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에서 7대 2로 승리한 SSG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가을야구 막차의 주인공을 정하기에 144경기로는 부족했다.
이숭용 감독이 이끄는 SSG랜더스는 30일 인천 SSG 랜더스 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8안타를 때려내며 7-2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72승2무70패가 된 SSG는 kt 위즈와 정확히 동률이 되면서 1일 kt와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티켓이 걸린 '5위 결정전'을 치를 예정이다.
SSG는 선발 드류 앤더슨이 5이닝1피안타2사사구8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11번째 승리를 챙겼고 9회 2사 후에 등판한 조병현은 12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타선에서는 최정이 3회 투런 홈런과 4회 만루홈런을 터트리며 연타석 홈런과 함께 6타점을 터트리며 맹활약했고 박성한도 멀티 히트와 함께 3출루 경기를 만들었다. 1일 kt와 SSG의 5위 결정전은 엄상백과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맞대결로 펼쳐진다.
KBO리그 역사상 1위 결정전만 두 번
KBO리그에서는 프로 원년부터 정규리그 최고승률 1위가 두 팀이 생겨 리그 우승팀을 가리지 못할 경우 단판 승부를 통해 우승팀을 가리는 타이 브레이커 방식을 도입했다. 그리고 1986년 후기리그에 OB 베어스(현 두산)와 해태 타이거즈(현 KIA)가 동률이 되면서 3전 2선승제의 1위 결정전이 열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해태는 이미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했었기 때문에 크게 의미 없는 순위 결정전이었다.
1988년까지 전기리그와 후기리그 제도를 도입하던 KBO리그는 1989년부터 단일리그가 되면서 계단식 포스트시즌 방식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타이 브레이커를 폐지하고 승률이 같을 경우 양 팀의 상대 전적으로 순위를 가리는 제도를 도입했다. 2018년까지 공동 1위 팀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큰 문제 없이 리그를 진행하던 KBO리그는 2019 시즌 승자승 제도 도입 21년 만에 처음으로 공동 1위팀이 나왔다.
당시 두산과 SK 와이번스는 똑같이 88승1무55패를 기록하며 동률이 됐지만 그 해 상대 전적에서 두산이 9승7패로 근소하게 앞서면서 승자승 원칙에 따라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2위로 떨어진 SK는 플레이오프에서 키움 히어로즈에게 패해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고 그 후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승자승에 따른 1위 결정 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한국야구위원회는 2020 시즌부터 1위와 5위의 성적이 같을 경우 마지막 한 경기를 통해 순위를 가리는 순위 결정전을 부활시켰다. 물론 팀 당 144경기를 치르면서 1위의 승률이 똑같이 나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 실제 순위 결정전이 열릴 확률은 매우 낮을 거라 예상한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놓고 열린 순위 결정전은 순위 결정전이 부활한 지 2년 만에 치러졌다.
2021년 kt와 삼성 라이온즈는 76승9무59패로 똑같은 정규리그 성적을 기록했다. 물론 상대 전적에서는 kt가 9승1무6패로 앞섰지만 양 팀은 바뀐 규정에 따라 145번째 경기를 치렀고 kt가 접전 끝에 삼성을 1-0으로 꺾고 한국시리즈 에 직행했다. 그리고 정규리그 우승을 눈 앞에서 놓친 삼성은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4위 두산에게 2연패를 당하면서 2015년 이후 6년만의 한국시리즈 복귀가 무산됐다.
부상 방지 및 불펜소모 최소화 부담까지
1위 결정전과 마찬가지로 가을야구 막차티켓이 걸린 5위 역시 두 팀의 승률이 같을 경우 단판 승부를 통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팀을 가리는 제도가 지난 2020년에 도입됐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승률이 같은 5위 팀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2021년 5위 키움 히어로즈와 6위 SSG, 작년 5위 두산과 6위 KIA의 순위가 바짝 붙어 있었지만 순위 결정전을 치르기엔 각각 반 걸음과 한 걸음이 부족했다.
하지만 올 시즌 kt와 SSG는 정규리그 144경기를 모두 치른 시점에서 72승2무70패로 같은 성적을 기록했다. 결국 양 팀은 역대 최초로 5위 결정전을 통해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맞붙을 수 있는 가을야구 막차 티켓을 놓고 대결을 벌인다. 승리하면 가을야구 진출, 패배하면 시즌 마감이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치르는 단판 승부다(양 팀은 정규리그 상대 전적에서도 8승8패로 동률을 이뤘다).
정규리그 일정을 끝내고 하루의 여유가 있었던 kt는 5위 결정전에서 올해 13승으로 다승 공동 3위를 기록한 사이드암 엄상백이 선발 등판한다. Kt는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과 윌리엄 쿠에바스가 후반기에 부진했고 토종 에이스 고영표도 지난 9월28일 키움과의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구원 등판해 5이닝을 던졌다. 따라서 엄상백은 현 시점에서 이강철 감독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선발 카드인 셈이다.
이에 맞서는 SSG는 외국인 좌완 엘리아스를 내세운다. 엘리아스는 올해 내복사근 부상으로 40일 넘게 부상자 명단에 포함되면서 시즌 7승에 그쳤지만 작년 가을야구에서 8이닝2실점 호투를 기록했을 정도로 단기전 집중력이 뛰어난 투수다. SSG는 공동 5위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팀의 주축투수 김광현과 앤더슨을 모두 소모했기 때문에 1일 경기에서 엘리아스의 호투가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Kt와 SSG 모두 1일 5위 결정전에서 승리하더라도 휴식일 없이 2일부터 곧바로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러야 한다.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선발로 일찌감치 다승왕 곽빈을 내정한 두산은 필승조가 충분한 휴식을 취한 채로 상대를 기다리고 있다. kt와 SSG 입장에서는 5위 결정전 승리도 중요하지만 부상 없이 투수진 소모를 최소화하며 승리를 따내야 한다는 부담도 함께 짊어지고 경기를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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