynews.com 모든 제보를 다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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