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는 야구 역사를 새로 쓰고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림=김종수)
김종수
투타겸업에 50-50클럽까지
불과 7~8년 전까지만해도 '당분간 아시아 타자 중에서는 이치로를 뛰어넘을 선수는 없을 것'이라는 말이 있었다. 스즈키 이치로(51‧180cm)는 정말 야구를 잘하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이치로는 짧게 치고 잘 달리는 이른바 '똑딱이형 타자'가 메이저리그에서까지 통할까에 대한 의구심을 보기 좋게 지운 선수였다. 9년간 일본 리그를 점령했던 공을 맞히는 재능은 미국에서도 여전했고 20년 가까이 메이저리그에서 롱런하며 한 시즌 최다 안타, 역사상 최초 3000안타-500도루-골드 글러브 10회 수상 등 위대한 기록을 남겼다.
아시아 출신 최초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입성, 아시아 최초 영구결번(시애틀 매리너스)이 유력시된다. 그런데 일본산 아시아 타자가 또다시 나왔다. 앞서 언급한 오타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치로가 노력과 자기 관리의 화신이라면 오타니는 마치 만화에서나 볼듯한 유니크한 플레이를 통해 야구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는 동양인으로서 메이저리그에서 엄청난 활약을 하는 것을 넘어 각종 대기록을 수립 혹은 경신하고 있다. '이도류(二刀流)'라는 애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를 상징하는 캐릭터는 투타 겸업이다. 이는 난이도가 높아 현대 야구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방식인데 오타니는 다른 곳도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이를 구사하고 있다. 올스타전에서 투수, 타자로 동시에 선발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양쪽 영역서 모두 탑급이다. 마운드에선 160㎞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고, 타석에선 홈런을 쏘아 올린다.
오타니의 활약은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19세기 이후 131년 만의 트리플100(100이닝-100K-100안타), 15승-30홈런 및 규정 이닝·규정 타석 동시 달성, 10승-40홈런 및 아시아 출신 최초의 홈런왕 달성 등 메이저리그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던 장타자 마쓰이 히데키마저 중장거리 타자로 변신한 무대가 메이저리그인데, 그곳에서 최고 수준의 거포로 활약한다. 또 1~2선발급 파워피처로 위용을 뽐낸다.
올 시즌은 부상 회복 차원에서 투수는 쉬고 타자로만 경기에 나섰는데, 남는 에너지를 발에 쏟아부어 야구 역사상 최초 50-50클럽까지 달성했다. 올 시즌 그의 최종성적(내셔널리그)은 타율 3할 1푼(2위), 54홈런(1위), 197안타(2위), 130타점(1위), 134득점(1위), 59도루(2위), OPS(출루율+장타율) 1.036이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등극 또한 유력하다. 야구만화에서 소재로 사용해도 '과장이다'고 할 정도의 활약을 실제로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 혀를 내두르게 한다.