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릴 라운트리 주니어가 챔피언을 잡아낼 수 있다면 그야말로 대형사고다.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방황의 시절을 끝내준 격투가의 길,
라운트리 주니어는 비극을 딛고 올라선 파이터로 유명하다. 전설적 R&B 그룹 보이즈 투 맨의 매니저였던 라운트리 주니어의 아버지는 그가 2세때 사망했다. 투어 중 돈을 노린 강도들과 맞서다가 총을 맞았다. 195cm, 145kg의 거구였던 부친은 3명의 강도중 2명과 몸싸움을 벌였는데 그 과정에서 나머지 한명이 머리에 총격을 가했다고 알려져 있다.
일찍 부친을 잃은 라운트리 주니어의 삶도 평탄하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 왕따와 괴롭힘을 당했으며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의 위험도 겪었다. 거듭된 스트레스를 폭음과 폭식, 흡연으로 달랬다. 체중이 무려 140kg까지 올라갔던 라운트리는 어느 날 심장마비 증세를 느끼고 안 되겠다 싶어 살기위해 MMA 체육관에 등록했는데 당시의 선택이 인생을 바꿨다.
재능도 뛰어났다. RFA에서 4연승을 거두며 프로 데뷔 2년 만인 2016년 UFC에 입성했고 지금까지 쭉 옥타곤서 경쟁하고 있다. 통산 13승(5패) 중 녹아웃 승리가 9회(69%)에 달할 정도로 화끈한 경기를 펼쳐왔다. 상대 공격에 맞춰 맞받아치는 카운터 공격이 매우 위력적이다.
앞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상대의 타이밍을 끊거나 자신의 공격 거리를 유지하고 타격 셋업을 하는데 능하다. 그러다가 상대가 들어오면 백스텝으로 빠지며 양 훅을 던지는데 여기에 걸려 나가떨어진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 핸드 스피드가 굉장히 빠르고 탄력을 이용한 폭발적인 타격을 구사하는지라 상대 입장에서 접근하기 부담스러운 유형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 필승 패턴이 알려져 카운터를 경계하는 선수도 많아진 상태지만 라운트리 주니어에게는 받아치는 패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능동적으로 압박을 거는데도 능해 앞손으로 케이지로 밀어붙여 오른손 리드 훅-왼손 크로스를 사용해 상대를 박살내기도 한다. 바디와 안면으로 레벨체인지 콤비네이션도 일품이다.
전반적인 타격 스킬에서는 세계 1위 킥복싱 단체 글로리 두체급 챔피언 출신 페레이라가 단연 앞선다. 하지만 최근 라운트리 주니어는 킥복서 킬러로 악명이 높다. 그는 글로리 라이트헤비급(95kg) 챔피언을 지낸 괴칸 사키와 글로리 미들급(85kg) 베테랑 더스틴 자코비를 강력한 펀치로 녹다운시키며 승리했다. 다른 선수들처럼 페레이라의 타격에 겁을 먹고 시작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라운트리 주니어가 왼손잡이라는 점도 변수다. 상대가 반대 자세를 취하면 페레이라의 주무기인 앞손 훅과 카프킥이 들어가기 어렵다. 실제로 왼손잡이인 브루누 실바(23승 11패)가 실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페레이라에게 선전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랭킹에 비해 까다로운 상대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를 입증하듯 라운트리 주니어는 킥복싱 챔피언 페레이라와 타격 정면 대결을 벌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내 게임 플랜은 변하지 않는다. 난 레슬러가 아니다"며 "타이틀전이라고 다를 것은 없다. 페레이라에게 스탠딩에서 정면으로 맞서겠다"고 큰소리쳤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전력은 페레이라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입식 격투계의 레전드였던 그는 다소 늦은 나이에 본격적으로 MMA를 시작했음에도 11승 2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 중이다. 2패 중 한번은 데뷔전 때 당한 서브미션 패배이며 나머지 한번은 미들급 최고의 레전드인 이스라엘 아데산야에게 허용했다.
이후에도 4연승으로 굳건하게 정상급에서 활약 중이다. 11승 중 9번(82%)이 녹아웃 승리일 만큼 타격 결정력이 엄청나다. 랭킹에서 많은 차이가 나는 라운트리 주니어가 상승세를 몰아 세계 최강의 스트라이커로 불리는 페레이라까지 무너뜨리는 대이변을 연출할지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